연말 송년회 셔틀 단체계약 역전기

서울 구로에서 9인승 승합차 3대를 운영하던 김도윤 대표는 10월 예약 급감으로 위기에 몰렸다. 그는 연말 송년회 귀가 문제에 맞춰 ‘기업 전용 셔틀·단체 택시’로 방향을 틀었고, 12월 한 달 7개 기업과 계약해 52건 왕복을 수행, 매출 960만원을 만들었다. 사고 0건, 3개사는 다음 해 정기계약까지 이어졌다.

문제의 시작은 앱 배차 의존이었다. 수수료가 오르고 밤 11시 이후 콜 편중이 심해 공차 대기가 늘었다. 특히 송년회 시즌에도 대리·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는데 우리는 ‘그냥 기다리는 차’였다. 대기 중 유류비만 나가고 기사 피로만 쌓였다. 기다림을 영업으로 바꾸지 못하면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에 닿았다.

결정적 힌트는 경비실의 한마디였다. “행사 끝나면 직원들 택시 못 잡아 난리예요.” 그는 문제를 ‘퇴근 후 단체 귀가’로 정의하고, 하루 만에 한 장짜리 제안서와 명함 50장을 들고 산업단지 총무·팀장을 직접 찾아갔다. 말 길게 안 했다. ‘시범 1회 무료’로 체험부터 열고, 끝나자마자 개선점을 받아 다음 날 바로 반영했다.

가격은 단순하게 3단으로 깔았다. ① 15km/1시간 6만원(대기 포함) ② 30km/2시간 11만원 ③ 장거리 정액 18만원(서울권 40km 내). 야간 할증은 없애 예측 가능성을 줬고, 통행료만 별도. 최소 2대 묶음 계약으로 출발·복귀 지연을 줄였다. 복잡한 계산이 사라지니 총무 결재가 빨랐다. 가격이 아니라 ‘안심’을 샀다.

계약서는 1쪽으로 끝냈다. 일정·출발지·경유지·도착지, 현장 책임자 2인 연락처, 보험증권 번호, 긴급 대체차 투입 기준을 체크박스로 넣었다. 취소 규정은 행사 24시간 전 50%, 당일 100%. 결제는 행사 후 세금계산서 발행, 7일 이내 계좌이체. 사고 시 즉시 보고와 사진 전송을 의무화해 서로가 불안해할 틈을 없앴다.

영업은 발로 뛰었다. 산업단지 관리사무소·경비실·구내식당 게시판에 ‘귀가 셔틀 안내’ A4 한 장. 퇴근 5~7시에 총무·팀장을 찾아 3분 브리핑을 하고, 회사별 루트 지도를 손글로 그려 보여줬다. 첫 거래는 시범 1회 무료. 현장에서는 ‘탑승 전 명단 확인–경유 알림–도착 문자’ 3단 절차로 약속을 눈앞에서 증명했다.

바로 적용하려면 이 다섯 가지만 준비하면 된다. ① A4 한 장 3단 요금표 ② 1쪽 계약서 양식 ③ 회사별 루트카드 빈 양식 ④ 현장 책임자 2인 연락처 받는 폼 ⑤ 시범 1회 무료 규칙. 최소 조건은 차량 2대·운전자 2명. 업종이 달라도 원리는 같다. ‘행사 끝난 뒤 몰리는 이동’을 대신 해결하면, 고객은 편함에 지갑을 연다.

첫 주 2개사 계약이 4주 차에 7개사로 늘었다. 차량당 밤마다 평균 3회 왕복, 건당 평균 18만원. 기사 2명을 추가 투입해 교대 휴식표를 만들고, 취객 대응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 경유지 누락으로 불만 1건이 생기자 ‘루트카드’를 제작해 탑승 전 서로 확인하도록 바꿨다. 1월에는 야근 셔틀 상시계약 2건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