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손님 빠져나간 가게에 커피 내리며 휴대폰을 보니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3,461.30”이라는 문장이 번쩍 뜨네요. ‘주식은 나랑 상관없다’ 싶다가도 마음이 살짝 들뜨죠. 바로 옆 문장에 “원/달러 1,387.8원, 외국인·기관 순매수”가 따라오면 금세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주가가 오르면 손님 지갑이 열릴 것 같고, 환율이 오르면 다음 달 원가가 걱정되고. 이 두 감정 사이에서 우리 같은 사장님들은 오늘도 장부를 넘깁니다. 이번 랠리의 배경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재개와 “국장(국내 주식시장) 부양” 의지가 겹쳐 있습니다.

금리 인하는 전 세계 돈의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를 살짝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요. 그러면 주식·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으로 돈이 더 흘러가고, 체감 경기가 ‘나쁘지 않다’ 쪽으로 기울죠. 동시에 환율이 튀면 수입 원자재·포장재·해외 SaaS 구독료 같은 달러 비용은 곧장 불어납니다. 그러니까 오늘 시장의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매출의 바람은 순풍, 원가의 바람은 역풍.” 그럼 우리 가게는 뭘 해야 할까요. 저는 첫째로 가격의 ‘안전 레일’을 당장 깔자고 권해요.

견적서와 메뉴판에 기준환율과 변동 밴드(예: 1,350±50원)를 명시하고, 밴드를 벗어나면 자동 조정되는 조항을 넣어두세요. 손님이 싫어할까 망설여도, 미리 합의된 규칙은 나중의 갈등을 줄입니다. 온라인몰이라면 고지일을 매월 1·15일로 고정해 환율 변동을 월 2회만 반영해도 체감 안정감이 커집니다. 둘째는 재고 회전의 리듬을 바꾸는 겁니다. 가격이 오를 때는 ‘많이 사서 싸게’가 습관이 되지만, 환율과 해운비가 들썩일 땐 오히려 회전일을 줄여 현금의 유연성을 키우는 게 방어력이 됩니다. A/B로 나눠 소모품은 평소의 70%만, 핵심 원재료만 110%로 가져가는 식의 ‘차등 보충’이 효과적이에요.

반품률이 높은 SKU는 과감히 품절 관리로 돌려 손실의 꼬리를 자릅니다. 셋째는 결제조건을 손보세요. 외상일수 길게 주는 게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흔들릴 땐 현금이 곧 안전입니다. 소액 선결제 1~2% 할인, 부분 선금(30%)에 대한 추가 리워드 같은 생활형 장치를 도입해보세요. 반대로 우리가 대금을 지급하는 쪽이라면 ‘환율 1,400원 초과 시 납기+3일’ 같은 리스크 공유 조항을 협력사와 합의해두면 급등 구간의 분쟁을 줄일 수 있어요. 넷째, 마케팅도 시장 심리에 맞춰 조정합시다.

주가가 오를 땐 ‘작은 사치’ 소비가 먼저 살아납니다. 커피는 톨에서 그란데로, 베이커리는 세트로, 뷰티는 옵션 하나 더. 객단가를 억지로 올리기보다 ‘기분 좋은 플러스원’을 제안하세요. 이름도 가볍게: “국장 복귀 기분내기 세트”, “랠리-day 덤” 같은 말장난은 분위기를 돋웁니다. 단, 원가 민감 품목은 증정 대신 경험 가치를 주는 게 안전해요(빠른 픽업, 한정 포장, 무료 각인 등). 다섯째, 대출 점검은 ‘지금’ 시작이 정답입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점포대출 금리는 시차를 두고 움직입니다. 변동→혼합→고정 중 어디가 유리한지는 사업의 현금흐름 패턴에 달려요. 월말 매출이 몰리는 업종이면 변동의 하방 여지를 조금 더 누리고, 매출 변동성이 큰 업종이면 혼합으로 급등 구간을 막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은행과는 금리만 깎지 말고 중도상환수수료, 대출기간, 이자 납입일도 함께 재설계하세요. 이 세 가지가 실제 이자비용을 크게 바꿉니다. 여섯째, 공급망을 ‘두 줄’로 만드세요.

이번 상승을 이끄는 반도체·전기전자 종목을 보며 체감하시겠지만, 특정 부품과 공정에 수요가 한쪽으로 쏠립니다. 우리는 그 반대쪽에서 안전망을 깔아야 해요. 동일 사양 대체 부품, 대체 포장재, 대체 물류 루트를 한 장의 표로 만들어 벽에 붙여두세요. 연락처, MOQ, 리드타임, 시험성적서 유무 네 칸만 있어도 위기 때 전화가 빨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숫자를 너무 사랑하지도, 너무 두려워하지도 말아요. 코스피가 하루 1.4% 오를 때 우리 가게의 매출은 0.14%도 안 움직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뉴스가 손님의 기분을 14%쯤 끌어올릴 때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매출로 바꾸는 건 우리가 매일 쌓아온 동선, 문장, 표정의 힘이죠. 시장의 큰 파도 위에서 작은 배를 지키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가격에 레일을 깔고, 재고의 리듬을 바꾸고, 결제의 규칙을 세워두는 것. 오늘도 장부 한 페이지를 넘기며, 우리 가게의 ‘사상 최고치’를 조용히 경신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