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0일, 여러분은 뭘 하셨나요. 달력에는 아무 표시가 없는데 사진첩을 뒤적이면 흐릿한 카페 조명, 대충 찍은 점심샷, 알람처럼 반복된 회의 일정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선명해졌습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실 문을 박차고 나온 한 팀이 “소네트”라는 이름을 달고 첫걸음을 뗐거든요. 연구 성과는 실험실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간이 줄어들죠.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술은 곧 흘러간 트렌드가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들은 설립일 자체를 속도로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손준우 대표와 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그는 독일에 있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의 전시장 바닥은 금속성 광택을 뿜고, 사람들은 표준어처럼 같은 단어를 반복했죠.

“센서 퓨전, 안전성 검증, 리던던시.” 우리는 시차를 가로질러 채팅창을 켜고 물었습니다. “8개월 만에 중소기업 최초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 그게 가능해요?” 답은 담백했습니다. “가능했어요. 지난 10년 동안 DGIST에서 쌓아온 연구가 있었으니까요.” 화려한 포장 대신 연구 이력서를 펼쳐 보이는 방식, 그것이 소네트의 말투였습니다. 2017년 10월 10일 창업 이후, 그들은 타임라인을 숫자로 말합니다. 2018년 1월, 스웨덴의 자율주행 툴체인 기업 주라곤(Zuragon)과 한국 디스트리뷰터 계약. 2018년 5월, 국토부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허가—중소기업으로서는 최초. 같은 달, 한국기계연구원 연구 용역 수주. 기록은 짧고 기술은 깊다는 말을 증명하듯, 일정표에는 나사로 조여놓은 듯한 성취가 촘촘했습니다.

“역사는 짧지만 노하우는 길다”는 문장이 뻔하지 않게 들리는 경우가 이렇게 드뭅니다. 손 대표는 연구와 시장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자율주행기술을 응용한 비즈니스 발굴, 그리고 알고리즘 최적화”라는 답을 들으면 추상적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그의 하루는 꽤 구체적입니다. 센서 데이터의 노이즈를 줄이는 파라미터 하나를 바꾸고, 파트너와 테스트 일정표를 조정하고, 도심 주행 시나리오의 코너 케이스를 점검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뒤편에서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이 기술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바로 소네트의 사업 개발이죠. 회사는 연구소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전략기획과 재무가 뒤를 받치고, 개발 실무를 책임지는 선임연구원들이 주행 데이터를 씹어 삼킵니다. 지난 30년을 자율주행에 바친 연구소장, 회사 운영을 맡은 총괄이사, 그리고 “팀원 모두가 핵심멤버”라는 조금은 진부하지만 이 팀에게는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 선언.

사무실 분위기는 대학원 연구실과 회사의 가운데, 조용히 집중하다가도 한 사람이 웃음을 터뜨리면 옆자리의 실험 코드가 잠시 멈춘다는 그 지점. 계획은 함께 세우고, 실행은 각자 주도합니다. 책임의 경계가 선명해서 일이 빠르고, 신뢰의 바탕이 두꺼워서 버그가 나도 사람이 부서지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B2B입니다. 글로벌이 타깃이라 국내에서 검색이 잘 안 잡혀 보여요.” 손 대표의 이 말은 변명이 아니라 전략에 가깝습니다. 자율주행을 둘러싼 생태계에서 소네트는 ‘완성차 대 소비자’ 구도를 비켜섭니다. 그들이 노리는 곳은 시스템의 내부, 제조와 검증, 테스트와 툴체인이 만나는 접점입니다. 스웨덴의 툴체인 기업과 손잡은 이유도, 독일 전시회에 초청 연사로 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TTTech, 영국 워릭대와의 협력 미팅은 연구의 언어와 산업의 언어를 번역하는 ‘브릿지’ 작업이죠. 한국에서 보기 드문 B2B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올리는 방식, 그것을 소네트는 실무의 문법으로 풀어냅니다. 그들의 다음 단추는 분명합니다. 일반 차량을 자율주행으로 개조하는 키트의 상용화, 그리고 자율주행 전기 셔틀로의 확장. 도로 위에 갑자기 미래가 출현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소네트는 ‘지금 있는 차’를 바꾸는 일로 미래를 불러옵니다. 동시에 국내 독점 라이다 센서 판매 계약과 국내 최대 완성차 기업과의 키트 공급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흘립니다. “거의 성사 단계예요.” 확정의 언어를 아끼는 태도는, 기술자들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 회사가 왜 ‘사람’을 자주 언급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손 대표의 히로인은 “아내”입니다. 든든한 지원자이자 첫사랑이자 20년지기 친구. 업무와 생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스타트업의 일상에서, 그가 지키려는 기준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소네트의 모토는 “People Saving People.” 자율주행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고령자 등 교통약자가 이동에서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문장. 거대한 비전 같지만, 실제로는 눈앞의 작은 결정을 바꿉니다. 테스트 시나리오를 설계할 때, 제품의 실패 모드를 상상할 때, 고객사와의 계약서를 검토할 때, ‘사람을 먼저’라는 기준을 대입하는 습관 말입니다. 팀에게 필요한 사람을 묻자, 손 대표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심심한 걸 못 참는 사람.”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주저가 없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글로벌 파트너와의 소통이 잦기에 영어는 중급 이상이면 좋다고 덧붙입니다. 이 요건을 나열해놓고는 곧 웃으며 말합니다. “심하게 완벽하죠. 근데 로켓펀치에는 있더라고요.” 채용을 ‘간절함’으로 미화하지 않고 ‘호기심’으로 설명하는 회사, 그곳에서 일의 재미는 일종의 핵심역량입니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 내 빛나는 스타트업과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스타트업의 차이는 뭘까요. 소네트를 보고 있으면 두 가지 단어가 떠오릅니다. 축적과 번역.

축적은 DGIST에서의 10년을 그냥 역사로 남겨두지 않고, 창업 첫해의 추진력으로 전환한 능력입니다. 번역은 연구 언어를 시장 언어로 바꾸는 작업, 다시 말해 기술의 쓰임새를 비즈니스의 문장으로 옮기는 기술입니다. 전시는 강연으로, 파트너십은 공급망으로, 알고리즘의 개선은 계약의 근거로 바뀝니다. 이 번역이 매끄럽지 않으면, 기술은 멋진 데모로만 남습니다. 반대로 번역이 정교하면, 기술은 서비스가 되고 회사는 사업이 됩니다. 손 대표의 개인 목표는 간단합니다. “덕업일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의 표정은 회의실 조명보다 밝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합니다.

서로 도우면서 재미있게. 아마 그에게 회사는 제품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드는 장소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인터뷰 말미, 그는 겸연쩍게 부연했습니다. “우리는 기술보다 더 깊고 푸른 가치를 추구해요.” 그 문장을 믿게 만드는 건 화려한 슬로건이 아니라, 오늘도 데이터셋을 정제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입니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에게만 살짝 귀띔합니다. 소네트는 지금 두 자리를 엽니다. 하나, 기술영업을 맡을 신설 영업팀의 초석.
자율주행 키트와 툴체인, 센서 솔루션을 고객사의 언어로 설명하고, PoC를 설계하며, 현장의 피드백을 제품팀으로 되돌려보낼 사람입니다. 다른 하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센서 퓨전과 경로 계획, 인지·제어 알고리즘 최적화 어느 한 축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온 분이면 더없이 좋습니다. 위치는 DGIST 인근의 연구 생태계 한복판, 일하는 방식은 계획을 함께 세우고 실행은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 호기심이 왕성하고, 공감 능력이 좋고, 영어로 파트너와 의견을 주고받는 데 거리낌이 없는 분이라면, 당신은 이미 반쯤 소네트 사람입니다. 지원은 로켓펀치에서 받는다고 하네요. 혹시 오늘이 또 한 번의 10월 10일이라면, 달력을 넘기기 전에 메일함을 열어보세요. 어떤 날은, 우리가 선택해서 선명하게 만드는 법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