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마포의 작은 사무실. 스킨케어 브랜드를 시작한 지영은 노트북 화면 속 틱톡 라이브를 멈추지 못한다. 화면 저편, 뉴저지의 한 크리에이터가 지영의 토너를 들고 “이건 진짜 한국식 수분 레이어링의 핵심”이라며 두 번, 세 번 덧바른다. 실시간 장바구니 수가 톡톡 올라가고, 알림창이 번쩍인다. “이게… 미국에서 가능하다고?” 몇 달 전만 해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국 법인, 은행 계좌, 주소까지 갖춰야 한다는 얘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9월 들어 판이 달라졌다.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틱톡코리아가 손을 잡고, 현지 법인 없이도 서울의 우수 중소기업이 ‘미국 틱톡샵’에 입점하고 판매까지 이어갈 수 있는 지원 사업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내 지자체·공공기관 차원에서는 첫 사례다.([스타트업투데이][1]) “처음 10개사부터 들어갑니다.” 사업 설명회에서 들은 문장이 지영의 귀에 오래 남았다.

2025년 8월 협약을 맺고, 미국시장 틱톡샵 개설과 프로모션을 공동으로 밀어준다. 입점 컨설팅만이 아니라 샵 최적화, 인플루언서 매칭, 그리고 플랫폼 안에서 돌아가는 각종 프로모션까지 ‘전(全) 여정’을 붙잡아주는 그림이다. 한국에서 시작해 미국 소비자 앞까지 도달하는 길을, 중간에서 새끼줄로 이어주는 느낌에 가깝다.([이뉴스투데이][2]) 무엇이 바뀌었을까. 본질은 진입장벽의 재구성이다. 틱톡은 올해 들어 한국 기업의 미국 틱톡샵 온보딩을 열면서, 현지 법인 유무가 절대선이던 과거 공식을 일부 풀어냈다. 그 변화는 “한국 사업자만으로도 미국 틱톡샵에 들어갈 수 있다”는 문장으로 요약되지만, 실제의 의미는 더 크다. 크리에이터-콘텐츠-결제-물류가 한 화면에서 닫히는 쇼핑 경험으로의 초대, 그리고 한국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에게 ‘보이는 시간’을 확장할 권한을 얻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Korea Times][3]) 그렇다고 모든 문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현지 법인 없이 가능’은 온보딩과 판매의 통로를 열어준다는 말이지, 통관이나 안전인증, 세금, 제품책임 같은 현실의 무게를 대신 져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그 무게를 덜 지게 한다.

플랫폼 안팎의 룰을 아는 실무 컨설팅이 깔리고, 미국 타깃 크리에이터와 연결되는 파이프가 마련되며, 성과가 나는 브랜드는 연말 글로벌 인플루언서 행사까지 밀어붙여 준다. 한국 브랜드가 가장 취약했던 ‘초기 트래픽’과 ‘맞손 파트너’ 구간을 공공-플랫폼이 함께 메워주는 셈이다.([스타트업투데이][1]) 지영이 가장 먼저 손댄 건 상품페이지가 아니었다. 촬영 대본이었다. 틱톡에서 제품은 ‘설명’이 아니라 ‘서사’로 팔린다. 15초부터 90초 사이, 피부가 건조해지는 순간의 디테일, 바르는 소리(ASMR), 질감이 바뀌는 클로즈업, 그리고 미국 시청자에게 익숙한 표현 한두 마디. “K-beauty 토너는 토닝이 아니라 ‘프리-모이스처’다” 같은 문장 하나가 전환을 건드린다. 그 다음에야 페이지가 따라온다. 미국 단위 표기, 성분 라벨링, 민감성 테스트 결과, 배송·반품 문장. 화면 속 크리에이터가 팔아주고, 페이지가 그 결정을 다졌다.

사업의 타이밍은 좋다. 틱톡샵은 미국에서 이미 거대한 실험무대를 만들어냈고, ‘쇼핑 가능한 동영상’은 사용자 시간을 매출로 바꾸는 데 능숙해지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소셜커머스 판에서 틱톡의 구매자 수는 가파르게 늘었고, ‘보는 시간’과 ‘사는 행동’이 같은 공간에서 엮이는 패턴이 일상화됐다. 단순 노이즈가 아니다. 소비자 행동이 콘텐츠 흐름에 흡수된 결과다.([EMARKETER][4]) 물류는 여전히 숙제다. 하지만 숙제는 방법을 만나면 시스템이 된다.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 한국에서 직접 미국까지 보내되, 반품 처리와 고객 CS를 현지 파트너에 위탁하는 방식. 둘, 미국 내 풀필먼트로 재고를 미리 옮겨두고 ‘다음 날 도착’의 기대에 맞추는 방식.

틱톡이 자체 물류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신호탄이었다. 속도와 신뢰를 붙여야 콘텐츠가 만든 욕구가 결제로 전환된다. 지영은 초기에는 직배송으로 시작해 바이럴이 붙자 곧장 현지 창고로 갈아탔다. 콘텐츠는 급하지만, 물류는 느리면 안 된다.([AP News][5]) 가격과 마진은 또 다른 전쟁터다. 틱톡의 추천 엔진은 ‘좋아요’만이 아니라 구매·반품·재구매까지 삼켜서 다음 노출을 결정한다. 그러니 ‘할인을 크게 쏘자’로 접근하면 후유증이 남는다. 캠페인 초반엔 크리에이터 커미션과 쿠폰을 조합해 체험을 넓히고, 후기·리뷰 영상이 자가 증식되면 그때 단가를 서서히 정상화하는 편이 낫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건 스토리, 전환을 당기는 건 신뢰, 그리고 신뢰를 지탱하는 건 일관된 가격과 옵션 구성이다. SBA의 컨설팅이 유효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락커룸 같은 내부 룰을 알고 들어가는 팀과, 모르고 들어가는 팀의 격차는 첫 달부터 숫자로 갈린다.([스타트업투데이][1]) 규제의 그림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 플랫폼은 때때로 입점·노출 기준을 조정한다. 판매자 분류나 서류 요구가 강화되는 구간이 오기도 하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외 셀러’에 다른 룰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의 온보딩 문이 열렸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영구히 보장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이 만든 ‘공식 루트’와 플랫폼의 ‘공식 가이드’를 타고 가면 변동이 와도 대화의 창구가 남는다. 혼자 다 헤엄치던 시절과는 다르다.([Reuters][6]) 이 사업이 가진 상징성은 숫자보다 감각에서 온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변화의 파도 앞에서 ‘먼저 들어가 본다’는 태도를 취했다는 감각. 유통 채널을 개척한다는 말은 결국 소비자 마음속의 자리 하나를 선점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잘 팔리던 방식이 미국에서 잘 통하지 않는 순간도 있겠지만, 틱톡이라는 거대한 무대가 최소한 “보여줄 기회”만큼은 공평하게 나눠준다. 그 기회를 창의로 바꾸는 일은 브랜드의 몫이다.([한국경제][7]) 지영은 매일 새벽 2시에 맞춰 라이브를 튼다. 동부시간 오후 1시, 미국의 점심시간대에 맞추기 위해서다. 채팅창에는 “이거 민감성 피부도 괜찮나요?”, “향이 강한가요?”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그는 한국어로 짧게 대답하고, 손글씨 보드에 영어로 핵심을 적는다. “Fragrance-free. Barrier-friendly.” 통역을 두느니, 화면에서 메시지를 명료하게 하는 게 더 빠르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라이브가 끝나면, 클립을 잘라 20초짜리 숏폼 5개로 만든다. 같은 원본으로 서로 다른 훅을 테스트한다.

첫 3초, 손의 동선, 표정의 웃음까지. 여기서 ‘서울식 실행력’이 빛난다. 첫 주엔 내부 인력으로, 둘째 주엔 크리에이터와 합을 맞추고, 셋째 주엔 제품 라인을 하나 더 붙여 보조 매출을 만든다. 틱톡의 생태계는 생각보다 입체적이다. 크리에이터 어필리에이트, 샵 광고, 라이브 쿠폰, 공동 제작 콘텐츠, 브랜드 계정의 스파크 부스팅까지. 어떤 조합이 우리에게 맞는지는 결국 테스트로만 답을 얻는다. 하지만 테스트의 속도를 3배로 올려주는 건 파트너와 제도의 촘촘함이다. 이번 SBA-틱톡 협업이 ‘원스톱’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스타트업투데이][1]) 혹자는 묻는다. “이게 오래 갈까?” 당연히 시장은 요동친다.

수많은 소셜커머스가 흥망을 오갔고, 거품을 걷어내려는 힘도 작동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소비자의 주목과 구매가 같은 스크린에서 닫히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플랫폼의 룰이 바뀌면 전략을 바꾸면 된다. 중요한 건 첫 발을 내디뎠느냐, 그리고 매일 발을 다시 내딛느냐이다. 서울이 만들어준 길 위에서, 10개 브랜드는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답하게 될 것이다.([Business Insider][8]) 마지막으로, 이 길을 고민하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체크포인트가 있다. 제품 스토리를 영상 문법으로 다시 쓰고, 미국 소비자의 일상 언어로 번역하라. 배송·반품을 ‘간단하고 예측 가능하게’ 설계하라.

가격은 초반엔 문턱을 낮추되, 후기와 UGC가 쌓이면 제값을 찾아가라. 그리고 무엇보다, 크리에이터를 ‘전달자’가 아니라 ‘공동 제작자’로 대하라. 그때 비로소 알고리즘은 브랜드 편이 된다. 나머지는 파도 타기다.
서울이 파도를 불러왔다. 이제, 올라탈 차례다.
[1]: https://www.startuptoday.kr/news/articleView.html?idxno=51243&utm_source=chatgpt.com "서울경제진흥원, 틱톡코리아와 美 시장 진출 위한 '틱톡샵 ..." [2]: https://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23204&utm_source=chatgpt.com "서울경제진흥원, 틱톡코리아와 손잡고 국내 최초 '미국 ..." [3]: https://www.koreatimes.co.kr/business/tech-science/20250523/tiktok-lowers-entry-barrier-for-korean-sellers-to-enter-us-market?popular-page=1&prnewsidx=744edbb4-ffaf-11ef-b492-02eed468a967&utm_source=chatgpt.com "TikTok lowers entry barrier for Korean sellers to enter US ..." [4]: https://www.emarketer.com/content/tiktok-shop-propels-social-commerce-growth-2024?utm_source=chatgpt.com "TikTok Shop propels social commerce growth in 2024" [5]: https://apnews.com/article/65470c109c80408f05875d8678fe5072?utm_source=chatgpt.com "TikTok Shop launches in the U.S.
as the company bets big on e-commerce" [6]: https://www.reuters.com/technology/chinese-tiktok-sellers-complain-under-fire-platform-tightening-us-rule-2024-03-27/?utm_source=chatgpt.com "Chinese TikTok sellers complain of under-fire platform tightening US rule enforcement" [7]: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9026948i?utm_source=chatgpt.com "SBA, 틱톡과 손잡고 서울 중소기업 美시장 진출 지원 나선다" [8]: https://www.businessinsider.com/how-tiktok-challenger-flip-unraveled-2025-9?utm_source=chatgpt.com "The mysterious demise of a $1 billion social shopping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