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 문을 닫고 의자를 올려놓던 밤, 뉴스 한 줄이 눈에 쏙 들어왔어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상혁 선수가 2m34를 넘기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소식이었죠. 화면 속 그는 “온몸이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씩 웃었습니다. 이상하죠. 아픈데 웃어요. 그런데 그 표정이 묘하게 사장님들의 퇴근 얼굴하고 닮아 있더라고요. 하루에 천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티고, 내일을 위해 꺼지지 않는 웃음을 남겨두는 얼굴 말이에요. 올해 8월, 그는 종아리를 다쳐 5주 가까이 제대로 된 기술 훈련을 못 했대요.

그래도 코치와 약속했답니다. “즐기면 기회가 온다. 우리가 쌓아 온 시간을 믿자.” 완벽하지 않은 몸, 완벽하지 않은 준비. 그런데도 그는 경기장에 들어섰고, 결국 2m34를 넘으며 시상대에 올랐죠. 가게도 그렇지 않나요. 재고가 모자라거나, 인력이 빠지거나, 상권이 잠깐 흔들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오늘은 90%의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하자”는 결심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아서 살아남는 날이 있잖아요.

우상혁의 강점은 ‘스피드’예요. 키가 큰 라이벌들이 늘 유리하다는 통념 속에서, 그는 더 빠른 조주로로 자신만의 길을 냈죠. 장사를 하다 보면 옆 건물에 자본 넉넉한 체인이 들어올 때가 있어요. 그때 우리가 꺼낼 카드는 대개 민첩함입니다. 메뉴를 빨리 바꾸고, 고객 피드백을 하루 만에 반영하고, 콘텐츠를 쉴 새 없이 테스트하는 속도 말이죠. 크고 느린 배의 그림자에 눌리지 않으려면, 작은 보트의 선회력으로 파도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그가 2m38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장면, 저는 아주 좋았어요. 왜냐면 그 점프가 ‘미래의 매출표’처럼 보였거든요.

지금은 닿지 않는 숫자라도, 도전 자체가 관성의 방향을 바꿔요. 가게도 가끔은 ‘높이의 맛’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 매출, 재방문율, 객단가 같은 목표를 현실보다 살짝 높은 곳에 걸어두면, 몸이 그쪽으로 뛸 힘을 만들어요. 실패가 기록되는 날. 그날의 데이터가 다음 점프대를 깔아줍니다. 무대 뒤 장면도 눈에 들어왔어요. 친구들이 관중석에서 목청껏 응원했고, 시상식에서는 동료의 눈물을 다독였죠. 이게 바로 동네가게의 커뮤니티 마케팅 아닐까요.

단골이 우리를 응원하는 구조, 이웃 가게와 서로 손을 내미는 관계. SNS 이벤트보다 더 강력한 건, ‘내 편이 있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에너지예요. 사장님이 힘들어 보이는 날, 옆집 카페 사장이 건네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매출표에는 안 찍혀도 내일 문을 열게 하잖아요. 그의 인터뷰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은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였어요. 결과보다 루틴을 더 믿겠다는 태도죠. 장사도 루틴이 생명을 구합니다. 새벽 납품 체크, 오픈 전 15분 동선 점검, 피크타임 메뉴 단순화, 마감 후 3줄 일지. 위기는 커다란 결정으로 극복하기보다, 작은 습관이 어제의 손실을 오늘의 기회로 바꾸면서 넘어갑니다.

또 하나, 그는 일정표를 길게 봅니다. 2026, 2027, 2028… 큰 대회가 줄줄이 이어져요. 그래서 오늘의 은메달이 실패가 아니라 동력으로 읽힙니다. 가게도 분기별로 ‘테마’를 정해보세요. 4분기는 회복, 1분기는 메뉴 리뉴얼, 2분기는 리뷰 확보, 3분기는 이익률 복원 같은 식으로요. 달력이 전략이 되면, 하루의 피로가 서사의 일부가 됩니다. 손님이 줄어든 날조차 “이번 분기 가설을 검증했다”는 뜻이 되니까요. 그에게는 김도균 감독이라는 든든한 코치가 있죠.

사장님에게도 코치가 필요해요. 업종이 다른 선배일 수도, 숫자를 냉정히 봐주는 회계사일 수도, 혹은 솔직한 단골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주관을 흔들지 않고 수정해 줄 타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혼자 모든 판단을 지고 뛰다 보면, 마음이 먼저 다칩니다. 그리고 회복을 일로 인정하는 태도. 그는 “지금은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어요. 장사판에서는 쉬는 걸 죄처럼 느끼지만, 사실 회복은 생산의 일부입니다. 월 1회 강제 휴무, 피크 다음날 오후 오픈, 스태프 교차 휴식, 이런 장치가 근육에 산소를 넣어줍니다.

쉬는 날의 용기가 바쁜 날의 스피드를 지켜줘요. 마지막으로, 그는 웃습니다. 파리에서 울었던 선수가, 도쿄에서는 웃으면서 “행복한 점프를 보여드리겠다”고 하네요. 사장님, 오늘 가게 문 닫을 때 거울 보고 한 번 웃어보세요. 수치가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에겐 루틴과 속도와 사람과 달력이 있습니다. 그러면 내일, 2m38 같은 목표가 다시 손짓할 거예요. 높이는 멀리 있지 않아요. 우리가 이미 쌓아 올린 작은 상자들 위, 단 한 번 더 힘차게 딛고 뛰어올라 만나는 곳에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