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자동문이 열리자, 목에 은빛이 번쩍였죠. 도쿄에서 막 돌아온 우상혁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온몸이 아프다”고 했지만, 그 말끝에는 ‘그래도 해냈다’는 안도의 숨이 들었어요. 2m34. 숫자는 건조하지만, 거기엔 다리 쥐나는 밤, 묵직한 테이핑, 그리고 “즐기면 기회가 온다”는 주문이 켜켜이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작게는 하루 매출, 크게는 다음 분기 생존을 고민하는 사장님들의 얼굴과 포개져 보였어요. 우리도 매일 바(Bar)를 세우고, 뛰어넘으려 달려가잖아요. 그의 지난 1년은 소상공인의 장부처럼 굴곡졌습니다. 파리에서 눈물로 마감한 여름, 누구나 겪는 ‘왜 내 실력만 안 나오지’의 절망이 있었죠.

게다가 8월 종아리 부상까지 얹히며 훈련은 구멍이 났고요. 그런데도 도쿄 결선에서 그는 2m34를 넘기고, 세계 최정상과 어깨를 맞댔습니다. “기적 같은 경기였다”는 그의 말은 결과 자랑이 아니라, 준비와 회복이 맞물릴 때만 오는 보상의 시간에 대한 고백이었어요. 사장님들의 가게에도 늘 ‘부상’이 생깁니다. 갑작스러운 임대료 인상, 단골의 이사, 알고리즘의 변덕, 예상치 못한 리콜… 그럴 때 우리는 대개 매출 그래프만 응시하다 체력이 먼저 무너집니다. 우상혁은 통증을 숨기지 않았어요. 상태는 90%였다고, 예선에선 발목도 부었다고, 그래서 더 차분히 다음 시도를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인정은 패배가 아니라 전략의 시작이에요.

오늘 재료가 모자라면 메뉴를 줄이고, 피크타임을 견딜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처럼요. 그가 말한 “즐김”도 오해하면 안 됩니다. 그건 무책임한 가벼움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루틴을 지키게 해주는 마음의 기술입니다. 손님이 없는 오후, 한숨 대신 매대 정렬과 후기 답장을 시작하는 태도. 광고 효율이 떨어져도 고객 인터뷰를 늘리고, 상품 사진을 갈아 끼우며 ‘할 수 있는 일’을 붙드는 것. 즐김은 성장을 위한 지속성의 다른 이름이에요. 도쿄의 하늘 아래서 그는 2m38에도 도전했습니다. 실패였지만 표정은 맑았죠.

기록의 세계에선 1cm가 생사를 가르지만, 준비의 세계에선 그 1cm를 위한 자잘한 선택들이 중요합니다. 메뉴 사진의 각도 5도, 리뷰 답장의 온도 1도, 포장 박스의 두께 1mm. 손님은 그런 ‘미세 조정’의 합계를 기억하고, 다음 결제 버튼을 누릅니다. 오늘의 2cm는 내일의 2만 원, 모레의 200만 원이 되지요. 저는 그가 친구들과 관중의 함성에서 에너지를 받았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남았어요. 트랙 위의 점퍼도 혼자 뛰지 않습니다. 코치, 트레이너, 동료, 그리고 관중. 가게도 같아요.

회계사 언니, 인쇄소 사장님, 거래처 기사님, 골목 맘카페—이들은 우리 팀입니다. 잘 달릴 때뿐 아니라, 힘이 빠질 때 “오늘은 여기까지도 잘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팀의 목록을 적어두고, 시즌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네보세요. 관계는 재고가 아니라도, 위기 때 가장 먼저 꺼내 쓰는 자산이니까요. 그의 라이벌도 흥미로웠습니다. 키가 더 크고, 멘털도 강하다는 상대를 향해 우상혁은 “부담 없다”고 했죠. 대목마다 나타나는 옆 가게, 대기업 PB, 해외 직구가 우리에겐 그 라이벌입니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아도 비교의 잣대를 바꾸면 길이 트입니다.

‘누가 더 싸게’가 아니라 ‘누가 더 나답게’. 예컨대 오래된 골목 사진을 곁들인 스토리 카드, 지역 생산자와의 협업, 이름을 불러주는 영수증 메시지. 작은 가게가 낼 수 있는 감도는 아직 복제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페이스’의 문제. 키 큰 점퍼들까지 조주로를 더 빠르게 뛰는 시대라며, 그는 자신만의 속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장이 빨라질수록 우리도 페이스를 점검해야 합니다. 남이 달린다고 무작정 광고비를 올리면, 종아리처럼 예산이 찢어집니다. 반대로 너무 천천히 가면 타이밍을 놓치죠.

일주일 단위의 실험—썸네일 두 종, 문구 세 종, 타겟 두 그룹—으로 최소 비용의 최대 학습을 쌓아 페이스를 조절해보세요. 기록은 몸이 아니라 데이터가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가 시상식에서 라이벌의 눈물을 안아주던 장면도 좋았습니다. 스포츠맨십은 패배의 애틋함을 인정하는 성숙함에서 나와요. 우리도 경쟁 가게의 신메뉴가 잘 나가면 배가 아프지만, 그 리뷰를 찬찬히 읽으며 배우고, 언젠가 협업 팝업을 상상하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질투는 휘발되지만, 배움은 남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그의 “100점 이상”이라는 시즌 점수. 어쩌면 건방하게 들릴지 몰라도, 저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는 금메달을 놓쳤지만 과정에서 지시한 모든 단계를 체크했고, 남은 과제도 명확히 말했어요. 성적표는 늘 숫자가 아니라, 다음 계획이 써지는 종이여야 하거든요. 사장님도 올가을 당신 가게에 100점 이상을 주어보세요. 이유를 세 가지 적고, 겨울 시즌을 위한 한 가지 실험을 붙이면 그 점수는 자만이 아니라 연료가 됩니다. 우상혁은 이제 LA를 봅니다. 우리에겐 다음 분기, 명절 대목, 새해 첫주가 LA예요. 아직 멀어 보이지만, 그날의 2m38을 위해 오늘의 2m34를 깨야 합니다.

재고는 가볍게, 스토리는 또렷하게, 팀은 단단하게. 넘어선 높이를 몇 번이고 돌아보며, “즐기면 기회가 온다”는 말을 속으로 따라 해봅니다. 은빛의 광택은 사실 결과의 색이 아니에요. 쓰다듬은 루틴, 견딘 저녁, 포기하지 않은 마음의 색이죠. 사장님, 오늘도 바를 세우셨나요. 그럼 이제 달려보아요. 뛰는 한 우리는 계속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