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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 Biz1hour

대기업 대규모 채용으로 동네 인구·소비 패턴이 바뀐다. 구인 경쟁에 대비한 채용 공정화, 영업시간·메뉴·재고 재설계, 데이터 협업과 지역 수요 공략 등 소상공인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전략을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31분 읽기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 Biz1hour

아침 일곱 시 반, 가산디지털단지의 길게 늘어선 출근 행렬을 보면서 현수막 하나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향후 5년, 6만 명.” 숫자는 늘 감각을 마비시키지만, 출근길 소상공인에게 이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 가게 앞을 지나던 그 청년이, 당신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그 친구가, 내년 봄엔 반도체 클린룸으로, 바이오 배양실로, 혹은 AI 모델링 콘솔 앞자리로 옮겨갈 수도 있다. 인재가 빠져나가면 당장 주말 저녁 서빙이 비고, 평일 낮 배송이 꼬인다. 그러나 누군가의 떠남은 또 다른 누군가의 도착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에서 버티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물살을 타볼 것인가.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 물살에 관한 것이다. 한 번 상상해보자. 영등포에서 10년째 분식집을 하는 박 사장은 요즘 면접을 보러 오는 20대가 부쩍 줄었다고 툴툴댄다. 그래도 아침엔 주문이 몰리고 오후엔 포장 문의도 많다.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소매·유통 hiring competit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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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 우연히 고객이 흘린 얘기를 듣고 귀가 쫑긋 선다. “이번 학기 인턴 붙으면 정직원 전환까지 본다더라. 교육도 빵빵해.” 그날 밤 그는 뉴스를 뒤적이며 알게 된다. 대기업이 반도체·바이오·AI에서 대규모 채용을 예고했고, 대학생 인턴 규모도 키운다니, 인재의 조류가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분식집의 인사 문제를 넘어, 동네 경제의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는 뜻이다. 일터가 생기는 곳에는 식사가 필요하고, 쉬는 공간이 필요하고, 옷이 필요하고, 이동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하다. 거대한 제조 라인이 세워지는 것만이 기회가 아니다. 거기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하루가 우리 기회다. 우선 소상공인이 제일 먼저 체감할 변화는 구인 경쟁의 탄력이다. 6만 명 규모의 신규 채용은 단지 ‘대기업만 사람을 데려간다’가 아니다. 1년에 1만 2천 명이 새로운 도시, 새로운 직장, 새로운 생활권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주말엔 코인세탁소를 이용하며, 컵라면이 아닌 제대로 된 영양을 찾는다. 경쟁은 인재만 놓고 벌어지지 않는다. 소비의 판도에서도 벌어진다. 오후 두 시에 몰리던 손님이 오전 11시 반에 몰리고, 야근하는 층이 늘면 밤 9시에 한 번 더 파도가 친다. 매출의 곡선이 바뀔 때, 메뉴 구성과 재고 회전, 운영 시간표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내 가게는 원래 이랬어”라는 말은 변화를 지켜보는 관람객의 말이다. 플레이어라면 물결을 보고 노를 젓는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건 ‘연결 인재’다. 청년 소프트웨어·AI 교육 프로그램에서 수천 명이 배출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다양한 기업으로 흩어진다. 이 말은 곧, 동네 곳곳에 데이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소매·유통 비즈니스 hours adjustment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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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매장 데이터 분석이란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은 점심시간에 주문이 몰리는 패턴, 1인 방문과 2인 방문의 회전 차이, 오후 간식 수요의 날씨 민감도, 리뷰의 키워드 빈도 같은 걸 ‘친구에게 부탁하듯’ 도움받을 수 있다. 당신의 단골 중에 그런 사람이 분명 있다. “우리 가게 포스 데이터를 엑셀로 빼서 시즌별로 봐줄 수 있어?”라고 말해보자. 비용이 부담된다면 대가를 현물로 얼마든지 맞바꿀 수 있다. 두 달 치 점심 정기권, 협업자의 포트폴리오, 구직을 앞둔 이력서에 넣을 수 있는 실전 프로젝트 경험. 이 작은 빗장을 열면, 매장의 효율은 체감으로 달라진다. 세 번째는 ‘공정한 채용’의 실험을 동네가 앞장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오래전부터 열어온 학력 차별 없는 채용, 여성 채용 확대, 기술 인재 우대 같은 문화가 청년들의 기본값을 바꿨다. 소상공인의 채용 공고도 그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학력 무관, 성별 무관, 경력 무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근무 중 배울 수 있는 구체적 내용, 현장에서 쌓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 일정 예측 가능성, 안전과 휴식에 대한 약속, 무엇보다 사장의 철학을 말로 적어 넣어야 한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나요?” 대신 “여기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남길 수 있게 해줄까요?”라고 묻자. 질문 하나가 인식의 문을 연다. 큰 회사만 멋진 언어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의 가게도 ‘일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네 번째로, 공급망의 사소한 고리가 기회가 된다. 반도체 배치를 바꾸는 장비는 못 만들지 몰라도, 공단 입구의 샐러드 바, 회식 대체가 되는 저알코올 칵테일, 야근을 버티게 해주는 프로틴 쿠키, 기숙사 옆 셔츠 다림질 택배 같은 건 당신이 지금 당장 설계할 수 있다. 특히 신입·인턴 비중이 높아지는 구간에선 ‘첫 월급 전에 필요한 것들’ 리스트가 있다. 대중교통 정기권 꿀팁, 근처 병원·치과 추천, 점심 시간 줄 서지 않는 코스, 퇴근 후 30분짜리 스트레칭 수업.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소매·유통 menu 계획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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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패키지로 묶어 ‘동네 온보딩 키트’로 팔아보자. 가격은 과감히 낮추되, 다음 달에 재구매되거나, 친구를 데려오게 만드는 혜택을 붙인다. 대기업의 채용 공지는 우리 동네의 신입 유입 예보다. 예보를 보면 우산을 챙기듯, 동네의 온보딩을 준비하자. 다섯 번째는 ‘학습 공간’이다. 청년이 몰리는 곳엔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진 시험을 보고, 누군진 코딩 테스트를 준비한다. 저녁 8시 이후 테이블 회전이 낮은 카페라면 두 시간 정액 좌석을 따로 구성하고, 콘센트와 조명, 소음을 재배치하자. 노트북 대여 두 대, 유선 이어폰 여분, 프린트 쿠폰 10장. 이런 준비만으로도 평일 저녁의 매출이 바뀐다. 더 나아가, 지역의 개발자 커뮤니티나 대학 동아리,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 수료생 모임과 월 1회라도 ‘실전 데이터 나이트’를 열어라.

당신의 포스 데이터 일부를 익명화해 공개하고, 현장에서 함께 인사이트를 뽑아보는 작은 행사. 참가자에겐 음료 쿠폰을, 가게엔 운영 리포트를 남기는 식으로. 서로가 서로의 학습 자료가 되면, 동네는 학원의 외장 없이도 살아 숨쉬는 커리큘럼이 된다. 여섯 번째는 ‘작은 연구개발’이다. 바이오와 AI가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문제정의에서 승부가 난다. 동네 미용실이 염색약 재고를 계산하는 문제, 소형 공방이 건조 시간을 트래킹하는 문제, 김밥집이 김밥 두께를 균질하게 유지하는 문제. 이건 모두 데이터의 언어로 바꿔볼 수 있는 민감한 주제다. “이번 달 김밥 무게 표준편차를 10% 줄이기” 같은 목표를 세우고, 단골 대학생과 파일럿을 하라. 가게 내부에 ‘오늘의 실험’ 기록판을 만들어 간단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면 고객도 참여한다. “참치김밥 무게는 지난주보다 6g 안정” “매운소스 주문은 비 오는 날 1.3배” 같은 문장이 가게의 공기를 바꾼다.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소매·유통 inventory 관리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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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이 집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게 곧 브랜드다. 일곱 번째는 ‘지역 연합’이다. 대기업은 지방을 돌며 스타트업을 키운다. 대구, 광주, 경북에 지역 거점을 둔 프로그램들이 늘어났다.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당신에게 이건 서울로 올라와야만 기회가 있던 시대가 끝나간다는 신호다. 당신의 도시에도, 어딘가에 기술 창업팀이 있다. 그들과 손잡고 파일럿 매장이 돼보라. ‘스마트 냉장고 재고 인식’ ‘음성 주문 키오스크 개선’ ‘매장 내 동선 열지도’ 같은 실험은 상호 이득이다. 그 팀에겐 실전 데이터와 사용자 피드백이, 당신에겐 개선과 홍보가 생긴다. 지역 신문은 ‘우리 동네 가게가 AI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지자체의 소상공인 디지털화 예산은 파일럿을 찾는다.

연합은 기회를 확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다리다. 여덟 번째는 ‘공적 언어’에 대한 감각이다. 취업을 돕는 교육,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청년 활동가 프로젝트 등 굵직한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사업은 때로는 멀게 느껴지고, 때로는 서류가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지역 상공회의소나 구청 기업지원과, 중기부의 사업설명회를 한 번만 제대로 들어보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 ‘멘토 매칭’ ‘인턴 연계’ ‘디지털 전환 바우처’ 같은 단어들이 서류 뒤에 줄줄이 붙어 있다. 중요한 건 이 언어를 당신의 말로 번역하는 일이다. “우리 가게는 인턴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나?” “우리 매장의 문제정의는 무엇인가?” “이 지원금이 없으면 나는 무엇을 못 하게 되는가?” 질문을 먼저 적고, 거기에 맞는 제도를 끼워 맞추면 서류는 일기 쓰듯 쉬워진다. 아홉 번째는 ‘브랜딩의 톤’이다. 채용이 늘어나는 계절에, 가게의 말투도 바뀌어야 한다.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소매·유통 데이터 collaborat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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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 포스터에 “알바 구함” 대신 “배우며 일할 동료를 찾습니다”라고 적는다. SNS엔 신제품 사진만 올리지 말고, “이번 달 목표는 점심 대기 3분 단축, 우리 팀이 연구 중입니다” 같은 문구를 끼워 넣는다. 야간 메뉴판에는 “야근러를 위한 단백질 라인업”을 만들어, 진짜로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계산해 표기한다. 한 젓가락에 들어있는 배려가 피곤한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 인근 회사의 신입 사원 교육 주간엔 ‘신입 주간 할인’을, 인턴 전환 면접 시즌엔 ‘면접 응원 세트’를 만든다. 제품이 언어를 얻으면, 고객은 당신 가게를 기억할 이유를 얻게 된다. 열 번째는 ‘사장의 학습’이다. 모든 변화는 결국 사장의 어깨로 돌아온다. 사람 뽑는 일부터 메뉴 바꾸는 일, 데이터 해석, 납품 계약, 협업, 홍보까지. 벅차다. 그래서 혼자 하지 말자.

가게 이름으로 단 하나의 ‘사장 노트’를 만들고, 매주 아침 30분만 써보자. 지난주 숫자, 고객의 한마디, 팀의 기분, 배운 것 하나, 다음 주 실험 하나. 노트의 힘은 과소평가되기 쉽다. 그러나 기록은 누적될수록 자기만의 플레이북이 된다. 그리고 이 노트는 당신이 누군가와 협업하거나, 제도 지원을 신청하거나, 투자자에게 설명할 때 결정적 근거가 된다. “우리는 지난 12주간 이 실험을 했고, 이렇게 개선됐다”라는 문장은 세상 모든 심사자에게 통한다. 이제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장면을 두 개 더 그려보자. 첫 장면은 ‘마이크로 인턴십’. 채용 시장이 뜨겁다고 해서, 우리도 그 열기에만 휩쓸릴 필요는 없다. 대신 반나절, 혹은 일주일짜리 문제정의 기반 인턴십을 설계한다.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소매·유통 fair hiring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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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명확해야 한다. “점심 피크 90분 동안 주문 대기 시간을 20% 줄이는 솔루션 제안.” 인턴 후보는 근처 대학 커뮤니티와 청년 교육 수료생 게시판을 활용해 모집한다. 대가는 소정의 사례비와 식사, 그리고 본인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결과물은 실전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공개 리포트로 만들어 SNS와 동네 커뮤니티에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당신의 가게는 ‘배우고 실험하는 곳’이라는 평판을 얻고, 그 평판은 다시 지원자와 고객을 끌어온다. 두 번째 장면은 ‘동네 컨소시엄 납품’. 대기업의 채용이 늘면 단체 식수요, 웰컴 키트, 사내 행사, 교육 프로그램 간식 같은 수요가 동시에 생긴다. 이 시장을 개별 가게가 단독으로 따내긴 어렵다. 그래서 동네의 세 가게가 컨소시엄을 만든다. 베이커리, 주스바, 샐러드 샵이 각각의 강점을 하나씩 묶어 ‘신입 온보딩 박스’를 제안한다. 박스에는 “첫 출근 축하합니다” 카드와 지역 쿠폰이 들어간다.

품질관리와 납기, 영수증 정산 프로세스를 표준화한다. 영업은 전담자를 한 명 정해 대표로 세우되, 수익 배분은 사전에 투명하게 합의한다. 첫 거래는 소박하게 시작해도 괜찮다. 한 팀 30세트, 다음 달 50세트. 중요한 건 ‘동네가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증명이다. 물론 주의할 것도 있다. 첫째, 인건비 상승에 대한 반응이 과격하면 팀이 붕괴한다. 임금을 무작정 억제하기보다, 단위 시간당 생산성을 올리는 실험을 설계하자. 동선 최적화, 프리프렙(사전 준비) 표준화, 재고 예측의 정확도 향상, 셀프 결제 도입 등. 둘째, 기술 도입은 작은 승리부터 쌓아야 한다. 키오스크 한 대를 들이면 끝이 아니라, ‘이용률 80%’ 같은 목표를 잡고 현장에서 고객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협업은 계약서로 보호하자. 구두로 합의한 선의는 바쁠 때 가장 먼저 흔들린다. 네 번째, 당신의 속도를 지켜라. 남의 혁신은 겉으로 보이기 마련이고, 우리는 늘 늦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작은 가게의 강점은 방향 전환의 민첩함이다. 오늘 결정하고 내일 실험할 수 있다. 이 속도를 무기로 삼자. 이쯤에서 박 사장에게 돌아가 보자. 그는 늦은 밤 가게 구석에서 작은 공책을 펼친다. 노트 첫 페이지 위, 연필로 적는다.

인재 유출에 맞서는 가게 전략 소매·유통 local demand 전략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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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실험: 점심 90분 줄서기 3분 단축.” 그리고 장부를 뒤적여 지난 4주의 대기 시간을 추정하고, 기온과 비의 유무를 적어 둔다. 다음 주엔 평일 하루를 ‘서빙 동선 맵핑의 날’로 정하고, 테이블 번호에 스티커를 붙인다. SNS에는 간단히 공지한다. “우리 오늘 실험합니다. 줄을 줄여드립니다. 아이디어 주시면 음료 한 잔!” 그 포스트 아래로 고객들이 댓글을 단다. “칸막이 하나만 줄여도 회전이 빨라질 듯” “음료 먼저 픽업하면 어때요?” 피드백은 생각보다 빨리 쌓인다. 박 사장은 그중 실현 가능한 두 가지를 골라 다음 날 바로 적용한다. 체감은 미세하지만, 분명히 있다. 일주일 뒤, 단골 중 한 명이 가게에 들른다. 그는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갓 마친 청년이다. “사장님, 혹시 지난주 주문 데이터를 엑셀로 받아볼 수 있을까요. 간단한 대시보드로 만들어드릴 수 있어요.” 박 사장은 눈이 반짝인다. “대신 점심 정기권 한 달 어때?” 거래는 그렇게 성사된다. 청년은 기초적인 시각화와 함께 “날씨가 흐리면 혼밥 손님이 늘고, 둘이 온 손님이 줄어요”라는 인사이트를 건넨다. 박 사장은 그다음 주에 혼밥 전용 미니세트를 출시하고, 줄서기 공간을 재배치한다. 조그마한 표가 휴대폰 안에서 반짝이고, 메뉴판의 글씨가 한 줄 바뀐다. 매출은 한꺼번에 뛰지 않지만, 손님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 표정의 차이는 숫자보다 먼저 사장에게 닿는다. 가끔은 이렇게도 해보자.

가게 문 옆에 작은 칠판을 세우고 오늘의 문장을 적는다. “우리는 배우는 가게입니다. 이번 주 실험: 저염 소스 맛 유지하기.” 그 아래에 체크리스트를 붙인다. “소금 10% 감량, 레몬즙 5ml 추가, 고객 피드백 10건 모으기.” 체크는 직원이 돌아가며 한다. 끝난 뒤엔 인증샷을 올리되, 실패가 나오면 그 이유를 함께 적는다. “실패: 소스 점도가 떨어져 밥과 분리. 다음엔 감자 전분 1g 추가 테스트.” 이 솔직함은 브랜드를 사람답게 만든다. 대기업의 거대한 R\&D와 다른 방식으로, 당신의 가게도 연구하고 개발한다. 동네의 혁신은 그렇게 사랑스럽게 자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여 마음 한켠에 걱정을 품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람은 부족할 텐데, 바쁜 날엔 누구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데.” 맞다. 그래서 우리는 ‘일의 설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초보가 들어와도 30분이면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을 정의하고, 체크리스트를 영상으로 바꿔 공유한다. “배달 포장 표준 5분 코스” “테이블 리셋 3단계” 같은 모듈을 만들면, 단기 근무자도 금방 품질을 맞출 수 있다. 이건 인력 부족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어떤 날은 고급 역할이 비어도, 기본이 탄탄하면 매장은 버틴다. 그리고 기본의 수준을 올리는 사람이 결국 고급 역할로 자란다. 내부 승격의 길이 보이면, 머무르는 사람이 생긴다. 창업자에게 가장 위험한 건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다. 반도체·바이오·AI라는 단어가 멀게 느껴질수록, 우리는 정보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동네 가게의 관점에서 이 단어들은 다른 말로 번역된다. ‘정밀’ ‘표준화’ ‘데이터’ ‘피드백 루프’ ‘온보딩’ ‘실험’ ‘연합’. 이 단어들을 당신 매장의 문장으로 바꿔 적자. 오늘 메뉴판 한 줄, 내일 직원 공지 한 문단, 이번 달 SNS 공지 한 페이지.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결과가 바뀐다. 큰 변화는 멀리서 오지 않는다. 늘 가깝게 와서, 작은 실천을 기다린다. 이제 당신 차례다. 가게 노트 첫 페이지를 펼치고 오늘 날짜를 적는다. 손에 들어오는 하나를 고른다. 점심 줄서기 단축이든, 혼밥 세트 출시든, 마이크로 인턴십 공고든, 데이터 나이트든. 오늘 하나를 정하고, 내일 실행한다. 일주일 뒤엔 웃으면서 실패담을 적을 수도 있다. 괜찮다. 실패는 다음 실험의 재료다. 청년들이 새로운 일터로 향하는 이 계절, 동네의 가게들도 새로운 일터가 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오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배우고 만든다. 이번 주에 하나만 해보자. 아주 작은 실험 하나.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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