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가던 밤, 카운터 뒤에서 정산을 마치는데 라디오가 소란스러웠어요. LG가 더블헤더를 다 쓸어 담고, 매직넘버가 ‘6’으로 줄었다는 소식이었죠. 한화는 끈질긴 KIA를 눌러 최소 2위를 확정했고, 삼성은 크게 뒤지다 역전승, 두산은 9회말 끝내기 한 방으로 연패를 끊었다고요. 숫자와 환호가 뒤섞인 그 순간, 제 머릿속엔 장사 얘기가 자동으로 겹쳐졌습니다. 야구장과 가게는 생각보다 닮았거든요. 더블헤더는 말 그대로 하루에 경기가 두 번입니다. 우리 가게로 치면 점심·저녁 피크가 겹친 날, 혹은 온라인 프로모션과 매장 이벤트를 동시에 돌리는 날이죠.

LG가 그 바쁜 날을 ‘연결되는 타격’으로 풀어낸 것처럼, 소상공인의 더블헤더 성공 비결도 연결에 있어요. 계산대, 포장대, 주방, 픽업존이 끊기지 않도록 동선을 묶고, 재고는 박스째 앞단에 꺼내 두고, 말 한마디 응대 멘트까지 팀원끼리 통일해요. 그게 장사의 ‘라인업’이고 ‘작전 카드’예요. 한 타자가 공을 살짝만 굴려도 주자들이 줄줄이 들어오듯, 작은 준비들이 매출을 연속해서 밀어줍니다. 라디오에선 매직넘버가 6이라고 했죠. 이것도 장사에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어요. “이번 주 신규 리뷰 6건”, “단골 재방문 6명”, “로스율 0.6%p 줄이기”처럼 아주 구체적인 숫자를 정하고 벽에 붙여두세요.

추상적인 목표는 바쁠수록 금방 잊힙니다. 반대로 모두가 볼 수 있는 숫자는 팀을 한 방향으로 묶습니다. 오늘 몇 칸 채웠는지 체크하는 맛이 있어요. 선수들이 덕아웃 화이트보드에 표시하듯 말이에요. 한화가 보여준 건 ‘최소 목표의 확보’였어요. 경기 흐름이 요동쳐도 결국 필요한 순간에 점수를 만들며 2위를 굳혔죠. 우리도 매출의 최소선, 즉 안전마진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오전엔 테이크아웃 세트로 고정 매출을 쌓고, 오후엔 예약 픽업으로 흔들림을 줄이는 식이에요. 특히 장사의 8회, 곧 마감 2\~3시간 전은 집중력으로 승부를 보는 시간대입니다. 그때 쓸 ‘한 점’은 미리 준비해 두세요. 퇴근길 쿠폰 문자, 오늘만 파는 소량 한정 메뉴, 늦게 오는 고객을 위한 퀵 포장 라인… 작지만 결정적인 한 점이 가게의 순위를 지켜줍니다. 두산의 끝내기처럼, 장사에도 극적인 순간이 와요. 연패가 길어질 땐 ‘큰 변화’보다 ‘정확한 대타’가 필요합니다. 주력 메뉴 사진을 더 밝게 바꾸고, 계산대 앞에 시식 한 입을 올리고, 결제창 첫 화면에 베스트를 고정하세요.

단 3일만 실행해도 반응이 보입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에요. 손님이 망설이는 딱 그 지점에 공을 밀어 넣는 것, 그게 끝내기 안타의 정서예요. 삼성의 역전승 소식은 ‘한 방’의 힘을 상기시켰어요. 시즌 내내 만든 기록은 우연이 아니죠. 가게도 마찬가지예요. 잘 팔리는 1\~2개 상품이 전체를 끌어올립니다.

베스트셀러의 표지를 최대한 선명하게, 진열을 눈높이에, 스토리를 짧고 명확하게. 신기록은 화려한 이벤트에서만 나오지 않아요. 같은 스윙을 100번 반복해 타이밍을 몸에 새긴 결과입니다. 우리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고, 같은 톤의 문구로 리뷰 댓글을 달고, 같은 속도로 주문을 처리해요. 일관성은 결국 ‘신뢰’라는 점수판에 찍힙니다. 반대로 kt의 연패는 경고장이에요. 팀 전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흐름이 한 번 기울면 작은 실수들이 연속으로 터지거든요.

성수기에도 배달앱 수수료 체크를 놓치고, 신입 교육을 미루고, 포장재 주문을 ‘내일’로 미루는 사이에 순위가 미끄러집니다. 질 때일수록 기록을 더 세밀하게 쓰세요. 반품 사유, 동선 병목, 문의 응답시간. 야구에서 영상 판독으로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듯, 우리는 데이터로 내일을 고칩니다. 라디오를 끄고 셔터를 내리면서, 저는 내일의 라인업을 머릿속으로 다시 세워봤어요. 오픈 직후엔 픽업 고객부터 처리, 점심 피크엔 세트 메뉴 전진 배치, 오후 4시엔 재고 보충과 동시에 스토리 업로드, 마감 전 2시간엔 ‘오늘의 한 점’ 푸시. 그리고 계산대 옆 화이트보드에는 큼지막하게 숫자 6을 써둘 거예요.

리뷰 6건, 재방문 6명, 팀 하이파이브 6번. 야구가 끝나는 밤마다 순위표가 바뀌듯, 우리 가게의 순위도 매일 갱신됩니다. 그렇지만 괜찮아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연결되는 타격, 한 점의 집중력, 그리고 꾸준한 같은 스윙이 시즌을 만든다는 것을. 내일도 플레이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