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코엑스 콘퍼런스룸, 커피 향이 가라앉기도 전에 무대 위 첫 세션이 시작됐어요. 자리를 채운 초보 사장님들, 이제 막 팀을 꾸린 창업자들, 그리고 다음 가게 아이디어를 주머니에 넣고 온 예비 창업자들까지 모두 같은 표정이었죠.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바로 그 질문에 뉴욕에서 온 아이스크림 기업가와 세계 1위 헬스케어 앱 창업자가 서로 다른 산업의 언어로, 그러나 놀랄 만큼 비슷한 해답을 들려줬습니다. 16핸들스의 솔로몬 최 대표는 먼저 정체성부터 이야기했어요. 뉴욕 10개, 동부 44개 매장, 연 300여억 원 매출이라는 수치보다 중요한 건 “우리는 누구의 무엇이 될 것인가”였죠. 그가 정의한 아이덴티티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을 반영하는 셀프 서비스, 커스터마이즈드 아이스크림’.

그래서 핵심 고객을 18\~34세 여성으로 못 박고, 까다롭고 바쁜 뉴요커의 하루에 맞춘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맛은 16가지, 토핑은 40여 가지지만, 사실 선택지는 더 단순했어요. “여기서 나만의 조합을 만들어본다.” 메뉴의 화려함보다 그 한 문장이 브랜드의 약속이 되었거든요. 그는 또렷이 말했습니다. 존재 목적이 선명해야 시행착오를 통과할 힘이 생긴다고요. 목적은 매일 바뀌는 매출표 위가 아니라, 매장 문을 열기 전 출근길 가슴에서 뛰어야 한대요.

소상공인에게 이 말은 실무로 번역됩니다. 간판 문구, 매장 플레이리스트, 인스타그램 피드, 직원 교육 멘트가 서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가. 상품의 질만으론 부족해요. ‘우리가 왜 이 가게를 하는지’를 손님이 한눈에 읽게 만드는 것, 그게 브랜드의 진짜 역할이니까요. 사람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을 천천히 뽑고, 맞지 않으면 빠르게 정리하라.

그리고 남은 팀에게는 아끼지 말고 더 많이 줘라.” 냉정해 보이지만 소규모 팀일수록 정렬이 생존을 좌우합니다. 오늘 우리 가게에도 곧바로 적용할 수 있어요. 채용 공고에 ‘업무’ 대신 ‘우리가 믿는 것’을 적고, 시용 기간엔 가치관과 서비스 기준을 함께 체크하세요. 그리고 합이 맞는 동료가 보이면 복리후생보다 명확한 성장의 약속을 주세요. 사람은 대우보다 의미에 오래 머물거든요. 이어 마이크를 잡은 눔의 정세주 대표는 태도의 중요성을 꺼냈습니다.

스타트업 환경은 불안정하고 변덕스럽지만, 원대한 목표는 흔들림을 버티게 해준다고요. 그가 세웠던 목표는 ‘2020년까지 10억 사용자’. 거창해 보이지만, 목표가 크면 의사결정이 빨라집니다. 소상공인에게도 같아요. “우리 동네 1등 치킨집” 대신 “점심 30분 안에 직장인에게 죄책감 없는 한 끼”처럼 행동을 이끄는 목표를 주세요. 그러면 단기·중장기 계획이 스스로 갈라져요.

점심 회전율을 위한 테이블 간격, 포장 동선, 칼로리 표기, 제휴 채널 선정까지 우선순위가 또렷해지죠. 그는 ‘농부 근성’도 강조했어요. 오늘 뿌린 씨앗이 내일 수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고, 같은 동작을 흔들림 없이 반복하는 힘. 여기에 약점을 파트너로 덮는 신뢰를 더하라 했습니다. 매장 운영은 마케팅에 약하고, 마케터는 현장 감각이 약하죠. 그래서 협력의 속도가 곧 성장 속도가 됩니다.

투자나 행운도 마찬가지예요. “언젠가 올 기회”를 위해 재무제표, 파일럿 데이터, 고객 후기 한 장을 평소에 정리해 두는 습관이 결국 기회를 붙잡게 하죠.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 하나. 창업의 감정 롤러코스터를 견디는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는 헤비메탈, 운동, 적당한 음주처럼 꾸밈없는 예를 들었죠. 각자 버전만 찾으면 됩니다.

밤 10시 이후에는 매출앱을 열지 않기, 아침 20분 산책, 노쇼가 생기면 즉시 DM 쿠폰 발송 같은 소소한 규칙이 마음의 브레이크가 됩니다. 이날 무대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받아 적은 문장은 두 사람의 말을 합친 문장이었어요. “우리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왜, 어떤 경험으로 풀 것인가.” 답을 찾으면 이름이 바뀌어도 길은 같습니다. 가게 문을 여는 내일 아침, 간판을 바라보며 이 질문을 조용히 읊어보세요. 정체성이 문을 열고, 브랜드가 첫 인사를 건네고, 태도가 하루를 완성할 거예요. 오늘의 매출은 그 다음에 따라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