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 Biz1hour

구글 파운더스 아카데미 참가 한국팀 사례로 본 실전 성장법. AI 기반 커뮤니티 안전화와 여성 건강 앱의 제품전략, 시장확장과 팀리더십 실무 팁을 담았다.

·16분 읽기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 Biz1hour

“이 프로그램, 나를 한 단계 키우겠구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던 순간, 두 창업자는 같은 말을 마음속으로 삼켰다. 8월 24일, 아시아태평양의 유망한 여성 창업가들이 모이는 파운더스 아카데미 킥오프 데이. 서울과 싱가포르, 자카르타와 벵갈루루, 도쿄를 잇는 화면 너머로 멘토들의 이름이 호출되고, 일정표가 공유되자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이 12주가 끝날 때, 팀과 제품, 그리고 스스로의 리더십은 반드시 전보다 단단해져 있어야 한다. 올해 10개 참가 기업 가운데 한국에서 선발된 두 팀, 소프트리에이아이와 디에이엘컴퍼니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작은 다짐을 걸었다. 먼저 소프트리에이아이의 문제의식은 “커뮤니티는 안전할 때 성장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창업자 문지형 CTO는 한때 온라인 악성 댓글 이슈가 사회를 뒤흔들던 시절, 자연어처리를 연구하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논문을 냈고, 그 논문에서 시작된 대화들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female founder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female founder 관련 이미지

이 팀의 첫 번째 제품은 라이브 스트리밍 현장을 겨냥한 AI 봇 ‘스트림에이드(Streamade)’. 스트리머가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채팅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방송 반응을 분석해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망가뜨리기 전에 개입한다. 수천, 수만 줄의 채팅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순간에도 흐름을 읽고 맥을 짚는 일, 사람의 눈과 손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AI가 맡는다. 올해 1월 법인을 세우고 4월에 시드 투자를 마친 뒤, 팀은 채팅 데이터에 적합한 서빙 아키텍처와 다양한 AI 모듈을 조립하듯 올렸다. 경쟁 제품 대비 세 배 이상의 성능을 확인했다는 자신감, 국내외 연구진과 준비 중인 논문, 중소벤처기업부 R\&D 과제 선정까지—이 모든 것은 9월 클로즈드 베타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달려온 지난 시간의 증거다. 문제는 기술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커뮤니티는 감정과 규칙, 창작자의 피로와 팬덤의 열기가 뒤엉킨 생태계다.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Founders Academy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Founders Academy 관련 이미지

그래서 소프트리에이아이가 파운더스 아카데미에서 기대하는 건, 구글식 문제정의와 우선순위, 그리고 글로벌 시장 감각이다. 영어권 커뮤니티는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유럽은 플랫폼 자율규제 논의가 가장 활발하다. 언어를 다루는 팀에게 다국어 확장은 숙명이고, 결국 이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역량이 리더십”이라는 문지형 CTO의 정의는, 그래서 더 구체적이다. 팀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언어화하고, 각자의 장점을 부각하는 문화를 설계하며, 외부 변수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합의를 만들어가는 일. 파운더스 아카데미의 1:1 코칭과 그룹 워크숍은 그 합의를 만드는 시간을 더 과감하고 짧게 만들 것이다. 디에이엘컴퍼니의 출발점은 더 사적이지만, 그래서 더 보편적이다.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AI moderation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AI moderation 관련 이미지

“여성이 더 건강한 몸으로 가슴 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 공동창업자들이 대학 수업 팀 프로젝트에서 처음 나눈 이 문장은 이제 회사의 비전이자 제품의 콘셉트가 되었다. 세 번째 시도 끝에 8월에 출시한 앱 ‘달채비’는 월경과 호르몬 이슈를 건강한 루틴으로 바꾸기 위한 개인화 코치다. 다낭성난소증후군(PCOS)과 월경전증후군(PMS)처럼 ‘대부분의 여성에게 익숙하지만 마땅한 해법이 없던’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올린다. 약 복용과 식단, 운동, 월경 주기를 한 화면에서 관리하게 하고, 사용자의 몸 타입과 월경 타입을 분석해 맞춤 솔루션을 추천한다. 베타 단계에서 “다낭성을 위한 첫 앱”이라는 반응을 끌어낸 배경에는 10만 건이 넘는 월경 데이터와 1만 명 이상에게서 듣고 쌓은 불편의 기록이 있다. 그 기록이 알고리즘이 되었고, 특허 출원과 AI 추천 기술로 진화했다. 장관상 수상, 팁스(TIPS) 선정, 이대목동병원과의 MOU까지 이어진 인정은, 결국 사용자의 목소리를 집요하게 모델링한 결과다.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community safety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community safety 관련 이미지

세 명의 여성 공동창업자에게 “여성 창업가의 강점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김한나 공동대표는 주저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언어로 빠르게 공감하고, 어려움의 본질을 더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는 것. 더 중요한 건 시선이다. “소비되기 쉬운 여성의 몸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나로서 잘 살아가는 건강한 몸.” 그 목표를 물건처럼 팔지 않고, 습관과 지식, 커뮤니티로 쌓아 올린다. 실패에 대해서도 이 팀은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한국에서 실패는 종종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의미를 부여받지만, 창업 여정에서는 오히려 실패에 대한 ‘의연함’이 필요하다고. 빠르게 배우고, 바로 다음 실행으로 넘어가는 팀이 결국 정답을 찾는다.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women's health 앱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women's health 앱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 아카데미 12주 동안 이 팀이 세운 목표 역시 명확하다. 시장의 큰 변화를 읽고 고속으로 가설을 검증해 차별화된 핵심가설을 도출할 것, 빠르게 실행하고 학습하는 팀으로 세팅할 것, 그리고 제품 지표와 팀의 역량을 근거로 다음 라운드 투자에 돌입할 것. 데모데이는 그 출발점이다. 두 팀 모두 글로벌을 전제로 움직인다. 소프트리에이아이는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폭발하는 해외 스트리밍 생태계를 1차 목표로 잡았고, 유럽의 규제 환경을 기회로 본다. 디에이엘컴퍼니는 여성 건강이라는 보편적 니즈를 유사 시장별로 묶어 진입 전략을 설계한다. 이때 가장 높은 장벽은 정보의 빈틈이다.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product 전략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product 전략 관련 이미지

국가별 의료·헬스케어 규제, 앱 유통과 마케팅의 관행,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의 언어와 문법까지, 모르는 게 가장 비싸다. 그래서 구글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가 절실하다. 지난 네트워킹 행사에서 만난 구글플레이 팀이 남긴 힌트처럼, 데이터로 읽은 시장의 패턴은 시행착오의 시간을 극적으로 줄여준다. 파운더스 아카데미의 멘토링은 바로 그 ‘모르는 비용’을 낮추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한국에서 창업한다는 것의 의미도 두 창업자는 비슷하게 말한다. 학습이 빠르고 실행이 빠른 팀 문화, 그리고 정부와 민간이 쌓아 올린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실험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소프트리에이아이는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과 성장하는 서포트 생태계를, 디에이엘컴퍼니는 공간과 네트워크, 자본과 경험이 초기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global expansion 관련 이미지
파운더스아카데미가 키운 여성창업가들 일반·공통 global expansion 관련 이미지

결국 창업은 반복의 예술이고, 반복의 속도를 결정하는 건 팀과 생태계의 합이다. 리더십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문지형 CTO는 “기대하는 역량을 명확히 말하고, 피드백을 구조화하며, 개인의 장점이 더 빛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을 자신의 과제로 삼는다. 답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목표와 환경, 팀원의 성장에 따라 계속 바뀐다. 그래서 파운더스 아카데미가 유의미하다. 1:1 코칭에서 들은 한 문장이 팀의 의사결정 원칙으로 자리 잡고, 워크숍에서 갈고 닦은 프레임이 다음 스프린트의 평가 기준이 된다.

김한나 대표의 조언도 닮았다. 실패를 견딜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고, 실패를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 것. 그 가벼움이야말로 무겁고 오래가는 팀을 만드는 토대다. 두 팀의 꿈은 결국 사용자에게 닿아 있다. 소프트리에이아이는 더 많은 스트리머가 안전한 커뮤니티에서 창작에 몰입하도록 돕고, 나아가 온라인 소통의 문제를 겪는 더 넓은 공동체에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디에이엘컴퍼니는 “존재만으로 고마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팀 디자이너의 문장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여성이 더 건강한 몸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여정에 동행하는 제품과 커뮤니티를 설계하는 것.

창업은 결국 누군가의 일상을 어제보다 조금 낫게 만드는 일이라는 믿음이 두 팀을 한 방향으로 이끈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파운더스 아카데미는 리더의 성장을 회사의 성장으로 곧장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기술과 사업, 데이터와 스토리, 지역과 글로벌을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 위에서 소프트리에이아이와 디에이엘컴퍼니는 다음 12주를 전력질주할 것이다. 어느 날 밤, 한 스트리머의 채팅창에서 갑자기 조용해진 악성 메시지들 사이로 웃음 이모티콘이 떠오를 때, 혹은 어느 아침, 누군가의 몸이 조금 더 가벼운 루틴을 시작할 때—우리는 오늘의 이 선택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떠올릴 이름이 있다. 더 안전한 커뮤니티와 더 건강한 몸을 설계하는, 한국의 두 여성 창업팀이다.

공유하기:

📚 이런 글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