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동네 카페를 겸한 사무실에서 만난 지연 대표는 첫 커피를 내려놓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회사에 남는 노트북 몇 대 있어?” 회계는 바쁜데, 사람은 자주 바뀌고, 엑셀 파일은 버전이 여럿.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줬는지 확인하려면 전화와 메신저, 그리고 ‘최종\_진짜최종.xlsx’를 끝없이 열어봐야 합니다. 그 사이 새 장비는 또 주문되고, 분명 어딘가에 있을 미사용 장비는 서랍에서 먼지만 쌓이죠. 한국의 많은 기업이 이 장면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산은 장부의 숫자가 아니라 매일 일을 굴리는 엔진입니다.

IT 기기, 소프트웨어, 사무용품 하나까지 효율이 모여 비용을 결정해요.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화되자, “누가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를 투명하게 보는 능력이 곧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엑셀로 버티는 순간, 중복 구매와 미사용 라이선스, 부정확한 회계가 비처럼 새어 나갑니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업무 공백도 커지고요. 이 고질병을 정면으로 겨냥한 팀이 셀리즈(Sell Ease)입니다. 14년간 B2B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업을 두루 거친 유민재 대표는 “영업만 잘해도, 제품만 좋아도 안 된다”는 현장의 역설에서 출발해 고객이 정말 사고 싶어 하는 자산관리 SaaS를 만들었습니다.

철학은 단순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다. 그래서 Zero UI(누구나 쉽게), Zero Work(반복 수작업 제거), Zero Waste(비효율 제로)라는 세 개의 제로를 전면에 걸었죠. 화면은 슬랙처럼 직관적이고, 복잡한 필터 대신 질문하면 됩니다. “남는 노트북 몇 대?” “지난달 미사용 오피스 라이선스?”라고 쓰면 AI가 회사 내부 시스템과 연결된 진짜 데이터를 끌어옵니다. LLM의 환각을 막기 위해 ‘펑션 콜링’으로 필요한 도구만 정확히 호출하도록 설계한 것도 실무자에겐 든든합니다.

등록부터 가볍습니다. 웹에서 라벨지 구매와 인쇄를 한 번에 처리하고, 자산 사진 한 장만 올려도 모델·제조사·사양이 자동 인식됩니다. 핵심은 ‘에이전트’예요. PC나 모바일에 설치하면 장비 활용도와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 성능 지표, 미사용 라이선스까지 자동 수집·시각화합니다. 도입 기업의 데이터를 보면 직원에게 배포된 PC 중 약 20%가 7일 이상 잠들어 있고, 명단상 사용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경우도 흔하답니다. 숫자는 냉정하지만, 그래서 더 도움이 됩니다.

“이 장비는 회수해 재배치, 이 라이선스는 해지, 이 팀은 추가 구매” 같은 결정을 근거로 내릴 수 있으니까요. 서비스데스크 기능도 붙어 있어 “카메라가 작동 안 해요” 같은 이슈를 티켓으로 연결하고, 열람 기록 추적까지 남기니 감사나 보안 점검에도 대응하기 쉬워집니다. 출시 1년 차의 속도도 인상적입니다. 2024년 9월 정식 론칭 후 토스 플레이스, 러쉬 코리아, 노랑푸드 등 약 30곳이 고객으로 합류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ISMS 인증을 확보하고, AI 에이전트·비용 분석 리포트 등 기능을 더한다는 로드맵도 분명합니다. 인프라는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와 협업해 개발·마케팅 지원을 받았고, 서울 투자 포럼 같은 해외 투자사 행사에서 피칭하며 글로벌 레퍼런스를 넓히는 중이죠.

실제로 싱가포르의 교육 솔루션 기업 ‘ACP Computer’와 기술 검증을 진행하며 동남아 진출의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일본과 미국처럼 IT 자산관리 수요가 높은 시장을 겨냥해 다국어 지원, 글로벌 결제, 파트너 네트워크까지 단계별로 갖추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서 우리 동네 사장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우린 ERP도 없는데, 자산관리 솔루션이 과할까요?”라는 질문, 많이 듣습니다. 국내 ERP 도입률이 60% 수준인 만큼 그런 고민이 자연스럽죠.

하지만 자산관리의 본질은 회사 규모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가’입니다. 열 대의 노트북과 다섯 개의 클라우드 구독이라도, 무엇이 누구 손에 있고 얼마나 쓰이는지 한 화면에서 확인되는 순간 의사결정은 빨라지고 비용은 줄어듭니다. 바쁜 월요일 아침, 더 이상 ‘최종\_진짜최종.xlsx’를 뒤적이지 않고 “남는 노트북 몇 대?”라고 물으면 곧장 답이 돌아오는 세계. 셀리즈가 제안하는 변화는 거창해 보이지만 시작은 소소합니다. 라벨 한 장, 질문 한 줄, 그리고 데이터 한 화면.

그 작은 시작이 쌓이면, 회사의 돈과 시간이 새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목표는 담대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해 1조 원 수출을 이루겠다는 그들의 비전처럼요. 다만 그 거대한 숫자는 현장에서 하루를 버티는 우리 모두의 작은 ‘제로’들에서 출발합니다. 오늘, 여러분 회사의 첫 제로는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