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아들에게 등록금 보내려면 환전 수수료 먼저 떠오르는 당신, 혹은 재료비를 달러로 치르는 사장님. 숫자부터 보자면 전 세계 3억 명이 해마다 700조 원을 국경 넘어 보내고 있다지 않은가. 그러니 “송금은 원래 이런 거지”라며 지갑을 여는 순간마다,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왜 아직도 돈은 비행기표보다 더 복잡하게 움직일까. 그 답을 캐보겠다 싶어 한 팀을 찾아갔다. 미국에서 시작해 미국을 상대로 붙는, 한국산 해외송금 전문서비스. 이름부터 입안에서 톡 터지는 소다트랜스퍼, 그리고 그 배후의 소다크루다. 문을 열자마자 대표가 먼저 악수를 청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명함에는 CEO & Cofounder, 이름은 이윤세.

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사람 뽑고, 좋은 사람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 블로그가 있냐고 묻자 고개를 젓는다. “블로그는 없습니다…” 대신 자주 들여다보는 사이트는 로켓펀치. 이 대목에서 이미 결이 느껴진다. 사이드 프로젝트보다 실전 현장, 글보다 구인 공고에 더 시간을 쓰는 팀. 회사명이 왜 소다크루냐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시면 속이 뻥 뚫리잖아요.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의 답답함을 그렇게 날려버리고 싶었습니다.” 핀테크의 바다는 넓고 얕지 않다. 그중에서도 Cross-border payment, 이른바 국가 간 송금/결제는 가장 깊고 차가운 구간이다. 다국적 규제는 겹겹이고, 돈의 흐름에는 한치의 오류도 허락되지 않는다.

소다크루는 이 벽 앞에 우선 ‘고객’부터 세웠다. 소다트랜스퍼로 개인 송금의 마찰을 덜고, 소다페이로 소상공인·유학생·여행사를 위한 결제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한 줄 요약. “환전과 송금이 생활의 장벽이 되지 않게.” 이 모토를 들고, 그들은 가장 크고 가장 복잡한 경기장,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은 신용카드 천국이지만 해외송금은 의외로 구식인 시장이다. 파트너 은행과의 제휴, 주별 라이선스, AML/KYC, 온갖 컴플라이언스 서류를 통과하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베타 시절을 슬쩍 들여다보면 감이 온다. 한국과 미국 양방향 송금만 열어두고 10개월 만에 1만5천 명이 몰렸다. 거래 건수는 매달 20%씩 자라났고, 고객의 80%가 미국에 살았다.

한국 핀테크로서 미국 현지에서 고객을 모은 드문 사례. “마케팅이요. 아직 본격적으로 안 했습니다.” 그는 웃었다. “제품과 고객 서비스에 집중했어요. 나머지는 입소문이 해냈죠.” 숫자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장면이다. 뉴저지의 한 미장원 주인이 전화기 너머로 “이제 손님 컷 마치고 은행 안 뛰어가도 된다”고 말하던 밤. 베트남으로 학비를 보내려던 어느 유학생 어머니가 “수수료가 이렇게까지 달라요?”라며 몇 번이나 묻던 아침. 콜센터 스크립트는 간결했고, 엔지니어의 배포는 자주였다. 버그가 잡힐 때마다 슬랙의 이모티콘 폭죽이 터졌다.

“우리는 환율표보다 사람 얼굴을 더 많이 본다.” CS 담당자의 말은 이상하게 마음을 후벼팠다. 조직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비즈니스·개발·운영을 각자 지고, 열 명 남짓한 크루 중 절반이 엔지니어다.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시니어와, 창업을 맛본 주니어가 한 라인에서 코드를 주고받는다. 국적은 한국·캐나다·말레이시아·베트남,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가 5:5. 회의실에는 직급 대신 태스크가 붙는다. 오늘의 의사결정자는 ‘PM’이나 ‘수석’이 아니라 ‘이 이슈를 가장 깊이 파본 사람’. 성공과 실패가 빠르게 오고, 그 경험이 누적돼 다음 결정을 조금 덜 떨리게 만든다. 잘 놀아보이는 사진이 많다고.

맞다. 잘 노는 팀은 대개 일을 잘한다. 오래 달리려면 호흡이 필요하고, 호흡은 웃음에서 시작되니까. 복지 얘기가 나오자 대표는 고개를 갸웃했다.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성장입니다.” 단호했다. 직설이 입안에서 오래 맴돌았다. 급여명세서에 찍히지 않는 혜택, 이 회사는 그것을 시간과 권한, 그리고 배움으로 환전한다. 채용 공고에는 PWA 프론트엔드, 모바일, 리액트 네이티브가 걸려 있다. 장비를 챙길 시간은 충분하고, 책임을 질 시간은 더 길다.

그 시간 속에서 사람은 자연히 자란다. 누군가는 그걸 ‘빡셈’이라 부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이보다 솔직한 배움이 없다. 대표의 이력은 금융과 마케팅 경계에 있다. 외국계·금융권에서 8년, 그는 고객의 문제로 출발했던 작은 팀들이 덩치를 키우며 무엇을 잃는지 지켜봤다. 그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고객의 불편을 실제로 해결하는 금융서비스, 그게 시장의 언어보다 사람의 언어에 가깝다.” 그가 꼽은 책은 『그로스 해킹』. 많이 쓰는 마케팅이 아니라, 정확히 쓰는 마케팅. 데이터로 배우고, 작은 실험을 빠르게 반복하는 방식.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일수록 더 절실한 태도라는 걸 그는 몸으로 안다.

불확실성은 이 업의 숙명이다. “힘든 건 딱 하나예요. 내일을 가늠하기 어려운 그 느낌.” 대신 보상도 분명하다. 결정이 빠르고, 실패에서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르다. 드라마 한 시즌을 몰아보고, 몸이 미안해지면 농구하러 나서는 그의 루틴은 묘하게 회사의 리듬과 닮았다. 몰입–이완–재집중. 그가 요즘 존경하는 사람은 60대에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아버지다. 도면을 읽고, 나무결을 만지고, 수평을 맞춰가는 과정.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서비스가 태어나고 다듬어지는 과정과도 겹친다.

소다크루의 꿈은 단순하고 크다. “아시아의 페이팔.” 단, 환전 한 번에 거액을 떼어가는 방식은 거부한다. 기술로 비용을 줄이고, 설계로 마찰을 줄이며, 서비스로 시간을 환불해주는 것. 그래서 그들의 로드맵에는 새로운 송금 구간과 더 가벼운 앱 경험이 자리한다. 고객에게 필요한 건 ‘놀라운 신기술’이 아니라 ‘당연한 편안함’이라는 사실을, 이 팀은 집요하게 되뇌는 듯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가 남긴 말은 오래 울린다. “고민 끝에 대기업을 택한 분들, 언젠가 스타트업으로 올 확률이 높아요.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고 싶은 사람이라면요.” 어쩌면 송금이란 것도 같다. 낡은 절차와 비싼 비용 앞에서 “원래 그런가?” 대신 “왜?”를 묻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
그 질문이 많아질수록, 송금은 더 투명해지고 세계는 더 가까워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소상공인이라면, 당신의 다음 해외 결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전화기 너머로 매번 “오늘은 환율이…”로 시작하는 사과가 아니라, “보내드렸습니다”라는 한 줄이면 충분한 날. 그 날을 조금 더 앞당기기 위해 어떤 팀은 지금도 규제를 해석하고, 코드를 다듬고, 고객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속 시원한 한 잔을 닮은 이름처럼, 그들의 제품도 목을 타고 시원하게 내려가길 바란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 여정을 함께할 사람이라면—PWA를 사랑하고, 모바일을 믿고, React Native의 적당한 까다로움을 즐기는 개발자라면—망설임은 잘못 탑승한 감정이다. 인생은 한 번뿐, 지금이 바로 타이밍. 로켓이 아니라 소다에 올라타도 좋다. 중요한 건, 더 가볍고 더 빠른 길을 만드는 사람의 편에 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