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을지로 골목 편의점 자동문이 덜컥 열리자 따끈한 삼각김밥 냄새 대신 알림음이 먼저 울렸다. “연준, 0.25%p 인하.” 야간을 버틴 사장은 본능처럼 카드 매출 화면을 닫고 환율 앱을 켰다. 달러-원 1,39○원대. 흔들리는 숫자들이 오늘의 커피 원두 발주가격, 내달 임대료 이자, 연말 직원 상여까지 줄줄이 연결돼 있는 걸 그는 안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숫자에 붙어 사는 건 우리 일상의 체온이다. 이번 인하는 ‘이변’이라기보다 ‘예고된 회차’다.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4.00\~4.25%로 낮췄고, 성명은 “데이터와 위험의 균형”을 보며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적긴축은 계속한다. 시장이 기다리던 말, 시장이 두려워하는 말이 한 문장에 같이 들어 있었다. ([연방준비제도][1]) 눈길은 곧 점도표로 옮겨갔다. 9월 경제전망에서 2025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3.6%, 2026년은 3.4%.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올해 안에 두 번 더”라는 시장의 직관과 맞물리는 숫자다. 실제로 주요 매체와 애널리스트들은 10월과 12월 회의에서 연속 인하 시나리오를 전제로 뷰를 손봤다. 다만 파월 의장은 속도전에 선을 그었고, 최종 경로는 데이터가 정할 거라고 못 박았다.
숫자는 비둘기, 어조는 매의 깃털을 한 올쯤 섞은 셈이다. ([FRED Blog][2]) 드라마는 인물에서 나온다. 막 임명된 스티븐 ‘미런(국내 보도에서 ‘마이런’ 표기 병기)’ 이사는 “빅컷”을 주장하며 첫 회의부터 소수의견을 남겼다. 절반 포인트를 한 번에 내려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노동시장 둔화에 방점을 찍는다. 백악관과의 거리 문제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그는 독립적 판단임을 거듭 강조했다. 연준 역사에서 ‘새 얼굴’의 첫 반대라는 장치가 더해지니, 이후 표심 지형을 읽는 재미가 생겼다. ([Financial Times][3]) 관세는 이번 사이클의 ‘새 변수’다.
파월은 “높은 관세가 일부 품목 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지만 전체 경제활동과 인플레에 미칠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책 기원의 물결이 통화정책 해변까지 부서져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일시적’일 수 있지만, 당신 가게의 수입 원재료·포장재·기계 부품엔 바로 내일 적용되는 가격표가 붙는다. 매크로의 문장이 미시의 영수증으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연방준비제도][4]) 이제 우리 얘기를 해보자. 한국은행은 8월 28일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5월에 2.50%까지 내려온 뒤 속도를 재고 있는 모양새고, 9월 보고서에서도 ‘추가 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물가·성장·금융안정의 균형 속에서 정하겠다고 했다.
연준이 먼저 움직였다고 해서 한은이 동시호흡으로 따라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 경제가 겪는 부동산·가계부채 특수성과 외부 변수의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5])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환율이다. 연준의 스몰컷 직후에는 “달러 약세?”라는 기대가 번쩍이지만, 위험회피가 고개를 들면 원·달러는 곧장 1,390\~1,400선을 넘나들 수 있다. 실제로 9월 후반 들어 1,400원 돌파 뉴스가 잇달았다. 외국인 주식 매수와 환율 하락이 동행하던 옛 패턴은 이번엔 어긋난다. 수입 원재료를 쓰는 자영업자라면 견적 유효기간과 결제 통화를 재점검할 때다.
([서울신문][6]) 그렇다면 이 금리 인하의 ‘이익’은 언제, 어떻게 우리 통장으로 들어오는가. 속시원히 말하면 “바로는 아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은행 조달비용(COFIX·BMR 등)→가산금리→개별 신용도라는 길을 돌아온다. 미국 쪽 변화를 먼저 반영하는 건 달러 조달비용과 글로벌 금리벤치마크, 그리고 외화표시 대출 금리다. 원화 변동금리는 한은의 다음 스텝과 은행의 내부 가격결정에 따라, 분기 조정일에야 조금씩 움직인다. 그 사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납품 대금 결제를 월초에서 월말로 미루면 금리변경효과를 한 사이클 늦게 받는다. 반대로 재약정 시기가 코앞이라면 지금부터 은행과 조용히 ‘조건 바꾸기’ 협상을 시작하는 편이 유리하다.
“가산금리 10bp라도 깎을 여지가 있는지”, “정책보증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 감면되는지” 같은 구체적 질문이 통한다. 현금흐름이 팍팍한 업종일수록, 환과 금을 함께 본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달러 인보이스로 원부자재를 들여오는 외식·리테일이라면, 네 달치 물량을 세 번에 나눠 결제하고, 첫 달만 소액 선물환을 물려 환리스크의 ‘꼬리’를 자르는 식의 반(半)헤지 전략이 유효하다. 환율이 다시 1,37○원대로 내려오면 두 번째 체결 비중을 늘리고, 1,40○원을 넘기면 세 번째 체결을 미루되, 매출가 인상 신호를 미리 깔아 수요 이탈을 줄여야 한다. 고객에게는 ‘옵션’으로 설명하자. “일부 수입원가가 올라, 다음 달부터 라지 사이즈만 500원 인상”처럼 가격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미세조정은 거친 일괄인상보다 덜 미운 과학이다.
투자와 고용의 타이밍도 달라진다. 주식시장은 연준의 멘트를 ‘성장 방어’로 번역해 고점을 탐색 중이지만, 파월이 강조했듯 노동은 느려졌고 물가는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았다. 들쭉날쭉한 소비 위에서 신규점포 출점은 보수적으로, 대신 기존점의 단위면적당 매출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배달비 구조 최적화, 테이블 회전율을 올리는 주문 동선 재설계, 객단가를 높이는 세트 메뉴 구성 같은 ‘작지만 확실한 효율’이 금리 25bp보다 빠르게 당신의 P/L을 바꾼다. ([경향신문][7]) 달력은 우리 편이다. 올해 FOMC는 10월 28\~29일, 12월 9\~10일이 남았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10월 23일과 11월 27일.
순서상 연준 결과를 보고 한은이 마무리 조정을 할 여지도 있지만, 환율·부동산·가계부채라는 국내 3변수의 방향이 엇갈리면 동결이 최선일 수도 있다. 시장은 “연내 두 번 더”를 가격에 반영했지만, 그 ‘두 번’의 크기·간격·부대조건은 아직 미정이다. 변동성은 공짜가 아니다. 당신의 사업계획서에 “기준금리 -0.25%p×2” 같은 직선 그래프 대신, “환율 1,37○\~1,41○원 밴드, 대출금리 -0\~0.3%p, 매출원가 +0\~1.2%p”처럼 범위를 쓰자. 불확실성은 숫자 범위로 길들인다. ([연방준비제도][8]) 마지막으로, 사람의 시간표를 잊지 말자. 고객의 지갑은 금리보다 빨리 반응한다.
인하 뉴스가 도는 주간에는 고가 메뉴의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주말엔 회식 미팅이 늘 수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A타입과 B타입의 프로모션을 동시에 준비해뒀다가, 환율과 유동성 흐름을 보며 딱 하나만 펼쳐라. 남들이 “경기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재고와 가격표”를 고친다.
오늘 새벽 숫자는 내일 아침 손님의 표정으로 돌아올 것이다.
당신 가게의 작은 프론트야말로 세계 최대 중앙은행의 정책이 처음으로 발을 들이는 현관이라는 사실, 그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 [Financial Times](https://www.ft.com/content/49906c0f-4989-4a88-a893-d52cb51c5da8?utm_source=chatgpt.com) * [Financial Times](https://www.ft.com/content/3af292a8-6e02-431e-a8b6-007aa99030e8?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hong-kong-central-bank-cuts-interest-rate-tracking-fed-banks-follow-2025-09-17/?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outh-korea-keeps-rates-unchanged-debt-risks-grow-2025-08-28/?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outh-korea-central-bank-holds-policy-rate-expected-2025-08-28/?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markets/us/nomura-adds-october-fed-cut-forecast-after-widely-expected-policy-easing-2025-09-18/?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india/rupee-dips-below-88usd-investors-get-mixed-signals-fed-cut-2025-09-18/?utm_source=chatgpt.com) [1]: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50917a.htm?utm_source=chatgpt.com "Federal Reserve issues FOMC statement" [2]: https://fredblog.stlouisfed.org/2025/09/fomc-summary-of-economic-projections-september-2025/?utm_source=chatgpt.com "FOMC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September 2025" [3]: https://www.ft.com/content/49906c0f-4989-4a88-a893-d52cb51c5da8?utm_source=chatgpt.com "Federal Reserve's Stephen Miran defends call for sharper interest rate cut" [4]: https://www.federalreserve.gov/mediacenter/files/FOMCpresconf20250917.pdf?utm_source=chatgpt.com "Transcript of Chair Powell's Press Conference September ..." [5]: https://www.bok.or.kr/eng/bbs/E0000627/view.do?menuNo=400022&nttId=10093243&utm_source=chatgpt.com "Monetary Policy Decision & Opening Remarks to the Press ..." [6]: https://www.seoul.co.kr/news/economy/finance/2025/09/25/20250925019003?utm_source=chatgpt.com "불안한 원달러 환율… 외국인 주식 매도에 1400원 돌파" [7]: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181744001?utm_source=chatgpt.com "9개월 만에 재개된 '미 금리인하'…코스피는 '반색', 한은은 '고심'" [8]: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fomccalendars.htm?utm_source=chatgpt.com "The Fed - Meeting calendars and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