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납품서를 정리하던 사장님, 주방 옆 TV에서 “베이징 샹산포럼”이라는 말이 흘러나왔을 때 분명 이렇게 생각하셨을 거다. “대만이고 남중국해고, 그게 내 가게랑 무슨 상관이야?” 그런데 오늘만큼은, 뉴스가 창고 문짝처럼 우리 생활에 바로 달려 있다. 중국 국방장관 둥쥔이 각국 군 당국자 앞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외부 간섭’을 좌절시키겠다고 못 박았다. 올해 포럼은 9월 17\~19일 베이징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고, 개막 연설에서 그는 주권과 해양권익을 보장하겠다는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다. 미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듣는 사람 누구나 화살이 어디를 겨냥했는지 알 수 있었다. ([Reuters][1]) 이 말이 왜 우리 장사에 닿느냐면, 지도를 한 번 머릿속에 펼쳐보자. 한국에서 나가는 대부분의 컨테이너가 남중국해를 스치고, 그중 상당수가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분석기관들은 남중국해를 지나는 물동량이 전 세계 해상 물동의 대략 3분의 1이라고 잡는다. 에너지로 좁혀 보면, 해상 원유 교역의 30% 이상이 그 바다를 지난다.

그리고 컨테이너만 놓고 보면, 2022년 기준 세계 컨테이너 선단의 약 40\~45%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는 추정이 있다. 숫자는 보고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거기가 막히면, 우리도 막힌다. ([CSIS][2]) 올해 샹산포럼은 단순 외교 행사가 아니었다. 둥쥔은 대만 문제를 “전후 국제질서의 일부”로 규정했고, 외부의 무력 개입을 좌절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같은 주간, 한미일 외교 수장들은 뉴욕에서 성명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필수라고 맞장을 놓았다. 강대국의 메시지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실제 바다 위에선 군용기·군함의 밀도가 높아지고, 상선 항로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조금씩 가격에 녹아든다. 우리한텐 환율처럼, 이렇게 ‘보이지 않는 비용’이 제일 무섭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에 네덜란드 헤이그의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구단선’ 주장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바다는 여전히 팽팽하다. 종이에 찍힌 판정과 파도 위의 현실은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Reuters][3]) 그렇다면 동네 가게, 동네 공장의 내일은.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로가 잠시라도 위축되면 선사들은 배를 우회시킨다. 며칠이 늘어나고, 연료비가 붙고, 선복이 묶인다. 작년·올해 홍해 사태에서 이미 본 장면이다. 몇 주 사이 전쟁위험보험료가 선박가치의 0.7\~1%까지 치솟으며 선사·화주 모두가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운임 지수는 급등락했고, 아시아–유럽 노선은 아예 아프리카 남단을 도는 우회가 뉴노멀이 됐다.

남중국해·대만해협에서 비슷한 충격이 온다면, 규모는 다르더라도 메커니즘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보험, 운임, 리드타임이 동시에 올라간다. ([Reuters][4]) 소상공인에게 이건 두 가지로 다가온다. 첫째, “들어오는 것”의 지연이다. 원두, 포장재, 원단, 프린트 잉크… 작은 부품 하나가 늦어도 생산과 매대가 빈다. 둘째, “나가는 것”의 변동이다.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가는 날짜가 틀어지면 클레임과 비용이 생긴다. 반대로, 대체 공급처를 먼저 확보한 업체는 경쟁자의 납품 공백을 매울 수 있다. 즉, 위기는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제때’ 공급하는 능력의 승부로 바뀐다.

그럼 답은 무엇인가. 경영 교과서같은 큰소리 대신, 당장 오늘 바꿀 수 있는 일만 적어본다. 첫째, 거래조건에 전쟁·분쟁 리스크를 정확히 넣자. 인코텀즈 한 줄이 갑과 을을 가른다. 선적 후 보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지연 시 패널티를 어떻게 나눌지 계약서에 문장으로 박아 두는 일은 절대 미루지 말자. 둘째, 화물 운송사와 ‘항로 플랜 B’를 미리 논의하자. 대만해협 대신 우회 항로를 잡을 때의 리드타임과 추가비용을 견적서로 받아 책상 서랍에 꽂아 두어라. “가능하면”이 아니라 “언제, 얼마”가 적힌 견적이어야 한다.

셋째, 재고의 철학을 바꾸자. 남중국해·대만해협을 거치는 핵심 원자재는 안전재고를 10\~15일치만큼 추가로 가져가고, 반대로 국내 조달이 수월한 소모품은 턱을 낮춘다. 회전율이 조금 악화되더라도 결품 리스크를 낮추는 게 이 구간에서는 더 값지다. 이는 일종의 ‘정치적 안전재고’다. 넷째, 환헤지 범위를 넓혀라. 달러만 보지 말고, 대만달러(TWD), 위안(CNY) 노출이 있는지 판매·구매 계약서를 한 번 더 훑어보자. 결제 통화가 USD라도 실제 원가가 TWD·CNY와 연동돼 있다면, 작은 변동이 마진을 삼킨다. 다섯째, 보험도 ‘제품’이다.

무역보험공사(K-SURE)의 단기수출보험, 해외사업금융보험 등은 전쟁·내란·송금제한 같은 비상위험을 담보한다. 우리 회사가 이 범주에 들어가는지, 보험료 수준은 얼마인지, 보상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확인하자. 잔금을 못 받았을 때 누가 얼마나 메워주는지는 평시엔 사소하지만, 유사시에는 생존선이다. ([Ksure][5]) 여섯째, 공급처의 지리적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하자. 중국·대만에 집중된 부품은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에 예비선을 깔고, 최소 물량이라도 분산 발주해 실제 작동성을 점검하라. 미·중 갈등 이후 동남아 경유 수출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우회’가 아니라 ‘다변화’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숫자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리드타임과 품질관리의 손실보다 휴업 리스크의 손실이 훨씬 크다는 건 누구에게나 같다. ([Harvard Business School][6]) 일곱째, 포워더·선사와의 대화 주제를 바꿔보자.

“언제 떠나요?”보다 “막히면 어디로 돌아요?”가 먼저 나와야 한다. 홍해 때 학습한 교훈은 단순하다. 선사도 ‘최적’이 아니라 ‘가능’을 찾는 순간이 온다. 우리도 같은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배가 더 멀리 돌아가면 선적 일정이 당겨지거나 물건이 나뉘어 실린다. 그러니 생산계획표는 더 느슨하게, 고객 커뮤니케이션은 더 촘촘하게 깔아두자. 마지막으로, 뉴스는 공포가 아니다. 신호다.

둥쥔의 연설은 한 국가의 입장 표명일 뿐, 내일 당장 항로가 닫힌다는 경보는 아니다. 하지만 이 신호가 말하는 건 분명하다. 바다 위 긴장은 다시 한번 올라가고 있고, 이 긴장은 숫자—운임, 보험료, 리드타임—로 번역돼 우리 재무제표에 찍힐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는 지금 당장 번역 준비를 시작하면 된다. 계약서를 바꾸고, 플랜 B의 견적을 받고, 안전재고를 옮기고, 보험과 환헤지를 조정하고, 고객에게 현실을 미리 설명한다. 위기는 느닷없이 오지만, 대응은 오늘부터 쌓을 수 있다. 다시 TV를 본다. 연단 위 연설이 끝나고 박수가 이어진다.

화면을 끄기 전에, 사장님은 메신저를 연다. “다음 달부터 포장재 2주치 추가 확보. 포워더랑 우회 항로 견적 받아주세요. 신규 바이어 계약서에 지연·보험 조항 추가.” 정치의 바다는 거칠다.
하지만 그 파도는 준비된 배에게는 바람이 된다. 오늘 뉴스가 그 돛에 첫 바람이다.
([Reuters][1]) *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china/chinas-defence-minister-urges-greater-unity-avoid-law-jungle-2025-09-18/?utm_source=chatgpt.com) * [AP News](https://apnews.com/article/5d82126b58ad660a9b901f62372beeb0?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china/top-diplomats-us-south-korea-japan-voice-concern-taiwan-strait-2025-09-23/?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tariffs-conflict-causing-major-volatility-shipping-industry-says-un-trade-agency-2025-09-24/?utm_source=chatgpt.com) [1]: https://www.reuters.com/world/china/chinas-defence-minister-urges-greater-unity-avoid-law-jungle-2025-09-18/?utm_source=chatgpt.com "China's defence minister urges greater unity to avoid 'law of the jungle'" [2]: https://www.csis.org/analysis/state-maritime-supply-chain-threats?utm_source=chatgpt.com "The State of Maritime Supply-Chain Threats" [3]: https://www.reuters.com/world/china/top-diplomats-us-south-korea-japan-voice-concern-taiwan-strait-2025-09-23/?utm_source=chatgpt.com "Top diplomats from US, South Korea, Japan voice concern on Taiwan Strait" [4]: https://www.reuters.com/business/autos-transportation/red-sea-insurance-soars-after-deadly-houthi-ship-attacks-2025-07-10/?utm_source=chatgpt.com "Red Sea insurance soars after deadly Houthi ship attacks" [5]: https://www.ksure.or.kr/rh-kr/cntnts/i-116/dir.do?utm_source=chatgpt.com "제도개요 | 단기수출보험(선적후)" [6]: https://www.hbs.edu/ris/download.aspx?name=24-072.pdf&utm_source=chatgpt.com "Exports in Disguise.
Trade Rerouting During the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