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비의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흐르던 그날 오후, 평택의 공기가 조금 달라 보였어요. 계산대 뒤에서 커피를 내리던 사장님도, 미군 가족으로 보이는 손님에게 아이스라테를 건네던 아르바이트생도, 모두 같은 질문을 품었겠죠. “국제정세가 이렇게 요동치는데, 우리 동네 장사는 어디로 가야 할까?” 18일 열린 국제평화포럼은 그 물음에 작지만 분명한 힌트를 주었습니다. “동맹은 강화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말은 딱딱한 안보담론을 넘어, 지역 상권의 내일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바꿔 놓았거든요. 무대 위에서는 신뢰와 대화, 그리고 오늘 당장 전투에 임할 준비라는 단어가 반복됐습니다.

듣기에 군대 이야기 같지만, 소상공인에게 더 친숙한 말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고객과 파트너를 잃지 않는 약속과 소통, 그리고 예기치 않은 변동 속에서도 영업을 멈추지 않는 운영 역량. 저는 이 세 가지가 앞으로 평택은 물론 전국의 가게들이 지녀야 할 ‘동맹형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도시는 이미 방향을 잡았습니다. “평택이 안보 중심 도시이자 국제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시장의 선언은 곧 상권의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뜻이죠.

미군 가족을 위한 시설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문제이자 기회입니다. 영어·한국어가 함께 보이는 메뉴판, 주중엔 조용한 코워킹 테이블, 주말엔 가족 단위가 머물 수 있는 키즈 코너, 알레르기 표기와 글루텐·비건 선택지까지 갖춘 식음료 구성. 작게 손보는 것 같아도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부르는 변화예요. 신뢰와 대화는 장사에서도 구체적이어야 힘을 발휘합니다. 단골과의 약속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 온라인 리뷰에 성의 있게 답하는 것, 품절 시 대체 메뉴를 미리 제안하는 것, 그리고 가격이 올라도 왜 올렸는지 이유를 솔직히 설명하는 것.

이런 작은 투명성이 고객에게는 ‘이 집은 믿을 만하다’는 신호가 되고, 동맹이 말하는 상호 억지력처럼 불만과 이탈을 미리 막아 줍니다. 주변 상인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예요. 서로 피크타임을 공유해 주차를 돌려 쓰고, 공동 프로모션으로 외국인 손님에게 동선을 만들어 주면 한 집의 매출이 아니라 골목 전체의 체력이 올라갑니다. “오늘 당장 전투에 임할 준비”는 위기 대응 매뉴얼을 뜻합니다. 재료가 끊겨도 핵심 메뉴는 유지되도록 공급처를 두 곳 이상 확보하고, 카드 결제 장애를 대비해 오프라인 결제 요령을 직원들이 실제로 손으로 익히게 하세요.

환율이 요동칠 때 수입 원가가 오르는 업종은 월별이 아닌 구간별 가격 조정 규칙을 미리 공지해 충격을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데이터는 클라우드와 외장 저장장치에 이중 백업, 사무용 이메일은 이중 인증을 켜 두면 피싱 한 번에 가게 계정이 털리는 일을 막을 수 있어요. 국제도시의 손님을 맞이하려면 ‘환대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입구에 간단한 영어 안내문을 붙이고, 메뉴에는 알레르기 성분과 매운 정도를 숫자로 표시해 주세요. 결제는 해외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원활한지, 아멕스나 JCB가 되는지 점검하면 망설임이 줄어듭니다.

구글맵과 애플맵, 네이버·카카오 모두에 영업시간과 최신 사진을 올려 두고, 리뷰에 감사 인사를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검색 결과의 노출 순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배달과 포장에 강점이 있는 업종이라면 영문 포장 스티커에 재가열 방법을 적어 주는 것만으로도 ‘세심한 가게’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어요. 평택만의 이야기도 있지만, 동맹의 확장은 전국적인 파급력을 가집니다. 안보와 경제가 결합된 포괄적 협력은 에너지·조선·항공·디지털까지 이어지고, 그 파이프라인 어디엔가 소상공인이 설 자리가 생겨요. 방산 부품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출장 인력의 숙박과 식음, 세탁과 차량 관리, 통번역과 로컬 투어 같은 주변 수요는 반드시 발생합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과 표준입니다. 안전·위생 기준을 국제적으로 맞추고, 영수증과 세금 계산서를 요청에 맞춰 빠르게 발행하는 작은 디테일이 납품의 문턱을 낮춥니다. 물론 외부 변수는 계속 오를 거예요. 지정학적 긴장, 금리와 물가, 날씨 같은 변동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대신 현금흐름 쿠션을 한 계절 분량만큼 쌓고, 재고는 회전율이 높은 품목 위주로 가볍게, 인건비는 탄력 근무로 유연하게 설계하면 파도가 와도 배가 뒤집히지 않습니다.

가끔은 평온한 날에 ‘정전이 나면’, ‘도로가 통제되면’ 같은 가정 훈련을 해 보세요. 직원들과 시나리오별로 역할을 나누는 순간, 막연한 불안은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바뀝니다. 결국 동맹의 안정성은 우리 장사에도 예측 가능성을 선물합니다. 손님이 내일도 이 거리에 온다는 믿음, 투자가 헛되지 않는다는 신뢰 말이에요.

신뢰와 대화를 가게의 습관으로 만들고, 오늘 당장 전투에 임하는 마음으로 체크리스트를 실행해 보세요. 국제질서가 어떻게 흔들려도, 우리 가게 문을 여는 손은 늘 우리입니다. 작은 간판 하나가 도시의 첫인상이 되듯, 소상공인의 미소와 성실함이 이 국제도시의 프런트도어가 됩니다. 당신의 하루가 곧 이 동맹의 얼굴이라는 사실, 저는 그게 평택이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