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문을 연 분식집은 늘 그렇듯 카드 단말기 전원을 먼저 켠다. 칼과 도마보다 먼저 켜지는 건 결제다. 첫손님은 직장인 두 명, 김밥 두 줄과 우동 한 그릇. 계산대 앞에서 휴대폰을 꺼내 든 손이 망설임 없이 지문을 대자 ‘결제 완료’가 울린다. 사장님은 세 통의 알림을 동시에 받는다. 주문이 접수됐다는 플랫폼 메시지, 정산 예정액을 통보하는 이메일, 그리고 카드 매입과 무관한 제3의 결제망에서 찍힌 수수료율. 작년까진 3만 원 매출에 300원도 아까워 현금 결제를 권하던 사장님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현금영수증 귀찮으시죠. 그냥 톡페이로 하세요”라며 먼저 권한다. 손님이 편하면 매출이 오른다 믿기 때문이다. 다만 하루 영업을 마치고 판매 채널별 정산 내역을 펼치는 순간, 이 믿음과 계산이 조금씩 어긋난다는 걸 체감한다. 수수료 항목이 몇 줄로 쪼개져 있고, 어디까지가 카드사 몫이고 어디부터가 플랫폼 몫인지, 주문관리인지, 송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남는 건 숫자 한 줄, “이번 달 평균 수수료 1.4%”. 요즘 동네 가게 사장들에게 결제 이야기는 단순 기술 얘기가 아니다.

생활 인프라가 되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모바일 간편결제가 민간 소비의 3분의 1 가까이를 통과하는 시대가 되었다. 20·30대는 말할 것도 없고, 60대 이상에서도 10명 중 7명이 경험했다는 통계를 굳이 외우지 않아도 현장에서 체감한다. 주머니에서 지갑 대신 휴대폰이 나오는 속도가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니 사장님 입장에서도 “간편결제 받으시나요?”라는 질문에 “네, 다 됩니다”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아예 첫 거래조차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다 된다’의 비용이다. 카드 결제를 대체하겠다며 등장한 서비스가 오히려 카드보다 비싸다는 불만이 커졌다. 영세가맹점 기준 0.4%까지 떨어진 카드사 수수료와 비교하면, 유명 플랫폼의 간편결제 수수료가 0.5\~0.8%, 배달·커머스 연동형은 1%대 중후반까지 오르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는 “여기엔 카드 네트워크 비용과 주문관리, 정산 시스템 비용이 모두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장님이 체감하는 건 한 줄 정산액이다. 원가와 인건비, 임대료를 제하고 남는 마지막 줄의 숫자 앞에서는 ‘구성비’가 아니라 ‘합계’가 중요하다. 올해 들어 정부와 정치권이 온라인 플랫폼 규율 체계를 손보겠다고 예고하면서, 수수료 이슈는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카드사는 법으로 3년마다 적격비용을 따져 수수료를 조정받는데, 간편결제사는 전자금융업법 틀 안에서 자율적으로 요금을 정한다는 점이 형평성 논란의 뿌리다. 정책 테이블이 열리면 통상 세 가지 일이 일어난다. 첫째, 기업들은 스스로 인하안을 내놓거나 특정 구간을 조정하며 ‘선제 대응’을 한다.

둘째, 당국은 표준 비교표를 만들어 투명성을 높이려 한다. 셋째, 정치권은 “중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키워드로 법안을 준비한다. 그런데 현장에선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진행되어도 실감이 늦게 온다. 플랫폼마다 상품 구조가 다르고, 정산 주기와 가맹점 등급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에겐 인하가 체감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바로 옆 구간에서 인상이나 신규 부과가 생겨 ‘본전’이 되는 일이 잦다. 자영업자는 숫자로 말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계산을 한번 해보자. 하루 매출 100만 원, 그중 모바일 간편결제 비중이 60%라고 가정한다. 간편결제 수수료가 1.4%라면 하루 8,400원, 한 달(26영업일) 218,400원이다. 카드수수료 0.8%로 같으면 12만 4,800원. 둘의 차이는 월 9만 3,600원, 1년이면 112만 원. 단골 두세 명을 더 모시면 메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건비가 오르고 원가가 들쭉날쭉한 지금, 이런 항목이 세 개만 겹치면 바로 연 300만\~400만 원이 된다. 거기에 배달·마켓플레이스의 판매수수료, 광고 과금, 정산 지연비용(결제 후 실제 입금까지 걸리는 시간의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결제 ‘편의’의 비용은 체감상 더 커진다.

그렇다고 “간편결제를 받지 않겠다”는 선택지는 현실적이지 않다. 손님이 이미 거기에 익숙하고, 그 편리함이 구매를 늘리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못 받는다’가 아니라 ‘어떻게 똑똑하게 받느냐’다. 현장에서 통하는 다섯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결제 포트폴리오를 숫자로 시각화하라. 대다수 가게의 회계 앱이나 POS는 결제 수단별 매출 비중과 수수료를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 엑셀 한 장이면 충분하다. 행에는 결제수단(카드, 각 간편결제, 계좌이체, 오프라인 배달앱, 온라인 스토어), 열에는 매출, 수수료율, 정산 D+일, 차감액, 순매출. 일주일만 기록해도 ‘누가 내 주머니에 손을 넣는지’가 보인다. 둘째, 정산 속도를 가격에 반영하라. 정산이 빠른 수단일수록 현금흐름이 좋아지고, 그만큼 카드론·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를 덜 낸다. 동일한 수수료라도 D+0\~1 정산은 D+3\~7보다 실질 비용이 낮다. 이를 내부 기준으로 환산해 수수료 1.2% D+0를 1.0%로, 0.8% D+7을 1.0%로 보는 식의 ‘내부 환율’을 만들어두면 선택이 쉬워진다.

셋째, 주문관리와 마케팅 가치를 분리해 계산하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주문접수·재고·프로모션 기능 때문에 수수료가 높다고 설명한다면, 정말로 그 기능을 쓰고 있는지, 그 기능 덕에 추가 매출이 발생했는지 냉정히 따져야 한다. 기능을 쓰지 않는데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더 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반대로 그 기능을 적극 활용해 교차판매가 늘었다면, 높은 수수료도 투자로 볼 수 있다. 넷째, 구간 협상을 시도하라. 영세·중소 구간 정의는 매출과 업종별로 달라진다. 간편결제는 대개 월 거래액 구간으로 요금을 정한다. 월말·분기말에 실제 매출이 구간 경계에 걸려 더 높은 수수료를 내는 일이 흔하다. 이럴 때는 증빙을 갖고 상담 채널에 ‘구간 재분류’ 요청을 넣으면 의외로 조정되는 사례가 있다. 특히 입점 초기에 제시된 프로모션 수수료가 종료되는 시점엔 반드시 연락하라. 다섯째,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제 유도 문구를 설계하라. “현금할인” 같은 민감한 표현 대신 “오늘은 계좌이체/카드로 결제하시겠어요. 포인트 적립은 카드가 더 높아요”처럼 자연스럽게 선택을 묻고, 원하는 수단으로 쉽게 안내하는 UX를 캐셔의 멘트에 녹인다.

결제 수단을 노골적으로 제한하면 역효과가 나지만, ‘선호 수단’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수수료 인하 압박이 커지면 빅테크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남는 게 0.2\~0.3% 수준이라는 업계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단순한 요금 깎기보다 ‘구성 재설계’로 답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 결제 수수료는 낮추되, 빠른 정산 옵션이나 고급 주문관리 기능, 광고 노출을 유료 애드온으로 분리해 선택형 요금제로 바꾸는 시나리오다. 통신요금이 음성·데이터·부가서비스로 세분화된 것처럼, 결제도 기본 처리와 운영 기능이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흐름은 소상공인에게 기회이자 숙제다. 지금까지는 ‘묶음’으로 제공되던 기능을 가게의 성장 단계에 맞춰 골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선택을 현명하게 하려면 앞서 말한 숫자 시각화가 전제가 된다. 무엇이 매출을 늘리고, 무엇이 비용만 늘리는지 모르면, 분리요금제는 오히려 총비용을 키운다. 규제의 칼날은 언제나 ‘투명성’부터 벤다. 표준가격표, 수수료의 적격성 산정, 리베이트 금지, 정보 비대칭 해소 같은 단어가 법안의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가맹점주에게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첫째, 내 가게에 적용되는 정확한 요율과 기준을 내가 이해하고 있느냐.

둘째, 비교 가능한 정보가 확보되느냐. 지금은 같은 플랫폼이라도 업종·평균객단가·정산주기·환불율 등에 따라 ‘체감 수수료’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0.6%라고 말하지만 환불이 잦아 재승인·부분취소 수수료를 더해 0.9%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제도가 바뀌면 이런 항목을 반드시 사전에 공개하도록 요구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가게 내부의 ‘결제 로그’를 정리해두면, 제도가 열어준 창을 더 빨리 통과할 수 있다.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그럼 뭘 쓰라는 거죠?” 이 질문은 사실 ‘단일 해법’을 찾으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하지만 결제는 보험처럼 ‘복수 해법’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 카드, 간편결제 A/B, 계좌이체, 그리고 고객층에 따라 간이형 BNPL(후불결제)까지. 중요한 건 고객 구조다. 1만\~2만 원대 소액·빈도 높은 거래가 많은 분식·카페는 정산 속도가 우선이다. 반면 10만 원대 체험권·패키지를 파는 미용실·스튜디오는 취소·환불 조건, 예약금 기능이 더 중요하다. 배달 비중이 큰 업종은 결제수단보다 주문유입 채널의 수수료와 광고비 최적화가 우선이고, 오프라인 회전율이 핵심인 업종은 단말·QR·바코드 UX가 중요하다.
그러니 ‘남이 쓰는 걸’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내 영업모델과 고객 여정의 병목이 어디인지부터 점검하자. 이게 끝내 수수료를 깎는 왕도다. 수수료율 0.1%를 깎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제 대기 시간을 10초 줄여 회전을 1회 늘리는 편이 더 큰 돈이 될 때가 많다. 간편결제의 이면에는 또 하나의 숫자가 있다. 포인트와 적립이다. 손님이 간편결제를 쓰려는 이유 중엔 카드보다 높은 적립률, 계좌 연동 캐시백, 이벤트가 있다. 이건 가게에도 활용 기회다. 카드 포인트 제휴만큼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모바일○○로 결제 시 스탬프 2배” 같은 심플한 제안은 가게의 ‘선호 결제수단’을 고객의 ‘선호 혜택’과 연결해준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과도한 차별은 민원이 되고, 약관 위반이 될 수 있다. 가격은 동일하게 두되 리워드 구조를 바꾸어 자연스러운 유도를 설계하자. 선을 넘지 않는 영리함이 필요하다.
결제 분쟁과 사기를 막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 환불·취소 규정은 간편결제일수록 더 명확히 보이도록 붙여야 한다. ‘플랫폼 약관에 따름’으로 끝내지 말고, 가게 자체의 반환 기준과 절차를 QR 공지에 올려두자. 배송·수령 인증, 서비스 제공 완료의 증빙을 사진과 로그로 남겨두면 차지백(부인거래) 대응에 유리하다. 결제 경험이 부드러울수록 손님은 안심하지만, 그 부드러움이 곧 ‘되돌리기 쉬움’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작은 가게일수록 시스템이 아니라 절차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정치적 언어가 현장을 완벽히 구제해준 적은 드물다. 그러나 제도 변화는 흐름을 바꾼다.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요금을 고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 전체의 평균이 내려간다. 동시에 서비스의 차별화는 빨라진다. 누군가는 가격으로, 누군가는 기능으로, 누군가는 정산 속도로 승부를 본다. 이때 소상공인의 준비 정도가 결과를 가른다. ‘무엇이 싸졌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더 쓸지’를 먼저 정한 가게만이 인하의 혜택을 실질적 이익으로 바꾼다.
다시 분식집의 오후다. 배달 피크 직전, 사장님은 공책을 펼쳐 지난주에 만든 결제표를 업데이트한다. “배달앱 A: 1.8% + 광고 2만… 간편결제 B: 0.7% D+1… 카드: 0.5% D+3…” 옆에 적어둔 메모엔 “B로 유도 멘트 테스트—거부 반응 없었음”이라고 씌어 있다. 저녁 장사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 휴대폰에서 플랫폼 공지 하나가 뜬다. “소상공인 수수료 체계 개편 안내.”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자세히 보기’를 눌러 새 구간표를 캡처하고, 내 매출 구간과 비교한다. 고객이 선호하는 결제 경험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은 숫자를 붙잡는 습관은 결국 메뉴 개발만큼 중요한 경쟁력이다. 이번 주에 할 일을 하나만 꼽자면, 당신 가게의 결제 포트폴리오를 7일치라도 적나라하게 적어보자. 수단별 매출 비중, 수수료율, 정산일, 환불 건수, 광고비와 함께 ‘추정 순매출’을 계산한다. 그 표를 앞에 두고 플랫폼의 알림과 요금제 공지를 다시 읽어보면, 어제까지는 못 본 문장이 보인다. 그리고 그 한 줄이 내일의 마진을 바꾼다. 결제는 손님의 습관에서 시작하지만, 이익은 사장의 표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