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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 Biz1hour

9월 22일부터 중개형 채무조정 절차가 빨라지고 대상·감면·거치·이자 조건이 확대된다. 신청요건 완화와 상환유예로 소상공인이 빚을 통합·완화할 실질적 기회가 생겼다. 주요 혜택과 신청 유의점을 한눈에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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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 Biz1hour

월요일 아침, 가게 셔터를 반쯤 올린 채 카드매출 정산서를 들여다보던 당신을 떠올린다. 커피 포대값은 올랐고, 배달 수수료는 또 붙었다. 휴대전화에 ‘연체 12일’이라는 알림이 떠 있을 때, 머릿속 계산기는 늘 같은 칸에서 막힌다. “지금 갚을 수 있는 건 이만큼인데, 은행이 기다려줄까?” 이번 주, 그 답이 조금 달라진다. 9월 22일부터 새출발기금의 중개형 채무조정이 빨라지고, 저소득·사회취약계층의 숨통을 더 열어주는 방향으로 바뀐다. 숫자 몇 개가 바뀐다고 삶이 달라지느냐고 묻는다면, 이번에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먼저 ‘속도’다. 그동안 중개형 채무조정은 여러 채권자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약정 체결이 미뤄지기 일쑤였다. 원 채권기관의 부동의 채권을 새출발기금이 사들인 뒤에야 약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절차는 복잡했고, 그 사이 이자는 흘렀다. 이제는 신청한 채권 중 단 한 곳이라도 동의하면 일단 모든 신청채권을 묶어 약정을 체결한다. 채권 매입은 그다음으로 미룬다. 당신 입장에선 ‘합의 기다림’이라는 가장 길고 지루한 구간이 우선 생략되는 셈이다.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intermediated debt relief 관련 이미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intermediated debt relief 관련 이미지

여기에 ‘다수결’ 원리도 선명해졌다. 채권기관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끝까지 반대하는 채권은 굳이 새출발기금이 매입하지 않는다. 원 채권기관이 그대로 들고 간다. 당신이 체감하는 변화는 이렇다. 이전엔 소수의 반대가 전체의 브레이크였다면, 이제는 과반의 동의가 곧 출발 신호다. 새출발기금 재원도 덜 쓰고, 채무자에게는 덜 복잡한 안내가 가능해진다. 둘째는 ‘대상 확대’다. 지원 자격의 시간표가 한 칸 더 앞으로 당겨졌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꺾였던 2020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의 사업자만 보던 문턱이, 2025년 6월까지 사업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열렸다. “나는 창업이 늦었는데…” 하고 포기했던 분이라면 다시 계산기를 두드릴 이유가 생겼다. 그사이 누적된 카드론과 마이너스통장, 매출채권 담보대출까지, 지도 위에 흩어진 빚의 점들을 한 장의 약정서로 모을 기회다. 셋째는 ‘깊이’다. 저소득 부실차주에게는 더 큰 칼을 쥐여줬다.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소상공인 support 관련 이미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소상공인 support 관련 이미지

총채무 1억 원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인 경우 무담보 채무의 원금 감면 한도가 최대 90%로 커졌다. 기존 최대 80%에서 한 번 더 들어간다. 숫자만 보면 차이가 10%포인트지만, 바닥에 닿아 있는 사람에겐 마지막 발판 하나가 더 생기는 셈이다. 예를 들어 원금 5천만 원 중 카드론 3천만 원이 무담보라면, 최대 2천7백만 원까지 감면 폭이 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개인별 심사와 재산·소득 현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규칙이 움직인 방향은 분명하다. 거치와 상환의 시간도 늘었다. 거치기간은 최대 1년에서 3년으로, 상환기간은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된다. 당장 매달 턱밑까지 차오르던 상환액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70세 이상 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3년만 숨 쉬게 해달라”는 호소를 제도에 박아 넣은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3년이 무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매출 구조를 다듬고, 비효율 계약을 갈아타고, 메뉴를 덜어내고, 고정비를 줄이는 시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debt reduction 관련 이미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debt reduction 관련 이미지

숨을 고르는 사이 체력을 길러야 다음 코너를 돈다. 네 번째 변화는 ‘이자’다. 거치기간 동안 내야 하는 이자가 달라진다. 그동안은 채무조정 전 이자를 냈다면, 이제는 채무조정 후 약정한 이자만 낸다. 약정이 현실이 됐다는 걸,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숫자가 먼저 말해준다. 다만 예외가 있다. 보증부 채권 중 조기 대위변제가 이뤄진 건은 채무조정 과정에서 오히려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최초 대출금리와 약정금리 중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규정이 디테일을 챙길 때, 제도는 비로소 사람을 닮는다. 사소해 보이지만 체감이 큰 건 30일 이하 연체자의 적용금리 상한이다. 중개형 채무조정 후 적용되는 금리의 천장이 연 9%에서 3.9\~4.7%로 내려왔다. “나는 아직 30일은 안 넘겼는데, 그냥 참을까?” 하고 버티던 분들이 이 구간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릴 여지가 커진다. 연체가 길어질수록 선택지는 줄고 비용은 커진다.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grace period extension 관련 이미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grace period extension 관련 이미지

제도가 신호를 보내는 방향은 분명하다. 늦기 전에 들어오라고.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소급’이다. 이미 새출발기금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라면, 이번 저소득·사회취약계층 지원 강화가 소급 적용된다. 이미 끊은 티켓이 이번에 더 좋은 좌석으로 바뀌는 셈이다. 상담사에게 다시 연락해 자신의 조건이 바뀌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도는 공고했는데, 당신의 약정은 작년의 공기 속에 묶여 있을지 모른다. 올해 10월부터는 새출발기금이 다른 제도들과 길을 잇는다. 정책금융(햇살론 등), 고용(내일배움카드 등), 복지(생계급여 등)와 연계 안내가 시작된다. 채무조정만으로는 가게의 체온을 정상으로 올리기 어렵다. 교육 바우처로 대표메뉴의 원가와 조리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고, 정책금융으로 POS 임대료를 낮추는 장비를 들이며, 복지 급여로 생계의 급전압을 낮추는 식의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제도 사이의 문턱이 서로를 모른 척했지만, 이제는 한 창구에서 지도처럼 안내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repayment extension 관련 이미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repayment extension 관련 이미지

현장에서 어떻게 달라질까.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 사장은 카드사 두 곳, 은행 한 곳에 나눠진 채무를 갖고 있다. 과거라면 셋 중 한 곳이 반대하면 약정 자체가 지연됐다. 그 사이 연체 이자는 침대 밑 먼지처럼 쌓였다. 이번 제도 아래선 카드사 한 곳이라도 먼저 동의하면 우선 약정을 묶는다. 김 사장은 그날부터 약정이자 기준으로 납부를 시작한다. 은행이 늦게 동의하더라도, 삶의 속도는 먼저 약정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과반이 동의하면 반대하는 한 곳은 매입하지 않고 그 기관이 들고 간다. 김 사장에게 필요한 건 ‘하나라도 먼저 동의’라는 단어를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매출내역과 상환계획서를 단출하지만 설득력 있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사정이 더 팍팍하다. 총채무는 9천만 원, 무담보 채무가 6천만 원이고 가구소득은 중위소득 60%를 밑돈다.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interest rate cap 관련 이미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interest rate cap 관련 이미지

기존 최대 80% 감면이라면 줄어드는 원금이 4천8백만 원이었다. 이번에는 최대 90%까지 가능하니 5천4백만 원이 된다. 남는 6백만 원과 담보부 채무를 두고 3년 거치, 20년 상환의 길을 탄다면 매달 숨 쉴 수 있는 숫자가 나온다. 그 3년 동안 박씨는 심야 시간대를 과감히 닫아 전기요금을 줄이고, PB상품을 늘려 마진을 올린다. 제도가 시간을 벌어주고, 박씨는 그 시간으로 구조를 바꾼다. 새출발기금의 목적은 다름 아닌 그 ‘전환의 시간’에 있다. 물론 숙제는 남아 있다. 중개형 채무조정 부동의율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은 제도 발표 자리에서도 나왔다. 채권자에게도 논리는 있다. 그러나 자영업 생태계는 한 사람의 도산이 한 건물, 한 동네의 온도에 영향을 미친다. 상생이라는 말이 뻔해 보일지 몰라도, 데이터는 이 말이 공허한 구호가 아님을 보여준다. 연체 길이가 짧을수록 회수율은 높고, 회생 성공률도 높다.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debt consolidation 관련 이미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핵심변화 소매·유통 debt consolidation 관련 이미지

채권자에게도 ‘먼저 동의’가 장기적으로 이익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모든 채무를 목록화하되 총액과 성격을 구분해 두라. 카드론·현금서비스·마통·매출채권담보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무담보/담보로 나누는 순간 그림이 보인다. 둘째, 최근 3\~6개월 매출과 비용을 정리해 ‘현금흐름표’의 형태로 만들어라. 거치기간 동안 낼 수 있는 약정이자, 거치 이후 감당 가능한 월상환액을 스스로 산정해 보는 과정이 상담의 절반이다. 셋째, 소득·재산 증빙을 미리 한데 모아라. 임대차계약서, 사업자등록증, 통장사본, 카드매출 내역이 빠짐없이 모이면 상담의 톤이 달라진다. “가능하면 빨리요”라는 말보다 더 강력한 건 “자료는 준비돼 있습니다”라는 문장이다. 신청을 미루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다. 체면과 두려움. “내가 이런 제도를 써도 되나” 하는 마음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라는 막막함.

그런데 생각해보자. 제도는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막막함은 첫 통화에서 풀린다. 상담사는 당신의 생업 시간을 알기에 절차를 압축하려고 애쓴다. 이번 개편은 그 압축을 제도 차원에서 뒷받침한다. ‘하나라도 동의하면 약정’이라는 새 규칙은 미안함의 시간을 줄여주고, ‘거치 3년·상환 20년’은 준비의 시간을 벌어준다. 제도는 만능키가 아니다. 매출이 구조적으로 줄어든 업종이라면, 매장 하나 더 여는 공격 대신 비용과 메뉴, 입지와 채널을 다시 묻는 방어가 먼저다. 배달앱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픽업을 늘릴 방법, 점심과 저녁 사이 한가한 시간대에 HMR을 소량 생산해 근처 사무실에 납품하는 방법, 임대인과 공실 리스크를 공유하는 임대료 조정 협상 같은 것들. 당신의 사업을 살리는 건 결국 당신의 손이고, 새출발기금은 그 손이 떨리지 않게 붙잡아 주는 장갑에 가깝다. 그래도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연체가 길어질수록 당신의 선택지는 줄어든다.

이번 개편은 “늦지 않았을 때 들어오라”는 사인에 가깝다. 9월 22일 이후의 규정은 당신 편에 조금 더 가깝다. 다만 그 편의를 당신이 직접 잡아야 한다. 오늘 문을 닫기 전, 매장 POS에서 월매출을 내려받고, 통장 내역을 정리하고, 채무 목록을 엑셀 한 장에 모아두자. 그 다음은 전화 한 통이면 된다. 거기서부터는 제도가 당신을 데려간다. 도시의 상권은 생각보다 쉽게 온도가 바뀐다. 한 블록에 폐업 공고가 두 장만 더 붙어도, 사람들 발걸음은 반 블록을 우회한다. 당신의 가게 불빛 하나가 블록의 체온을 지킨다. 제도는 결국 그런 불빛들의 연합을 위해 존재한다. 이번 주, 셔터를 올리던 손길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계산기의 숫자가 여전히 차갑더라도, 적어도 방향은 따뜻해졌다는 걸 오늘은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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