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뉴스를 훑다 보니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60주년 기념식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재계의 원로부터 3·4세대 젊은 경영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였고, 본행사 전 웰컴 리셉션에선 명함이 오가며 자유롭게 소통했다죠. 누군가는 “차세대 리더가 다 모였다”고 했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60년을 압축한 브랜드 필름과 장사익·송소희의 무대였대요. 저는 그 장면들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소상공인의 ‘기념일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꽤 많거든요. 첫째로 눈에 밟힌 건 ‘웰컴’의 힘이에요. 본행사보다 앞선 짧은 리셉션이 분위기를 풀고, 세대와 업종을 가로질러 대화를 여는 역할을 했죠. 우리 가게도 비슷하게 할 수 있어요.

오픈 3주년이든 10주년이든, 본행사 전에 30분짜리 프리 리셉션을 열어보세요. 단골 다섯 팀, 협력사 두 곳, 동네 상인회 한 분만 모여도 충분해요. 음악은 미리 만든 플레이리스트로 가볍게 깔고, 손에 들고 다니기 쉬운 핑거푸드와 논알코올 음료 한 가지면 됩니다. 시작이 부드러우면 그날 매출도, 사진도, 이후의 관계도 달라져요. 둘째는 ‘브랜드 필름’의 위력이에요. 총수들이 앞줄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는 건, 잘 만든 이야기 앞에 직함도 내려놓는다는 뜻이죠. 우리도 60년짜리 대작을 만들 순 없지만 60초 영상은 만들 수 있어요. 첫 간판 사진, 손님과의 첫 메시지, 실패한 메뉴의 흑역사, 지금의 시그니처까지 ‘짧게, 솔직하게, 리듬감 있게’ 엮어 보세요.

행사 시작 전에 스크린이든 작은 태블릿이든 틀어두면, 사람들은 이유를 알고 결제를 해요. 이야기를 산 사람은 제품도 사거든요. 셋째는 ‘세대의 연결’이에요. 젊은 경영자들이 원로에게 먼저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는 대목이 특히 좋았어요. 우리도 고객 속에 세대가 있어요. 1호 단골, 요즘 SNS로 온 신규 고객, 동네에서 오래 본 이웃까지요. 행사날은 역할을 나눠주세요. 사장인 저는 오래된 손님을 챙기고, 직원 한 명은 신규 손님을 소개하고, 또 한 명은 협력사를 돌며 감사 인사를 전해요.

명함 대신 ‘감사카드’를 접어 넣으면 더 따뜻해요. 손글씨 한 줄은 오랫동안 지갑 속에 남아요. 넷째는 ‘무대의 장치’예요. 대기업 행사처럼 유명 아티스트를 부를 순 없어도, 동네의 소리와 이야기를 무대로 올릴 수 있어요. 단골 뮤지션의 기타 한 곡, 옆 공방 대표의 3분 토크, 지역 학교 동아리의 작은 합창도 충분히 빛나요. 무대가 생기면 카메라가 켜지고, 카메라가 켜지면 SNS가 움직여요. 그날의 해시태그와 촬영 스폿을 미리 정해두면 온라인 확산 속도가 달라져요.

다섯째는 ‘환갑의 태도’예요. 누군가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라 했죠. 환갑은 과거의 영광 자랑이 아니라 다음 10년을 위한 각오를 다지는 의식이에요. 기념일 문구를 이렇게 바꿔보세요. “여기까지 오게 해준 여러분, 다음 365일엔 이것을 약속합니다.” 약속은 세 가지면 충분해요. 더 나은 원재료, 더 투명한 가격표, 더 빠른 응대. 약속은 간판보다 강력한 브랜딩입니다.

여섯째는 ‘사진이 돈이 되는 동선’이에요. 그날 총수들이 영상을 찍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는 묘사는 현장 몰입의 지표예요. 우리도 포토 스폿을 두 개만 마련합시다. 입구엔 로고와 연도를 크게 넣은 배경, 매장 안엔 조명이 좋은 테이블 한 곳. 스탬프를 찍듯 인증 컷을 남기면, 손님은 스스로 홍보대사가 돼요. 현장엔 QR 하나를 붙여 이벤트 페이지로 연결하세요. 팔로우, 리뷰, 재방문 예약까지 한 번에 묶이면 그날의 열기가 다음 매출로 이어집니다.

일곱째는 ‘말’이에요. 축사들이 한목소리로 균형·책임·혁신을 강조했다는 대목을 읽으며, 우리에게도 짧은 축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장님의 90초 스피치만 준비하세요. 시작은 감사, 중간은 실패의 고백, 끝은 내일의 약속으로요. 완벽함보다 진심과 리듬이 더 오래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준비를 드릴게요. 날짜를 잡고, 60초 영상 콘티를 쓰고, 초청 메시지를 30자로 줄이세요.

프리 리셉션 30분, 본행사 30분, 네트워킹 30분이면 충분해요. 기념일은 ‘크게’가 아니라 ‘선명하게’ 하는 날이에요. 대기업의 환갑에서 배운 건 거창함이 아니라 설계의 힘이었어요. 우리 가게도 할 수 있어요. 한 장의 카드, 한 곡의 노래, 한 컷의 이야기로 다음 1년을 시작해요. 기념식이 끝나면 식탁엔 계산서가 남지만, 마음엔 약속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내일의 재방문이 되어 돌아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