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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 Biz1hour

정부의 ‘제3의 벤처붐’은 대기업·스타트업뿐 아니라 동네 소상공인에게도 기회다. 실증 파트너·테스트베드 제공, 재도전 펀드 활용, 수익공유·지분 협상 전략 등 현실적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 매장 데이터·단골 고객을 자산으로 삼아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새 수익원을 창출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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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 Biz1hour

낮 장사를 마치고 셔터를 반쯤 내린 뒤, 너는 목욕탕 의자 같은 둥근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휴대폰으로 ‘상상콘서트’ 영상을 틀었다. 화면 속 성남의 강당은 환하고, 청년들이 손을 번쩍 든다. 사회자가 정부의 ‘제3의 벤처붐’ 비전을 소개하고, 대통령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너는 무심코 웃음이 났다. “좋지. 그런데 나 같은 소상공인에게는 무슨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거지?” 하루하루 결제 단말기에서 찍혀 나오는 매출과 원가, 임대료, 인건비, 그 현실의 숫자들은 상상보다 냉정하다. 그래도 오늘은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약속. 그리고 다시 도전할 사다리를 놓겠다는 이야기.

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일반·공통 소상공인 opportunity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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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단순한 정책 브리핑이 아니었다고 한다. 청년, 딥테크, 글로벌로 나뉜 현장 토론에서 “초기 창업기업 지원 확대”, “딥테크 스타트업 참여 보장”, “방산·기후테크 투자 강화”, “해외 진출 지원” 같은 제안이 오갔다. 표어만 보면 대기업이나 투자자, 기술박사에게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눈을 조금만 좁혀보면, 거기에 동네 상권의 문도 함께 열려 있다. ‘창업 루키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1,000명을 뽑아 벤처 스튜디오 방식으로 키운다는데, 그들 중 누군가는 너의 동네에서 시범 운영을 할 공간을 찾고, 베타 고객을 모으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그때 네 가게가 테스트베드가 된다면 어떨까. 카페의 한켠을 시간제로 내어주거나, 피트니스 센터의 비혼잡 시간대를 데이터 수집에 제공하거나, 동네 물류 동선을 실험하는 파트너가 되는 일은 거창하지 않지만 확실한 협업이다. 정부가 말하는 ‘K-오픈이노베이션 허브’가 바로 이런 연결을 촘촘하게 만들어줄 장치다. 네가 먼저 손을 들 수 있다.

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일반·공통 testbed store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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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게를 써도 좋습니다”라고. 또 다른 축인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는 13조5천억 원의 대형 펀드로 성장 단계별로 밀어주겠다는 계획이다. 멀리 있는 돈같지만, 그 사다리에는 사이드 통로가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과제에 스타트업이 들어가면, 그 스타트업의 실증 파트너, 납품 파트너, 로컬 마케팅 파트너가 필요하다. 소상공인의 가장 큰 자산은 기술 특허가 아니라 현장이다. 네가 가진 200명의 단골, 매일 바뀌는 날씨와 매출의 상관관계, 골목의 유동인구와 광고 문구의 효과 같은 실전 데이터가 스타트업에게는 귀하다. “실험해볼 고객을 하루에 30명 모을 수 있다”는 능력은 투자자에게 말하는 ‘트랙션’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너는 단순한 광고 채널이 아니라, 공동개발 파트너가 된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익 공유로 받거나, 소정의 지분 또는 성공 보너스 옵션을 계약서에 넣어보자.

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일반·공통 rechallenge fund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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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튜디오가 청년을 붙들어 키운다면, 로컬 스튜디오는 네가 될 수 있다. 정책은 자금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청년과 초기 창업가를 위해 2030년까지 11조 원의 혁신자금이 투입되고, 이 중 1조 원은 ‘재도전 펀드’로 실패한 창업자의 복귀를 돕는다. 여기서 소상공인이 귀 기울여야 할 단어는 ‘재도전’이다. 사업자는 누구나 두 번째 봄을 꿈꾼다. 첫 브랜드를 접고 신메뉴로 돌아오거나, 상권을 옮기거나, 오프라인을 접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결정은 재도전의 전형이다. 그동안 우리의 재도전은 대체로 가족의 사채, 카드론, 그리고 체면의 대가로 치러졌다. 이제 제도권이 그 비용의 일부를 나눠 들겠다고 한다. 대출이든 보증이든, 중요한 건 실패를 ‘범죄’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일반·공통 local studio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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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보증 금지 확대, 세제 지원은 무릎에 모래주머니처럼 달라붙는 두려움을 덜어낸다. 실패와 채무의 그늘을 걷어내야만 가게 앞에 다시 간판을 걸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40조 원 규모의 벤처투자 시장을 그린다. 숫자는 먼 데서 울리는 북소리 같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AI, 방산, 기후테크 같은 전략 분야에 돈과 제도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되묻기 전에, 네 가게의 일상에서 이미 이 키워드가 스며든 순간을 찾아보자. 카운터 뒤에서 쓰는 POS는 AI 수요예측 기능을 붙이기 직전이고, 주방의 에너지 효율은 기후테크의 첫 단원이며, 방산의 기술은 안전과 인증에서 민간으로 흘러들어온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어렵다면, 네 업장 자체를 ‘작은 혁신의 실험실’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영업시간과 피크타임을 데이터로 가설을 세우고, 재고 발주를 모델로 개선하고, 포장재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면서 고객 응답을 기록하라.

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일반·공통 매출 sharing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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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기술이 없어도 혁신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익히는 순간, 네가 정부와 시장이 찾는 파트너의 언어를 얻게 된다. 물론, 말은 쉽고 실행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 소상공인을 위한 아주 현실적인 ‘세 문장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네 업의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 “점심 피크를 제외하면 좌석 회전이 느리다”, “신메뉴 반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르다”, “주문 이후 대기시간 불만이 늘었다.” 같은 문장을 적는 것만으로도 너의 관심사는 ‘성장’에서 ‘가설’로 이동한다. 둘째, 협업의 문을 한 문장으로 연다. “우리 가게는 ○○ 실험의 테스트베드가 될 의사가 있다.” 이 문장을 이메일 서명에 넣어두고, 지역 창업 카페의 게시판에 올려라. 셋째, 상호이익을 한 문장으로 명확히 하라. “우리는 실험 기간 동안 A를 제공하고, B의 수익을 공유받는다.” 이 세 문장은 법률 검토와 숫자 조율을 부르는 신호탄이다.

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일반·공통 pilot partner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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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지역 상공회의소나 창업보육센터, 소진공의 상담창구에서 계약서 샘플과 체크리스트를 받으면 된다. 정책은 문을 열고, 문턱을 낮추고,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문을 통과하는 일은 우리가 한다. 성남의 무대에서 대통령은 실패의 가치를 강조했다. 통계적으로도 실패를 겪은 사람이 다음 성공 확률이 높다는 얘기, 투자 문화가 발달한 곳일수록 ‘한 번은 넘어져본 사람’을 더 신뢰한다는 얘기. 그 말은 위로로만 들리지 않는다. 실패의 이력이 ‘신용’이 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들린다. 만약 재도전 펀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우리의 실패는 은폐가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어떤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어떤 방식으로 돌아왔는지를 투명하게 기록하는 상인들이 늘어날 것이다.

소상공인이 개척할 벤처 붐 길 일반·공통 창업 collaborat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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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서사가 쌓이면, 너와 같은 업종의 누군가는 같은 구덩이를 피할 수 있고, 누군가는 더 빠르게 도전할 수 있다. 커뮤니티의 학습 속도가 붙는다. 이것이 진짜 벤처붐의 근육이다.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벤처 캠퍼스’를 세운다는 계획은 멀리 있는 얘기 같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 바다 건너 캠퍼스가 하는 일을 우리 동네에서 미리 해보는 것이다. 동네 대학의 창업동아리와 ‘로컬 미션’을 정해 상점을 현장 수업의 파트너로 묶고,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과제에 지역 상권을 함께 넣는 컨소시엄을 꾸려보자. “우리 가게는 고객 1,000명의 구매 이력과 동선 데이터, 오프라인 체류 시간을 익명화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을 만들면, 스타트업의 눈빛이 달라진다. 때로는 거울을 버리고 창문을 열어야 한다.

혼자서 잘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밤이 깊어 셔터를 끝까지 내리기 전, 너는 오늘의 매출을 마감한다. 하단에 작은 배너가 뜬다. ‘모두의 창업 플랫폼 사전 등록’. 손가락이 머뭇거린다. “나도 창업가인가?” 소상공인은 늘상 창업가였다. 하루를 설계하고, 고객을 모으고, 실패하고, 다시 올라선다. 다만 이제는 그 여정이 혼자만의 것이 아닐 뿐이다.

재도전의 사다리가 내려오고, 협업의 공용어가 깔린다. 제3의 벤처붐이란 거대한 말이 골목에 닿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적고, 협업을 한 문장으로 제안하고, 상호이익을 한 문장으로 박는 것. 그리고 실패의 기록을 부끄러움 대신 자산으로 남기는 것. 내일 아침 문을 열 때, 카운터 옆 화이트보드에 그 세 문장을 적어두자. 제도의 문이 열릴 때, 가장 먼저 통과하는 사람은 대개 준비된 사람이다. 준비란 거창한 게 아니다. 오늘의 현실을 혁신의 언어로 번역하는 연습,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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