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바람이 화면 밖으로도 불어오는 듯했죠. 야외극장의 조명이 켜지고, 관객의 환호가 파도처럼 번질 때 휴대폰 속 레드카펫을 보며 사장님 마음에도 작은 엔진이 켜졌을 거예요. “저 화려한 축제랑 내 가게가 무슨 상관이람?” 싶다가도, 사실 매장 오픈도, 신상품 런칭도, 고객을 모아 한 편의 ‘첫 장면’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압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서른 살.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배우 이병헌이 사회를 맡았고, 레드카펫엔 기예르모 델 토로, 마이클 만, 밀라 요보비치 같은 세계적 이름들이 등장했어요. 블랙핑크 리사도 깜짝 나타났죠.

아시아영화인상은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에게 돌아갔고요. 영화제는 10일 동안 300편이 넘는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숫자와 이름이 주는 밀도, 바로 ‘축제가 브랜드가 되는 방식’의 정수예요.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1]) 첫 번째 힌트는 큐레이션입니다. 영화제는 개막작 한 편으로 올해의 메시지를 요약해요. ‘어쩔수가없다’라는 선택은 “한국 영화의 지금”을 뾰족하게 보여주는 총괄 편집이죠.

우리 비즈니스도 같습니다. 시즌의 시작을 무엇으로 여느냐가 이후 열흘의 동선을 결정해요. 가게의 ‘개막작’을 정해보세요. 가장 많은 재방문을 만드는 메뉴, 후기에서 키워드가 선명한 상품, 혹은 당신의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하는 서비스 한 가지. 그것으로 쇼윈도와 배너, 광고 카피의 톤을 통일하면 고객은 첫 장면에서 이미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됩니다.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1]) 둘째는 ‘카펫 밖’의 설계예요.

손 흔드는 레드카펫이 전부가 아니라, 영화제는 마스터클래스, 시네 토크, 포럼으로 관심을 체류 시간으로 바꿉니다. 델 토로가 신작 작업기를 풀어놓고, 폴 W.S. 앤더슨이 강연을 열며 팬덤을 지식과 경험으로 엮죠. 우리도 런칭 주간에 체험과 대화를 붙이면 노출이 관계로 변합니다. 신제품 시식만 하지 말고, 제작 비하인드 라이브, 사용법 미니 클래스, 핵심 고객 10명을 위한 ‘프리뷰 나이트’를 기획해보세요. 방문 이유가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나면 결제 전환율은 자연히 따라옵니다.

([Hollywood Reporter][2]) 셋째는 상(賞)의 힘입니다. 파나히 감독에게 주어진 아시아영화인상은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창작”이라는 서사를 확장했어요. 상은 이야기의 증폭기입니다. 우리 가게도 상을 ‘만들’ 수 있어요. 월간 베스트 리뷰어 배지, 로컬 파트너 선정 ‘동네의 선택’, 첫 구매 고객이 뽑는 ‘올해의 신인’처럼요. 중요한 건 기준의 투명성과 기록의 지속성.

매장 벽 한쪽이나 홈페이지에 히스토리를 차곡차곡 쌓으세요. 신뢰는 축적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Korea.net][3]) 넷째는 데이터의 문법이에요. 올해 영화제는 상영 편수와 관객 수치로 자신들의 규모와 회복력을 확인시켰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달렸고, 내년에 더 달릴 거야.” 소상공인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죠. “이번 분기 신제품이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했고, 재구매 전환은 18%에서 25%로 올랐다.” 숫자는 우리의 감각을 보정하고, 팀의 선택을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대단한 툴이 없어도 괜찮아요. 스프레드시트 한 장에 유입–체류–전환–재방문만 꾸준히 적어도 다음 시즌의 오차는 확 줄어듭니다. ([코리아헤럴드][4]) 이제 실행입니다. 이번 주말, 우리만의 ‘개막식’ 계획서를 한 장으로 정리해볼까요. 첫 장면(대표 상품·서비스)과 한 줄 설명, 열흘짜리 이벤트 캘린더, 카펫 밖 프로그램(체험·클래스·토크), 그리고 ‘상’의 설계.

SNS 상단에 고정할 포스터 이미지를 하나 만들고, 매장 앞 작은 배너로 톤을 맞춰주세요. 가능하다면 로컬 파트너를 한 팀 섭외해서 교차 프로모션을 걸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고객이 주인공이 되는 자리”라는 점. 레드카펫을 밟는 건 결국 우리에게 찾아와 주는 그 사람들입니다. 30년간 축적된 부산의 노하우는 어렵지 않아요.

‘무엇을 먼저 보여줄지’, ‘어떻게 오래 머물게 할지’, ‘왜 이 선택을 했는지’를 선명하게 답하는 것. 올가을, 당신의 가게도 작은 영화제처럼 열어보세요.
첫 장면이 좋으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시즌을 기다리는 관객—아니, 고객들이 레드카펫 바깥까지 줄 서게 될 거예요. [1]: https://www.biff.kr/eng/artyboard/mboard.asp?action=view&intSeq=96672&strBoardID=9611_05&utm_source=chatgpt.com "[BIFF Press Release] No Other Choice, Directed by PARK ..." [2]: https://www.hollywoodreporter.com/movies/movie-news/guillermo-del-toro-korean-cinema-frankenstein-busan-1236375663/?utm_source=chatgpt.com "Guillermo del Toro on Frankenstein, Being Inspired ..." [3]: https://www.korea.net/NewsFocus/People/view?articleId=279546&utm_source=chatgpt.com "[At BIFF ②] Iranian director named Asian Filmmaker of the ..." [4]: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584691?utm_source=chatgpt.com "BIFF wraps up, celebrating 30 years with star-studd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