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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 Biz1hour

온라인 장례 플랫폼 '첫장'은 부고·추모관·장지 거래를 연계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장지 상담·구독 모델로 매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소상공인과 관련업체는 플랫폼 제휴, 투명한 실거래 정보 제공, 장지 구독·분납 상품 설계로 고객 충성도와 예측 가능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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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 Biz1hour

부고 문자를 받는 순간, 손끝은 늘 잠깐 얼어붙는다. 누군가의 생이 닫혔다는 사실을 휴대폰 화면에서 확인한다는 게 여전히 어색하고, 약도를 열고, 조문 예절을 검색하고, 화환을 주문하는 그 일련의 동작이 어쩐지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지난달 한 독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문자 끝에 ‘온라인 추모관 입장’과 ‘장지 확인’ 버튼이 같이 붙어 있었어요. 고인의 사진과 생전 영상을 보고, 분향을 누른 뒤, 유가족이 준비 중인 장지 정보까지 한 화면에서 확인했죠. 생의 문을 닫는 일이, 지도를 펼치듯 차분해지더군요.” 그가 눌렀던 그 버튼의 이름이 ‘첫장’이었다. 장례의 시작은 대체로 갑작스럽다. 하지만 장지 선택은 늘 ‘갑작스러우면 안 되는’ 의사결정이다. 공설 납골당은 포화에 가깝고, 사설 장지는 가격과 정보가 들쭉날쭉하다. 수의와 빈소를 정하는 속도로 장지를 고를 수는 없다. 이 간극을 폰 안으로 끌고 들어온 팀이 있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gravesite comparison 서비스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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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장례 플랫폼 ‘첫장’을 운영하는 첫장컴퍼니다. 이들은 업계 최초로 부고장–온라인 추모관–장지 거래를 하나의 여정으로 묶었다. 부고를 받은 사람이 추모관에서 조의를 표하고, 필요하면 장지 후보를 비교해 확정·결제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장례가 감정의 영역이라면, 장지는 정보의 영역이다. 첫장은 이 두 영역을 무리하게 합치지 않고, 대신 ‘연결’에 집중한다. 투자자들도 이 연결의 힘에 베팅했다. 스타트업 스케일업 전문 AC인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가 첫장컴퍼니에 시드 투자를 집행했다. 금액은 비공개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장례와 장지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다. 시장은 이미 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투명성과 선택권의 빈틈이 비즈니스의 초점이 됐다. 투자사는 첫장이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품은 모델이라 평가한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funeral information transparency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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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매칭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을 낮추고 ESG 친화적인 장례 옵션을 큐레이션하는 플랫폼으로 보았다는 뜻이다. 첫장의 화면을 따라가 보자. 지역과 예산, 종교 시설 여부, 주차·접근성 같은 조건을 필터에 넣으면 장지 후보가 뜬다. 각 후보에는 실거래가와 사진, 위치, 관리 정보가 붙는다. 결제는 안전결제 프로세스를 타고, 필요한 경우 납골당 양수도도 중개한다. 흥미로운 건 ‘장지 구독’이라는 개념이다. 말하자면 분납과 관리, 추모 서비스가 결합된 장기 계약 모델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지출을 장기간에 걸쳐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젊은 세대가 생애 설계의 일부로 장례를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구독은 심리적 충격을 줄이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현재 첫장이 밀고 있는 1단계는 ‘장지 상담 서비스’다. 여러 장지를 한 번에 비교하고, 협상 과정에서의 불투명함을 걷어내며, 단체 계약을 통해 할인 혜택을 제시한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burial subscript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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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이 상담 이전 단계에서 이미 매출 파이프라인을 돌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부고장 발송과 온라인 추모관을 기반으로 한 부가 서비스가 그것이다. 장례의 첫 접점에서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데이터와 추천 로직으로 확장해 장지 선택까지 이어지게 하는 구조. 고객획득비용과 생애가치의 곡선을 독해하는 방식이 영리하다. 이 팀의 출발선은 기업 안의 실험실이었다. 교원그룹 사내벤처 경진대회 우승팀을 모태로 2023년 10월 정식 출시, 11월 독립법인으로 분사하자마자 한 달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숫자 뒤에는 맥이 있다. 베타 단계에서부터 실거래를 다수 성사시키며 검증을 쌓았고, 장례 업의 문법을 아는 사람들이 코드를 썼다. 장원봉 대표는 교원라이프에서 부서를 이끌던 실무자 출신이다. 상조회사의 현실을 알고 IT 서비스의 호흡도 아는 리더가 초기에 흔들리는 선택을 줄였다. 서비스 기획, 마케팅, 운영, 법률까지 베테랑들이 역할을 단단히 쥐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팀 문화 역시 실행력을 만들었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obituary memorial integration 관련 이미지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obituary memorial integration 관련 이미지

장례 산업은 규제와 관습, 지역성이 다층으로 얽혀 있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의 진짜 난제는 ‘화면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매장의 현실을, 장지 관리 주체의 사정을, 유족의 심리 곡선을 플랫폼 안에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일이다. 첫장이 말하는 표준화는 기술 표준이면서도 절차 표준이다. 고인의 부고가 발송되는 순간부터 추모가 이어지고, 장지 선택과 계약, 사후 관리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흐름. 그 흐름이 반복될수록 데이터는 정교해지고, 추천은 덜 실수하며, 가격은 시장의 중심으로 수렴한다. 결국 표준은 ‘쌓인 경험’의 다른 이름이다. ESG 친환경 장례 옵션을 굳이 앞세우는 이유도 분명하다. 수목장과 해양장, 자연장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정보는 파편화돼 있다. 누가 관리하고, 접근은 어떠하며, 장기적으로 유지 비용은 얼마인지, 친환경이라는 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비자는 알기 어렵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columbarium transfer brokerage 관련 이미지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columbarium transfer brokerage 관련 이미지

첫장이 여기에 투명한 설명서와 비교 도구를 붙이면, ‘좋은 의도’는 ‘실제 선택’으로 바뀐다. 친환경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사실을, 플랫폼은 수치와 사진, 계약서로 설득할 수 있다. 이번 투자로 첫장은 전국 장례식장과 장지 데이터베이스를 넓히고, 검색·결제 기능을 고도화하며, 핵심 개발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그다음은 더 큰 질문이다. 한국에서 통했던 표준이 아시아에서도 통할까. 장례는 종교와 문화, 법이 밀접하게 섞인 영역이라 ‘복붙’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표준화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결제와 검증, 비교와 기록, 이 네 가지를 모듈화해 국가별 관습에 맞게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장례 디지털 플랫폼 표준’은 단일 규격이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공통 언어에 가깝다. 누구나 이해하는 약관, 모두가 확인한 가격, 남겨지는 기록.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gravesite consultat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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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순간에 필요 없는 오해를 줄이는 언어 말이다.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첫장은 교과서적인 성장을 설계한다. 상단 퍼널을 넓히는 부고·추모 기능으로 트래픽을 확보하고, 중단 퍼널의 상담·비교에서 신뢰를 쌓고, 하단 퍼널의 거래·결제에서 매출을 만든다. 이 여정에서 유가족은 번아웃되지 않아야 하고, 공급자(장례식장·장지)는 불공정하다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첫장의 고객은 두 부류다. 상실의 시간을 지나야 하는 개인과, 그 시간을 매일 직면하는 현장의 전문가들. 양쪽의 언어를 번역해 주는 플랫폼이 되어야 오래간다. 장례 산업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정서와 숫자 사이에 있다. 빈번한 사용자가 없는 서비스의 특성상, 한 사람의 경험이 또 다른 사람의 결정을 돕는 구조가 중요하다. 추모관에 남겨진 이야기, 장지 관리 후기, 계약 이후의 서비스 평가가 곧 품질 관리의 레일이 된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funeral industry partnership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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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이 후기를 악용하지 않도록 감정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과도한 상업화를 경계하며, 검증된 정보만을 전면에 세운다면 그 레일은 더 단단해진다. “이 플랫폼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한 문장이 가장 비싼 자산이 된다. 투자사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는 올해만 수십 곳의 유망팀에 자금을 집행하고, 2027년까지 20개 이상의 아기유니콘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운용사로서의 탄탄한 트랙 레코드가 있기에,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선택을 넘어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표지판으로 읽힌다. 장례는 모두의 미래 고객을 가진 시장이다. 이 말의 냉정함이 불편하다면, 그 불편함을 덜어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윤리다. 플랫폼이 해야 할 일은 ‘좋은 죽음’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좋은 준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어느 소상공인 독자는 요즘 조문 화환 주문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환이 나빠서가 아니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소상공인 collaborat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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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방식이 달라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방향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디지털 여정에 맞춰 다시 엮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지역의 장례식장은 첫장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로 ‘보이는 곳’이 될 수 있다. 가격과 서비스 항목을 정돈해 올리고, 방문 동선과 주차, 종교 의전 지원 여부를 명확히 적는 것만으로도 선택률이 달라진다. 동네의 꽃집은 추모관과 연동된 맞춤 화환·조의 선물 구독을 제안할 수 있고, 소규모 영상업자는 생전 기록과 추모 영상 편집을 표준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장례의 시간에 누군가의 손발이 되어온 로컬 비즈니스들이 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역할을 얻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마지막으로, 나는 이 서비스가 감정을 ‘팔지’ 않기를 바란다. 감정은 존중하는 것이지, 설계하는 게 아니다. 화면은 차분해야 하고, 문장은 절제되어야 하며, 클릭은 최소여야 한다. 플랫폼의 미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수를 줄이는 데 있다.

온라인 장지 플랫폼 '첫장'의 실무 전략 전문 서비스 subscription burial pla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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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위치 안내를 없애고, 말 바꾸는 가격을 막고, 애매한 계약서를 명확하게 바꾸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 누군가의 마지막 여정을 숫자와 픽셀로 돕는 일이므로, 숫자와 픽셀의 정확성이야말로 최고의 예의다. 부고를 받는 날은 언제나 갑자기 온다. 하지만 준비의 문을 조금 더 일찍 열어둘 수는 있다. 첫장은 그 문에 달린 경첩을 정비하는 팀처럼 보인다. 소리 없이 열리고, 부드럽게 닫히는 문. 우리 모두 언젠가 지나갈 그 문 앞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덜 흔들리도록. 그리고 남겨진 사람이 ‘좋은 준비’를 했다는 안도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 있도록. 그런 플랫폼이 오래 살아남는다. 그런 표준이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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