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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 Biz1hour

종이 중심의 빌딩 유지보수를 손안의 단순한 앱으로 전환해 레퍼럴로 확장한 LogCheck 사례. 소상공인은 현장 관찰→간편 UX→현장영업→데이터 축적으로 신뢰와 투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배울 수 있다.

·16분 읽기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 Biz1hour

브루클린의 한 카페에서였다. 셔츠 주머니에 드라이버를 꽂은 남자가 “우린 복잡한 건 싫어요. 현장에선 한 손으론 문을 열고, 다른 한 손으론 버튼 하나만 누르고 싶거든요”라고 말했다. 그가 건물 수리기사였는지, 보일러실을 지키는 베테랑이었는지 정확하진 않다. 다만 그 말은 뉴욕의 빌딩 관리 시장, 그리고 틈새를 노린 앱 기업 한 곳을 또렷하게 떠올리게 했다. 니치. 누가 봐도 작아 보이는 시장, 그런데 그 안에선 큰 문제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시장. 몇 해 전, 인시아드의 김위찬 교수가 던진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한국에서도 유행이었는데, 뉴욕에서 만난 로그첵(LogCheck)은 그 말을 공장 바닥과 보일러 파이프의 냄새가 나는 언어로 번역해 보여줬다. 다음 만남은 맨해튼의 작은 사무실이었다. 물류 박스가 아직 풀리지 않은 벽면, 하늘색 유니폼, 회사 로고가 인쇄된 머그잔, 그리고 화이트보드엔 관리 루틴을 시간대별로 쪼갠 매트릭스가 빼곡했다.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building 유지관리 app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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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이라 사무실엔 셋만 남아 있었다. 마이크 브라운 CEO, 벤 라그헵 CTO, 그리고 현장을 오래 뛰었다는 숀 오툴. 그들의 말은 화려하지 않았다. “심플.” 마이크는 이 단어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들이 만든 앱은 거창한 ‘플랫폼’이라기보다, 빌딩 관리원이 한 손으로 꺼내서 바로 쓰는 도구였다. 종이에 적던 계기 검침과 점검 체크를 스마트폰으로 옮겼을 뿐인데, 그 한 걸음이 추적과 평가, 나아가 보수용품 수요 예측까지 연결된다고 했다. 뉴욕의 고층 건물 대부분은 엄격한 루틴으로 돌아간다. 보일러 온도, 펌프 압력, 전기 패널 점검, 엘리베이터 소음 기록, 배수펌프 테스트… 매일, 매주, 매달 해야 할 일이 수십, 수백 개다. 전산화된 유지보수 시스템은 이미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용’이라 적어놓고도 데스크톱 화면을 휴대폰에 억지로 집어넣은 것 같은 복잡함이었다.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field work digitizat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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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몇 번, 드롭다운을 여러 번 내려서 하나를 선택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또 입력… 현장에선 그럴 시간이 없다. 로그첵의 전략은 단순했다. 다운로드 즉시, 오늘의 루틴이 체크박스로 뜬다. 담당자를 바꾸고, 사진을 찍고, 이상 소견을 음성으로 덧붙이면 끝.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자동으로 기록되고, 관리자는 나중에 뒤늦게 전화로 “그때 어땠죠?”를 묻지 않아도 된다. 그 시작점은 아주 평범한 관찰이었다. 지역 빌딩관리 조합에서 교육을 하던 날, 마이크는 수강생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걸 봤다. 손전등, 카메라, 계산기, 단위 변환, 메모… 모두 쓰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핵심 업무인 관리 기록은 여전히 종이였다. 바로 그 간극, ‘이미 손 안에 있는 기기’와 ‘여전히 종이에 기대는 습관’ 사이에 로그첵의 첫 페이지가 놓였다.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on-site 판매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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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니치란 결국 사람들의 일상에서 이미 돌고 있는 행동과 도구 사이의 사소한 불일치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이 회사는 보여준다. 거래처를 묻자, 그들은 구체적이었다. 뉴욕타임즈 빌딩,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허스트 타워, 스태튼아일랜드 페리터미널. 익숙한 이름들이라 화려해 보이지만, 기실 첫 고객의 문은 그리 화려하게 열리지 않았다. 영업사원이 ‘커보이는’ 건물에 무작정 들어갔고, 의외로 성과가 났다고 했다. 뉴욕엔 수많은 빌딩이 있지만, 의사결정 구조는 생각보다 집중돼 있다. 대형 관리회사가 수십, 수백 동을 묶어 관리한다. 한 건물에서 효용을 증명하면, 담당 매니저는 곧 다른 포트폴리오에도 같은 도구를 넣는다. 그래서 이들의 핵심 유입은 광고가 아니라 레퍼럴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발로 뛰는 영업”이라 부르는 바로 그 방식이, 네트워크 구조가 촘촘한 시장에선 여전히 가장 합리적인 확장 경로가 되었다.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referral 마케팅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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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이야기도 피해가지 않았다. 창업은 마이크와 그의 쌍둥이 형제 매트, 그리고 벤으로 시작됐다. 초기는 가족과 친구들의 돈, 약 20만 달러로 불을 지폈다. 그 다음 해엔 자금 압박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길었다. 다만, 끈질기게 현장을 파고들어 쌓은 데이터와 고객 리스트가 결국 신뢰를 만들었다. 이듬해엔 투자자 일곱 곳에서 약 120만 달러를 받았다. 흥미로운 건 그 돈의 출처였다. 뉴욕의 건물주, 텍사스의 패밀리 오피스, 산업 자본에서 나온 보수적인 돈들. 저금리 시대라는 순풍도 있었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수익 구조가 단순명료했기 때문이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받아, 종이를 앱으로 바꾸는 비용 절감과 리스크 감소를 눈앞의 숫자로 보여주는 비즈니스.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소상공인 startup 관련 이미지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소상공인 startup 관련 이미지

돈은 이야기보다 숫자를 좇는다. 그러나 로그첵의 이야기를 단순한 ‘미국식 성공기’로 축약하면 곤란하다. 그들의 강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다. 현장에서 시작하는 태도, 기능을 덜어내는 태도, 그리고 고객의 말에서 제품 로드맵을 꺼내는 태도. 마이크는 인터뷰 내내 “I wish I thought of that!”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업계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저 한 마디는 곧 ‘직관적이고, 즉시 효용이 있고, 배움 없이 쓸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혁신’을 새 기능의 나열로 오해한다. 하지만 많은 산업에서 혁신은 덜어내기에서 나온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의 공학, 그리고 그 빼기가 만들어내는 속도. 뉴욕의 창업 생태계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유지관리 checklist 관련 이미지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유지관리 checklist 관련 이미지

밋업과 컨퍼런스가 도시의 박동수처럼 매일 올라갔다 내려갔고,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자들이 모여 서로의 실패를 나눴다. 사업이 안 풀릴 때도, 일자리를 찾을 때도, 누군가는 지난 몇 년간의 대화를 기억하고 적합한 연결을 만들어 줬다. 화려한 피칭데이의 조명보다,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의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신뢰가 회복 탄력성을 키웠다. 우리의 도시에도 요즘 스타트업 행사가 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얼굴을 마주치느냐’다. 니치는 사람을 통해 이어지고, 신뢰는 시간을 통해 만든다. 이쯤에서 한국의 소상공인, 중소 사업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짚어보자. 첫째, 니치는 멀리 있지 않다. 손님이 이미 쓰고 있는 도구와 일상 루틴 사이의 어긋남을 찾아라. 카페에서 주문은 모바일로 받는데, 원두 재고는 여전히 수기로 세고 있다면, 거기에 당신의 첫 화면이 있다. 둘째, 기능은 줄이고 순간을 살려라.

현장기반 빌딩관리형 니치앱 성공법 전문 서비스 simple UX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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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가장 바쁜 10초를 상상하고, 그 10초 안에 끝나지 않는 버튼은 과감히 지워라. 셋째, 영업은 이야기보다 관찰이다. 큰 손님 하나를 위한 데모를 땀 흘려 준비해 보여주면, 그 하나가 주변의 다섯을 데려온다. 넷째, 데이터는 습관에서 나온다. 직원이 매일 체크할 수 있게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근사한 분석 차트도 빈 그래프에 불과하다. 마이크의 이력은 의외로 굴곡이 많았다. 생명공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테스트했고, 건설 현장을 감독했고, 에너지 효율 컨설팅을 했다. 하나로 묶기 어려운 경력 같지만, 현장에서 땀을 묻히며 문제를 푸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주말엔 하이킹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했다.

이 모자이크 같은 경력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한국의 많은 창업자들이 전자상거래, 오프라인 유통, 서비스업을 오가며 일한다. 중요한 건 ‘경력의 통일성’이 아니라 ‘경험의 응용력’이다. 보일러실의 체크리스트를 모바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은, 동네 베이커리의 오픈·마감 루틴도 앱으로 바꿀 줄 안다. 니치의 위험도 물론 있다. 시장이 작고, 기능을 덜어내다 보면 ‘확장성’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로그첵이 보여준 길은 다른 데 있다. 작은 문제를 완벽히 푼 다음, 그 문제를 공유하는 이웃 시장으로 옆걸음하라. 뉴욕에서 증명된 루틴은 보스턴, 시카고, LA로 복제될 수 있고, 아파트에서 통했던 습관은 병원과 학교로 이동할 수 있다.

본질은 ‘루틴의 표준화’다. 산업이 달라도, 루틴은 닮아 있다. 그래서 니치는 의외로 넓다. 브루클린에서 만난 그 수리기사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한 손으론 문을 열고, 다른 한 손으론 버튼 하나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만들 제품의 표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의 가게, 공장, 사무실에서도 같은 장면이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을 포착해, 버튼 하나로 바꾸는 순간, 당신의 니치는 시작된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말할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더라면!” 그 말은 늦었다는 탄식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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