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8평 공방, 겨울의 벽을 만나다
부산 기장에 있는 8평 수제과자 공방 ‘파도오븐’은 직원 3명, 월 매출 3,600만 원 규모였습니다. 지난 겨울 전기·가스 단가와 택배 기본료가 오르자 월 에너지 420만 원, 물류 260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원재료 값까지 흔들리며 순이익이 한 달 만에 7%포인트 줄었고, 대표는 “이대로면 봄 전까지 버틸 수 없다”를 실감했습니다.

적신호의 근원: 예열 남용과 잦은 소량 출고
점검해 보니 오븐 2대를 아침부터 전부 켜 두고, 주문이 뜨면 추가로 온도를 올렸습니다. 예열만 하루 3시간을 넘겼죠. 출고는 하루 3회 소량으로 나가 포장 시간과 운임이 누적됐습니다. 문틈과 작업대 뒤쪽에서 찬바람이 들어오면서 난방도 세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습관과 순서였습니다.


전환의 계기: 1주일 기록으로 길 찾기
대표는 1주일간 시간대별 전력계 수치, 오븐 켜고 끈 시간, 주문 접수와 출고 시각을 손으로 적었습니다. 단열이 약한 구간엔 종이를 붙여 바람 흐름을 확인했고, 피크 주문이 11시~13시, 17시~18시에 몰린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측정→원인→조치’의 순서를 종이에 붙이고 모두가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에너지 대책: 교대 예열과 새는 곳 막기
오븐은 교대로 예열했습니다. 피크 40분 전 1대만 켜고, 주문이 쌓이면 2대를 가동하는 방식입니다. 문풍지와 커튼, 자동 닫힘 스트랩을 달고, 온도는 1도 낮추되 창가엔 무릎담요를 비치해 체감 추위를 줄였습니다. 난방 필터는 매주 헹궈 바람 세기를 되살렸습니다. 그 결과 전기·가스 사용량이 8주 평균 21% 줄었습니다.


물류 대책: 요일제 출고와 규격 3종으로 통일
출고는 화·목 2회로 고정하고, 긴급 건만 예외로 돌렸습니다. 박스는 5종에서 3종으로 줄이고, 완충재를 가벼운 종이 벌집으로 바꿨습니다. 라벨은 아침에 일괄 출력하고, 주소 오류를 막기 위해 두 사람이 번갈아 확인했습니다. 묶음 출고가 늘자 상자당 평균 운임이 내려가고 재포장 시간도 30% 이상 줄었습니다.

작업 흐름 재배치: 반죽–굽기–포장 90분 사이클
피크에 맞춰 90분 사이클을 만들었습니다. 첫 30분은 반죽 성형, 다음 30분은 굽기, 마지막 30분은 냉각과 포장으로 나눴습니다. 역할을 고정해 ‘누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가 한눈에 보이도록 칠판에 표시했습니다. 덕분에 오븐 문 여닫는 횟수가 줄고, 굽기 실패가 2.8%에서 1.2%로 낮아졌습니다.


숫자로 본 변화: 8주 후 비용과 품질
8주가 지나 에너지는 21%, 물류는 16% 줄었습니다. 월 에너지 420만→332만 원, 물류 260만→218만 원으로 내려가 순이익이 9%포인트 회복됐습니다. 납기 지연은 월 12건에서 2건으로 감소했고, 파손 문의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고객 불만이 줄자 전화 응대 시간이 짧아져 현장 집중도 좋아졌습니다.

다른 공방이 바로 따라 할 최소 조건
첫째, 전기·가스 계량 사진을 매일 같은 시간에 찍어 한 장에 모으세요. 둘째, 예열표를 만들어 오븐 1→2대 순서로 켜고, 피크 전 40분만 예열하세요. 셋째, 출고 요일을 정해 상자 3종으로 줄이되 긴급 기준을 종이에 적어둡니다. 넷째, 문풍지·커튼·자동 스트랩으로 새는 곳을 막고 온도 1도를 좌석 보완으로 대체하세요.


💡 이 사례의 핵심 교훈
크게 버는 비법이 아니라 새는 곳을 막는 순서가 이익을 지킵니다. 오늘 ‘측정 한 장, 예열표 한 장, 출고 달력 한 장’부터 붙이세요. 적은 비용의 반복이 겨울을 버티는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