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막바지, 성수동의 작은 카페에서 막 개업을 고민 중인 지연 씨는 프랜차이즈 설명서를 펼쳐 놓고 한숨을 쉬었다. “본사 물류를 이용할 때만 품질이 유지됩니다.”라는 문장이 눈에 밟혔다. 옆자리에서 배달 단말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고, 바로 맞은편 창밖에서는 같은 간판이 줄지어 선 점포들이 저마다의 불빛을 켠다. 그 풍경은 안정감과 불안을 동시에 준다. 대기업 브랜드의 든든함, 그리고 그 브랜드가 요구하는 보이지 않는 선들의 빽빽함. 어쩌면 프랜차이즈의 매력과 위험은 그 선의 간격을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맹사업을 “시스템 경영의 정수”라 부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맹본부는 점주들의 투자와 노동을 모아 빠르게 외연을 넓힌다. 점주는 브랜드의 신뢰, 운영 매뉴얼, 교육과 지원을 묶음으로 사서 시장에 빠르게 착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를 보면 이 구조가 아직 유효하다. 2023년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약 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9%나 꺾였지만, 가맹점 평균 매출은 약 3억 5000만 원으로 3.9% 증가했다. 외식·도소매·교육서비스처럼 “인건비가 안 나온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박한 업종에서도, 프랜차이즈라는 울타리 안에서 미세한 차이들이 생존을 가른다. 그래서 지금도 개점 컨설팅 사무실 앞에는 번호표가 돌아간다. 그런데 한국식 가맹사업을 들여다보면 수익의 심장이 로열티가 아니라 물류마진에 붙어 있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 없다.

법의 정의만 보면 가맹본부의 대가는 상표·노하우·통제 시스템 사용료, 즉 로열티여야 할 것 같다. 현실은 다르다. 많은 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재료·완제품 유통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뽑는다. 덕분에 “필수품목”이란 단어가 계약서 곳곳을 점령하고, 무심코 넘긴 그 한 줄이 몇 년 뒤 눈덩이가 되어 돌아오곤 한다. 물류와 유통의 비중이 높은 구조는 본부의 혁신 인센티브를 갉아먹는다. 메뉴 개발과 교육의 정교함이 아니라, 박스에 무엇을 담아 얼마에 넘기느냐가 P\&L의 핵심 항목이 되는 순간부터다. 물론 법과 제도는 그 위험을 알고 있다.

가맹사업의 본질이 “계속적 거래관계”라면, 그 거래의 내용과 한계는 기록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필수품목은 통일된 품질과 브랜드 동일성을 위해 예외적으로 구매강제가 허용되지만, 그 범위가 좁고 객관적으로 필요해야 하며 계약서에 명확히 적혀 있어야 한다. 치킨 브랜드가 육계와 소스를 필수로 지정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김밥집이 소독제와 세제를 지정해 마진을 얹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커피 브랜드가 원두와 특정 케이크를 묶는 건 가능하지만, 동일한 위생과 품질을 다른 경로로도 확보할 수 있는 항목에까지 ‘필수’ 도장을 찍는 건 곤란하다. 결국 질문은 간단해진다. 이 품목이 브랜드의 약속된 경험을 재현하는 데 정말 필수인가, 아니면 본부의 유통이익에만 필수인가. 차액가맹금에 관한 규제는 더 노골적으로 체질 개선을 요구한다.

가맹점이 본부를 통해 사들인 상품 가격 중 적정한 도매가를 초과하는 부분, 그게 차액가맹금이다. 법은 이 돈을 받는지, 점포당 평균이 얼마인지, 매출 대비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정보공개서에 적으라고 명령한다. 최근에는 계약서와 공개서에 근거도, 사전 통지도 없이 제3자를 끼워 거래구조를 우회한 경우 본부가 챙긴 차액가맹금을 부당이득으로 본 판결도 나왔다. 문장 하나를 빼먹은 대가가 고스란히 회수된 셈이다. 유통으로 버는 돈을 죄악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왜’와 ‘얼마나’가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점주는 자신이 브랜드 사용료를 내는 건지, 물류 납부금을 내는 건지 계산할 수 있고, 본부도 로열티·교육·R\&D라는 본업의 가치를 가격으로 증명할 동기를 잃지 않는다.

현장에서 흔히 들리는 “해외는 로열티가 주, 물류는 협동조합으로 자율 운영”이라는 말도 귀에 붙지만, 문화와 제도의 토양이 다르면 꽃도 다르게 핀다. 영업비밀과 지식재산을 가볍게 보는 풍조가 남아 있는 곳에서는, 노하우를 배운 뒤 간판만 바꿔 유사 운영을 이어가는 ‘변종 독립’이 반복된다. 본부가 로열티 중심 모델로 전환하려면 그 로열티를 지켜 주는 법적·사회적 방어막도 함께 서야 한다. 그러니 정답은 수입 모델의 선악이 아니라 투명성과 설계의 정밀도다. 어설픈 통제와 과감한 강제가 뒤섞인 계약은 오래 못 간다. 대신 각 항목이 왜 필요한지, 대체 가능성은 없는지, 비용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위기 때 어떻게 조정되는지가 입체적으로 설명될 때만 다년 계약의 무게를 버틴다. 지연 씨가 할 수 있는 일도 생각보다 명쾌하다.

정보공개서에서 필수품목 목록과 차액가맹금 비율을 찾아보고, 그 항목이 브랜드 경험의 핵심인지 체크한다. 계약서에는 필수품목의 범위와 변경 절차, 가격 산정 기준, 대체 불가 사유를 문장으로 박아 넣는다. 본부가 거래조건을 바꿀 때 반드시 사전 협의와 서면 통지를 하도록, 협의가 결렬될 때 감액·유예·대체구매 같은 안전장치를 넣도록 요구한다. 본부의 매출 구조도 질문해야 한다. 로열티·교육·광고·R\&D에서 얼마를 벌고, 물류에서 얼마를 버는지, 그 비율이 향후 3년 동안 어떻게 달라질 계획인지 청취한다. 점주는 소비자를 설득하고 본부는 점주를 설득한다.

설득이 힘을 가지려면 숫자와 이유가 함께 있어야 한다. 본부의 입장도 덧붙여 보자. 필수품목을 최소화하는 대신 교육과 지원을 극대화하면 역설적으로 유통이익을 방어할 수 있다. 점주가 브랜드의 ‘방식’에 확신을 갖게 되면 자발적 표준화가 일어나고, 표준화는 스케일을 만들고, 스케일은 협상력을 만든다. 차액가맹금을 받더라도 근거와 계산식을 공개하면 분쟁의 80%는 사라진다. 나아가 로열티의 가치를 키우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본부 교육을 받은 매장과 아닌 매장의 매출·원가·클레임 차이를 수치로 제시하고, 신메뉴와 광고의 기여도를 A/B 테스트로 보여 줘야 한다. “우리 시스템을 쓰면 잘됩니다”는 구호가 “우리 시스템은 평균 회전율을 분기당 7% 개선했습니다” 같은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 로열티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된다. 프랜차이즈는 위험을 이전하거나 분산하는 장치다. 그렇다면 누구의 위험이 누구에게, 어떤 가격으로 넘어가는지 분명해야 한다. 물류 중심이든 로열티 중심이든, 핵심은 계약의 투명성과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다. 상자에 무엇을 담아 보내느냐보다, 그 상자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태도가 더 오래 간다.
성수의 카페에서 지연 씨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도 결국 그 한 줄이었다. “필수품목은 변경 시 사전 협의와 서면 동의를 거친다.” 그녀는 펜을 들고 조용히 밑줄을 그었다. 다음 장에는 본사의 교육 커리큘럼과 점주 포럼 운영 방식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유통마진의 굵은 그림자 뒤에서, 시스템의 가치가 또렷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 장사는 신뢰의 속도다. 신뢰는 종종 문장 하나의 명료함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