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한쪽에서 시작된 종이 한 묶음
유성구 45객실 소형 호텔. 비수기 주말 투숙률 48%, 손님들은 온천만 다녀가며 금세 떠났어요. 매니저 민정 씨는 ‘머무를 이유’를 만들기 위해 주변 공방·빵집·야시장 정보를 한데 모아 A5 브로셔 1,000부와 포스터 5장을 제작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죠. “체류 30분만 더.” 첫 주 배포 후 조식 업셀 비율이 17%→26%로 뛰었습니다.

실패의 기록: 정보는 많았지만 동선이 없었다
첫 브로셔는 볼거리가 가득했지만 손님이 ‘어디부터 갈지’ 몰랐어요. 체크아웃 직전 카운터에 두니 손에도 잘 안 잡혔고요. 한 달 뒤 회고에서 깨달았습니다. 정보가 아니라 ‘걷는 길’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2판부터는 시간대별 3코스(아침빵·점심시장·저녁야경)로 재구성했고, 지도엔 도보 시간과 유모차 가능 여부를 표시했어요.


브로셔 구조: 세 줄 요약과 20분 코스
각 장소 소개를 세 줄로 줄였습니다. ①왜 가나(대표 메뉴·체험), ②언제 가나(혼잡 피크), ③어떻게 가나(도보·버스·주차). 그리고 ‘20분 코스’를 붙였어요. 체크인 후 바로 가능한 짧은 산책길, 아이와 유모차 가능한 온천공원 루트 등. 복잡한 설명 대신 “밤 8시 이후 한산, 현금 스탬프 제공” 같은 생활 팁을 큼직하게 넣었습니다.

포스터는 감정 버튼을 누른 한 문장
로비 포스터엔 긴 설명을 지우고 한 문장만 남겼어요. “유성의 밤은 걸을수록 따뜻해집니다.” QR로 브로셔 PDF를 연결하고, 카운터엔 종이 묶음을 비치했죠. 사진은 손님이 보내준 가족 사진을 허락받아 사용했습니다. 포스터 앞에서 발길이 멈추니, 직원 추천 한 마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상생 제휴: 도장 3개면 엽차 한 잔
근처 공예공방·빵집·찻집 세 곳과 도장 제휴를 맺었습니다. 손님이 브로셔에 도장 3개를 모아 오면 로비에서 엽차를 무료로 드렸어요. 비용은 세 점포와 3:3:3:1로 나눴습니다(호텔 1). 엽차 원가는 컵당 270원이었지만 체류가 35분 늘었고, 야식·레이트 체크아웃 선택률이 동반 상승했죠.

숫자로 본 변화: 체류 34분↑, 제휴매출 1.7배
브로셔 개편 8주 후 결과입니다. 평균 체류시간 1시간 42분→2시간 16분(34분↑), 제휴 세 점포 합산 매출은 전월 대비 1.7배. 호텔은 야간 음료 매출이 38% 증가했고, 투숙 후기에서 ‘동네여행’ 언급 비율이 4%→19%로 늘었습니다. 종이 인쇄비 18만 원은 첫 주말에 회수됐습니다.


운영의 디테일: 계절 교체와 아이콘 규칙
브로셔의 핵심은 업데이트 주기였습니다. 계절별로 표지를 바꾸고, 새 장소가 들어오면 하나를 빼 균형을 지켰어요. 아이콘은 다섯 개만 사용(아이·휠체어·반려·야간·우천 대체). 영어 한 줄을 함께 넣어 외국 손님도 쉽게 이해하도록 했습니다. 포스터는 색을 계절 톤에 맞춰 교체하니 사진 포인트가 됐습니다.

당장 따라 하기: 최소 세트로 시작
A5 양면 브로셔 500부, 로비 포스터 2장, 도장 스탬프 1개면 충분합니다. 첫 주는 ‘20분 코스’ 2개만 제시하고, 투숙객 반응을 메모로 남기세요. 직원에게는 “한 문장 추천”만 교육하면 됩니다. 예: “지금은 ‘빵 굽는 냄새 길’이 좋아요.” 작게 시작해도 손님 눈빛은 바로 달라집니다. 머무는 시간이 늘면 대화가 생기고, 그 대화가 다시 동네를 잇습니다.


💡 이 사례의 핵심 교훈
정보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걷는 길’을 만들어 주면 손님은 머물고, 동네는 함께 살아납니다. 오늘 로비에 포스터 한 장과 20분 코스 두 줄을 붙여보세요. 따뜻한 길 안내가 당신 숙소의 가장 다정한 서비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