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반 배도 매진입니다. 다음은 두 시요.” 마곡 선착장 매표소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오자 줄 뒤쪽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카트에 아이를 태운 부모, 자전거를 끌고 온 청년들, 점심 약속 대신 ‘강바람’을 택한 직장인까지. 통창으로 환한 분홍 배가 닻을 올리자, 스마트폰 셔터음이 물결처럼 번졌다. 서울이 한강 위에 새로운 습관을 띄웠다는 걸 체감하기에 10분이면 충분했다. 첫차 매진, 다음 배도 매진.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속으로 계산을 했다. 이 배가 ‘일상’이 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강변 상권에는 어떤 파도가 올까.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28.9km, 일곱 개 선착장을 잇는다.

초기 운항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 37분(도착 기준)까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버스처럼” 교통카드로 탑승하고, 요금은 성인 3천 원이다. 기후동행카드를 쓰면 무제한 탑승과 환승할인도 가능하다. 초반에는 8척으로 시작해 연말까지 12척, 하루 48회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붙었다. 출퇴근 시간대 급행 노선은 10월 10일 이후 투입된다. 숫자를 늘어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서비스가 ‘관광’에서 ‘출퇴근’으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지, 결국 시간표와 요금표가 답을 쥐고 있어서다. ([미래한강본부(한강공원)][1]) 첫날 풍경만 보면 ‘관광’의 승리였다. 갑판 난간에는 바람 맞으며 사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창가 좌석은 영화관 1열처럼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출근 도구로서의 성적표는 아직 미지수다. “다른 대중교통은 놓쳐도 15분이면 다음 차가 오지만, 이건 90분 간격이면 못 탄 날은 그날이 끝.” “여의도가 직장이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같은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터졌다. 이 풍경은 낯설지 않다. 새 교통수단은 대개 ‘재미’에서 출발해 ‘루틴’으로 가야 한다. 그 사이에 있는 골목을 메우는 건, 대개 사업자들의 촘촘한 편의와 연결성이다. 첫날의 혼잡과 대기표 혼선, 비 예보에 따른 불안, 레저보트와의 동선 충돌 우려 같은 장면도 지나갔다. 도시는 이런 ‘초기 진동’을 빨리 흡수할수록 신뢰를 얻는다. ([다음 뉴스][2]) 소상공인에게 이 배는 ‘손님을 싣고 오는 강’이 될 수 있다. 상상해보자.

여의도 선착장 근처의 테이크아웃 카페. 평소엔 점심 12시 전후가 피크지만, 한강버스가 닻을 내리는 시각을 기준으로 미니 피크가 두세 개 더 생긴다. 배가 들어올 10분 전, 카운터 위에는 ‘리버 픽업 박스’가 줄지어 놓인다. 미리 결제한 아이스라테와 콜드브루, 방울토마토 컵과 김밥 한 줄, 젖지 않게 포장한 휴지 한 팩. ‘배 탑승자 전용’ 문구 하나로 회전률이 달라진다. 탑승 전 10분은 마법 같은 시간이다. 관광객에겐 설렘, 직장인에겐 체력 보충, 라이더에겐 수분. 누가 무엇을 집어 드는지 관찰하고, 그 조합을 미리 묶어 상품화하면 된다. 이름은 과감할수록 기억에 남는다.

“마곡–망원 러시팩”, “여의도 야경팩”, “잠실 피크닉팩”. 배의 시간표가 곧 메뉴판이 된다. 둘째는 ‘연결의 비즈니스’다. 한강버스는 자전거와 친하다. 배에서 잠실에 내리면, 강변 순환로를 타고 성수나 올림픽공원으로 뻗어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 수리·세척·보관을 묶은 마이크로 서비스, 전동킥보드 충전 스테이션과 헬멧 대여, ‘한강초보’에게 30분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안전 클래스는 생각보다 금세 단골을 만든다. 강변 상권의 고질적 약점은 ‘목적성 부족’인데, 배가 그 목적을 만든다. “배 오기 전 20분, 배 가고 난 뒤 20분”을 당신의 시간으로 만들어라. 기다림은 소비의 전실(前室)이다.

셋째는 ‘콘텐츠의 포장’이다. 통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깝다. 압구정 선착장에 내리는 사람들을 겨냥해 ‘다리 아래 콘서트’를 매주 금요일 8시에 고정하고, 망원에서는 루프탑 플리마켓을 배의 마지막 회차 도착 시간에 맞춰 연다면 어떨까. 해 질 녘을 주제로 한 짧은 포토 워크숍, ‘강바람 글쓰기’ 원데이 클래스, 7개 선착장 카페 스탬프 투어는 ‘이동’을 ‘놀이’로 바꾼다. 어떤 도시 경험은 목적지보다 ‘이동’ 자체에 값이 매겨진다. 배와 상권이 손잡고 그 가치를 가격(티켓·패스·키트)으로 바꾸면 매출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 물론 숙제도 분명하다. 배는 하늘을 본다. 갑작스러운 폭우나 강풍에 따라 결항·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공공이 공지 시스템으로 줄이고, 민간은 사업모델로 흡수해야 한다. 예컨대 ‘리버 플렉스’라는 이름의 가변 예약·환불 정책, 비 소식이 있으면 실내형 대체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듀얼 상품(야외 피크닉팩 ↔ 실내 전시·카페 제휴), 승차 대기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메뉴판형 전광판 등은 리스크를 고객 경험으로 변환한다. 한강 레저 보트와의 동선 충돌 우려는 계도·단속의 몫이지만, 우리에겐 ‘안전 인지’에 투자할 이유가 있다. 구명조끼 키트 판매, 탑승 전 안전 브리핑을 재미있게 각색한 뱃고동 쇼츠, 선착장 근처 ‘안전 굿즈’ 팝업은 동시에 교육과 판매를 이룬다. ([다음 뉴스][2]) 시간표가 바뀌면 시장도 바뀐다. 10월 10일 이후 평일 오전 7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확대, 출퇴근 급행 노선 투입, 연말까지 일일 48회 운항 계획이 현실화되면 ‘관광→출퇴근’의 비중이 서서히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급행(마곡–여의도–잠실) 54분 내외, 일반 75\~120분대라는 체감이 자리 잡으면, 강변 사무실과 주거지의 기업형 멤버십—예컨대 ‘리버 커뮤터 패스’—가 의미를 갖는다. 출근길엔 커피와 신문, 퇴근길엔 간단한 프리미엄 간식과 야경 패스권을 묶어 월 정액으로 파는 식이다. 선착장 접근성 개선(버스 노선 조정, 따릉이 배치)이 이어지면, ‘강변 5분 생활권’은 더 촘촘해진다.

이때 필요한 건 빠른 실험과 데이터다. 탑승 전·후 30분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체류–구매 전환율을 측정하고, 배차표가 바뀔 때마다 판매 피크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어떤 조합이 회전률을 끌어올리는지 기록하라. 그게 당신 가게만의 ‘한강 타임라인’이 된다. ([미래한강본부(한강공원)][1]) 강 위의 이동은 서울에게 오래된 숙제였다. 2000년대의 수상택시가 남긴 건 멋진 사진 몇 장과 ‘시간표의 벽’이었다. 이번엔 다르기를 바란다. 다름의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대중교통 체계 안으로의 편입—교통카드, 환승할인, 기후동행 연계—가 이용 문턱을 낮췄다. 둘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 ‘여유’와 ‘경험’의 가치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변했다.

배가 늦어도 ‘뷰’가 보상해주는 시대, 경치가 상품이 되는 시대.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 보상을 당신 가게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컵홀더 하나의 설계, 종이봉투의 질감, 포장 스티커의 문구, 배 시간표와 맞춘 푸시 알림의 톤. 이런 사소함이 ‘한강 프리미엄’을 만든다. ([연합뉴스TV][3])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장면. 여의도 마천루가 정면으로 다가오고, 옥수의 철교 아래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누군가는 이 배에서 연인을 위해 야경을 찍고, 누군가는 아이에게 바람의 냄새를 설명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다음 회차 도착 7분 전, 내 가게 앞 보도에 발걸음이 얼마나 모이는지. 첫 주의 매진은 풍향계일 뿐이다. 진짜 풍향은 이 강을 ‘습관’으로 만드는 우리 손에서 결정된다. 한강버스가 도시의 포스트카드에 머물지, 아니면 강변 상권의 신경망이 될지. 대답은 배차표와 메뉴판, 그리고 당신의 영업 시간표 사이에서 나온다. 이제는 강을 건너는 일이 아니라, 강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 연결이 당신의 매출 그래프를 건너오길 바란다. [1]: https://hangang.seoul.go.kr/www/bbsPost/17/620/detail.do?mid=604&utm_source=chatgpt.com "한강버스 정식운항 개시 - 미래한강본부 - 서울시" [2]: https://v.daum.net/v/20250918155834126?utm_source=chatgpt.com "한강버스 운항 첫날…풍광 즐기다가 레저보트 부딪칠까 ..." [3]: https://www.yonhapnewstv.co.kr/MYH20250915185031nvF?utm_source=chatgpt.com "한강버스 18일 정식 운항 시작…여의도∼잠실 8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