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페어몬트호텔의 조명은 언제나 부드럽다. 카펫은 어제 깔아놓은 것처럼 말끔했고, 마이크 스탠드 앞에는 생수병이 네 개 가지런했다. 기자들이 하나둘 자리 잡는 동안, 맨 앞줄에서 나이 지긋한 남성이 메모지에 큼직하게 적었다. “왜 지금인가.” 명인제약의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가 막 시작되려던 순간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나도 같은 질문을 떠올렸다. 소상공인 독자들에게 매달 ‘타이밍’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입장에서, 오늘 이 무대는 단지 한 제약회사의 상장 이슈가 아니라, 오랜 시간 닦아온 비즈니스가 언제 대중 자본을 불러들여야 하는지, 그 선택의 기술을 보여주는 시간표처럼 느껴졌다. 단상에 오른 이는 창업주이자 대표인 이행명 회장. 회색 정장에 중저음 목소리, 기자들이 꺼내는 질문의 각도가 어찌 됐든 표정이 크게 변하지 않는 사람 특유의 평정이 있었다. “이가탄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지만…”으로 시작한 첫 문장은 예상대로였다. 대중에게 친숙한 일반의약품의 이름을 한 번 불러놓고, 곧바로 회사의 본업인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얘기로 몸을 틀었다. “국내 최대 생산 기업”이라는 수식은 홍보성 과장의 문장이라면 공허해지기 마련인데, 이번엔 수치와 구조가 뒤를 받쳤다.

200여 종의 전문의약품, 2023\~2024년 국내 CNS 시장 점유율 1위, 단독의약품 포트폴리오, 우선판매권 전략. 전문 용어의 벽을 낮추려는 듯 그는 “동일 성분·제형의 경쟁사가 없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품목”이라고 덧붙였고, 기자석에서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금흐름이 좋다, 영업이익률이 30%에 가깝다, 라는 말이 뒤따랐을 때는 키보드 소리가 더 커졌다. 숫자는 언제나 사람을 설득한다. 나는 숫자보다 장면을 먼저 믿는 편이다. 숫자가 빚어낸 장면, 혹은 장면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얻는 숫자. 명인제약이 상장을 통해 공모하려는 주식은 340만 주,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5000원에서 5만8000원. 단상 오른편 스크린에 뜬 표는 간결했다. 총 공모액 추정 1530억\~1972억원. 수요예측은 9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반청약은 18일부터 19일까지. 이런 타임라인은 보통 일이 아니다.
기업은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설명’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것이며, 왜 그것이 지금이어야 하는지를 수천 명의 투자자에게, 그리고 더 많은 소비자와 규제기관과 동료 업계에게. 그 ‘설명’을 잘하는 기업이 상장에 성공한다. 아니, 상장이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소상공인에게도 이 원리는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점포를 늘리거나 온라인몰을 열거나 투자자를 만나는 순간, 여러분은 ‘설명’의 무대에 선다. 명인제약의 설명은 두 축으로 요약됐다. 하나, 공장을 짓겠다. 둘, 신약을 내겠다. 공장은 경기 화성 발안2공장. 펠렛과 캡슐 전용 생산시설로 연간 6억 캡슐까지 찍어낼 수 있다고 했다. 펠렛은 약물전달기술(DDS)을 적용해 방출 속도를 조절하는 알갱이 제형인데, 그동안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영역이다. ‘국산화’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이 무대의 톤은 미세하게 바뀐다. 국산화는 국내 제조업의 오랜 꿈이자 늘 마케팅 문구의 첫 줄에 오르는 단어다. 하지만 감정에 기대어선 안 된다. 국산화가 자부심에 머물면 공장의 불은 오래 켜지지 않는다. 핵심은 두 가지다. 품질이 세계 수준인가, 그리고 그 품질을 반복할 수 있는가. 명인제약은 여기에 “CDMO”라는 또 다른 단어를 붙였다. 위탁개발생산. 스스로를 위해 만든 생산능력을 외부 파트너의 제품으로 채워 넣어 수익을 다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높은 고정비를 안고 가야 하는 제조업의 생존 공식은, 쓰지 않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오븐을 만든다면 빵을 구울 때만 켜지지 않도록, 밤에는 쿠키를, 주말엔 케이크를 구울 일감을 받아오는 것이다. 제약 공장도 다르지 않다. 둘째 축은 글로벌 신약. 이탈리아 뉴론과 함께 치료저항성(TRS) 조현병 환자를 겨냥한 ‘에베나미드’ 임상 3상. 글로벌 600명 규모, 그중 10%인 60명을 한국에서 모집하고, 총 350억원을 투입한다는 설명. 신약의 길은 먼 여행이다. 동네 카페 사장님이 로스팅부터 브랜딩, 유통까지 다 하려는 순간 느끼는 그 막막함과 닮았다. 하지만 어떤 여행은 떠나지 않으면 영영 도착할 수 없다. TRS라는 타깃은 특히 그렇다. 기존 항정신병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 전체 환자의 30\~50%가 그 공백 안에 있다면, 그 빈자리는 시장이 아니라 사람의 자리다. 이 여정에 합류한 회사는, 이익률의 표정을 잠시 지우고 ‘환자’라는 단어를 더 또렷하게 부른다.
사업이란 결국 누군가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식으로만 오래 존속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야 비로소 ‘왜 지금인가’에 대한 첫 번째 답을 얻었다. 공장 건설과 임상 3상. 돈이 필요한 두 개의 시간표가 같은 해에 겹쳤다. 상장은 자금의 타이밍이다. 그러나 기자석 한쪽에서 손이 들렸다. “승계 이슈, 상속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담담한 질문, 잠깐의 침묵, 그리고 준비된 답변. 대주주 지분이 충분한 상황에서 승계만을 위해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 상장 후 3\~4년 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 이미 대표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정관 개정까지 마쳤다는 사실. 이 장면은 수많은 가족기업이 맞닥뜨리는 질문과 닮았다. ‘가족’과 ‘기업’을 한 문장에 넣는 순간, 사람들은 늘 같은 것을 묻는다. 더 오래 갈 수 있는 구조인가.

상속은 법률의 문제이자, 시장의 문제이고, 조직의 문제다. 가점과 감점이 동시에 따라온다. 한 사람이 모든 걸 책임지는 빠른 의사결정은 위기 때 강력하지만, 그 한 사람이 물러나야 하는 순간 조직은 흔들린다. 명인제약은 공모가가 아닌 ‘시장 가격’이 형성되면, 그 가격이 낮을 때 상속을 할 것 아니냐는 의심에 직면해 있다. 기업의 말은 확신을 주지만, 시장은 늘 증거를 요구한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의 타임라인, 실질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구조, 이사회 독립성, 투명한 배당정책. 하나씩,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증거를 쌓아가야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독자 여러분과 눈을 맞추고 싶다. 오늘의 이야기는 대기업의 상장 수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동네의 오래된 떡집과도 닿아 있다. 손맛으로 30년을 버텨온 떡집은 어느 날 배달앱과 대형몰이 만든 파도 앞에 선다. 공장을 더 키워 대량 납품을 할 것인지, 지역 프리미엄으로 방향을 틀 것인지, 아니면 레시피를 표준화해 가맹 모델로 갈 것인지.
어떤 길을 택하든 자금이 필요하고,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젠가, 승계가 필요하다. 명인제약이 오늘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성장 스토리’의 포장지가 아니다. 타이밍, 생산능력, 제품 포트폴리오, 외부 신뢰, 거버넌스. 성장의 5요소다. 규모가 크든 작든,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만 빠져도 속도는 나온다. 하지만 오래 달리지는 못한다. 먼저 타이밍. 명인제약의 숫자들은 ‘이제는 받아도 되는 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2024년 매출 2694억원, 영업이익 927억원, 순이익 686억원. 이익률은 업종 평균을 웃돌고, 현금흐름도 안정적이라고 했다.

자금은 ‘나중에 벌겠다’고 빌리는 것과 ‘이미 벌고 있어서 더 벌겠다’고 청하는 것이 다르다. 후자를 시장은 선호한다. 소상공인에게도 똑같다. 매출이 늘고 단골이 붙기 시작했을 때, 그 곡선을 더 가팔라지게 하는 확장 자금은 투자자에게 설득력이 생긴다. 반대로 매출이 꺾인 뒤의 확장은 ‘구조조정 자금’에 가깝기 때문에 질문이 많아지고,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둘째, 생산능력. 발안2공장의 그림은 공학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6억 캡슐이라는 숫자는 단지 생산량이 아니라, ‘반복 가능성’의 지표다. 동일한 품질을 같은 속도로 내는 능력. 작업자의 숙련과 설비의 신뢰성이 합쳐져야 가능한 일이다. 카페로 치면 하루에 100잔을 끓이던 머신을 1000잔으로 끌어올리면서도 맛의 표준편차를 줄이는 일에 가깝다. 이 일은 설비만으로 되지 않는다. 공정관리, 품질관리, 교육훈련, 그리고 납기 문화가 맞물려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공장을 짓기 전부터 이미 운영 매뉴얼을 작성한다. 여러분의 사업도 같다. 혹시 이미 잘 팔리는 메뉴가 있다면, 그 메뉴를 ‘지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올해 안에 한 개만이라도 만들어보자. 손 하나에 의존하는 매출은 매력적이지만, 시스템 없는 매력은 금세 지친다. 셋째, 제품 포트폴리오. 명인제약이 반복해서 강조한 단어가 ‘단독의약품’과 ‘우선판매권’이다. 경쟁사 없는 품목은 안정적 매출을 만든다. 우선판매는 남들보다 먼저 시장에 들어간다는 뜻이고, 그 선점은 가격과 점유율의 방석이 된다.
여러분의 사업에선 무엇이 단독품목인가.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베껴 올릴 수 없는, 재료나 공정, 경험의 합으로 만든 무언가. 단독품목이 없다면 ‘우선판매’의 전략을 고민할 수 있다. 누구보다 빨리 출시하고, 가장 먼저 리뷰를 쌓아, 고객의 머릿속에 범주를 만든다. ‘비건 티라미수’가 없던 동네에서 처음 그 간판을 걸었던 카페는, 맛이 조금 모자라도 ‘여긴 비건 디저트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차지한다. 명인제약의 전략은 이 쉽지 않은 일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냈다는 데 힘이 있다. 넷째, 외부 신뢰. 상장은 신뢰의 극장이다. 내부의 숫자는 외부의 검증을 거쳐 공시가 된다. 대표이사 임기 제한 같은 거버넌스 조치는, 신뢰의 사다리를 더한다.

가족기업이든 개인사업자든, 신뢰는 결국 ‘제어 장치’에서 나온다. 회계가 깔끔한가, 의사결정이 회의록으로 남는가, 중요한 계약은 두 사람이 함께 보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말한 것을 지키는 빈도’가 높은가. 명인제약이 “3\~4년 내 전문경영인 체제”를 말한 이상, 시장은 이제 매년 그 질문을 던질 것이다. 여러분의 가게도 마찬가지다. 손님에게 한 약속, 직원에게 한 약속, 자신에게 한 약속. 그 약속의 체크박스를 늘려가면 신뢰는 점점 습관이 된다. 다섯째, 거버넌스. 어렵고 딱딱한 말 같지만, 결국은 ‘사람이 일하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대표의 권한을 어떻게 배분할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회복할지, 누가 어떤 정보를 언제 공유할지. 상속은 그 거버넌스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명인제약의 두 딸이 경영 참여 이력이 부족해 승계 공제를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사실 많은 가족기업이 맞닥뜨리는 숙제다.
이 숙제의 정답은 단 하나가 아니다. 스웨덴식처럼 일찍부터 가족이 현장과 보드를 돌며 훈련할 수도 있고, 독일식처럼 외부 프로를 불러 장기계약으로 운영을 맡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유’를 문서로 남기는 일이다. 왜 이 사람에게 맡겼는가, 왜 이 시점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잘했다고 판단할 것인가. 그 이유가 쌓인 기업은 흔들릴 때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다시 기자간담회로 돌아오면, 나는 이 무대에서 소상공인에게 유효한 몇 가지 문장을 챙겨 적었다. “비상장사의 장벽.” 비상장이라서 글로벌 라이선스 협상도, 신약 개발 파트너십도, 인재 채용도 어려웠다는 고백. 작은 기업이 더 작아지는 순간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온다. 성장의 문턱에서 스스로를 가로막는 문장은 대부분 이렇다. ‘우린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사실은 반대다.

준비는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내년엔 온라인몰을 열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먼저 상품 상세페이지의 문장을 다듬고, 반품 정책을 쓰고, 고객상담 스크립트를 만들자. 그 일을 하면 할수록, ‘우린 아직’이라는 말은 설 자리를 잃는다. 명인제약이 말한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상장을 택한 것도, 같은 심리의 다른 표현이다. “국산화.” 이 말은 자칫하면 정치의 언어가 되지만, 경영자의 손에 들어오면 동선의 언어가 된다. 내 창고에 있는 물건을 내 트럭으로 혹은 내 파트너의 트럭으로 옮길 수 있을 때, 나는 납기의 신뢰를 손에 넣는다. 펠렛의 국산화 시도는 기술의 문제이자 납기의 문제이고, 해외 파트너에게 보여줄 약속의 문제다. 여러분의 사업에도 작은 국산화가 있다. 외부 대행사에만 의존하던 SNS 콘텐츠를 매장 직원과 함께 주 1회라도 직접 만들어보는 일, 모든 원재료를 바꾸진 못하지만 핵심 원재료 하나만이라도 공급선 두 군데를 갖춰보는 일. 의존도를 줄이면 협상력이 생기고, 협상력은 곧 마진이다. “CDMO.” 낯선 단어지만, 그 철학은 익숙하다.
남는 시간과 남는 설비를 외부의 일감으로 채운다. 당신의 가게가 월요일에 한산하다면, 월요일 전용 클래스나 단체 예약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오전엔 테이크아웃이 약하면, 아침 전용 메뉴를 붙일 수 있다. ‘남는 시간’의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사업은 불황에도 강하다. 명인제약은 6억 캡슐의 공장을 지으며 바로 그 회수율의 방정식을 설계하고 있다. 공정과 품질의 신뢰가 깔리면, 빈 시간은 외부 고객으로 채워진다. “TRS 신약.” 이것은 가장 어려운 문장이다. 성공 확률이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시장이 큰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 도전해야 하는 빈칸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에게 TRS는 무엇일까. 동네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하지만 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서비스. 휠체어 사용 고객을 위한 통로를 넓히는 일, 알레르기 고객을 위한 재료 표기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일, 아동 자폐 스펙트럼을 고려해 ‘조용한 시간’을 운영하는 일. 돈이 당장 되지 않는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시장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업의 성장은 종종 그런 마음에서 시작한다. 물론 리스크도 챙겨야 한다. 공장은 돈을 먹는 괴물처럼 보일 때가 있다. 가동률이 떨어지면 비용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온다. 임상은 실패할 수 있다. 시장은 냉정해서,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부진하면 보상하지 않는다.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갈 때의 여론은 잔인하다. 승계 의혹은 설명을 해도 오래 맴돈다. 이 모든 것을 회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버퍼’다. 현금 버퍼, 브랜드 버퍼, 관계 버퍼. 위기가 올 때 ‘한 번 더’ 해볼 수 있는 여지. 여러분의 사업에도 버퍼를 만들어두자. 현금흐름표에서 고정비를 한 달 줄이는 계획, 3개월치 핵심 재료 비축, 단골 커뮤니티와의 자주 있는 접점. 버퍼를 쌓아두면 확장과 도전의 타이밍을 더 과감히 잡을 수 있다. 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이 회장은 “주주친화 기업”을 강조했다. 주주를 고객처럼 대하겠다는 말은 상장사의 언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상공인도 이미 주주를 갖고 있다. 돈을 낸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낸 사람들. 매주 와서 커피를 마시는 고객, 점심시간에 늘 도시락을 주문하는 회사, 주말마다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가족. 그들이 당신의 주주다. 주주친화 경영은 결국 고객친화 경영과 같은 말이다. 정보를 미리 알리고, 불편을 빠르게 사과하고, 이익이 나면 혜택을 돌려준다. 명인제약이 공시로 보여줄 ‘소통’은 여러분의 매장에서는 게시물, 문자, 안내판으로 변주될 수 있다. 마음은 같고 도구만 다를 뿐이다. 나는 문을 나서며 다시 메모지를 펼쳤다.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 아래, 세 줄을 더 적었다.
“무엇으로 설득할 것인가.”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어떻게 오래 갈 것인가.” 이 세 줄은 오늘의 상장 뉴스보다 길게 남는 과제다. 그리고 이 과제는 곧바로 다음 주의 행동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여러분의 가게 한쪽 벽에 작은 칠판을 하나 걸어보자. 그 칠판에 이번 주에만 딱 세 가지를 적는 것이다. 첫째, 가장 잘 팔리는 메뉴 하나의 제작 과정을 정확한 시간과 온도로 기록해 표준화하기. 둘째, 고객에게 공유할 ‘다음 달의 계획’ 한 문장 쓰기. 셋째, 내 사업의 단독품목 혹은 우선판매 전략을 정의하는 한 문장 만들기. 이 세 줄이 채워지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설명할 수 있는 사업은 늘 앞으로 한 발 더 나간다. 돌아오는 길, 여의도의 강바람이 유난히 시원했다.
주식시장의 온도가 여전히 오르내리는 계절, 어떤 기업은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고, 어떤 가게는 하루 매출이 예측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을 연다. 내일도 문을 연다는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신호다. 명인제약은 오늘 그 신호를 크게 켰다. 공장을 짓고, 신약을 시험하고, 지배구조를 다듬겠다고. 우리는 그 신호에서 배운다. 내 사업이 내일도 문을 여는 방식, 더 멀리 가기 위해 지금 받아야 할 돈의 모양,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 결국 시장은 그 방향으로 돈을 보낸다. 당신의 가게도, 오늘 적은 세 줄만 꾸준히 채워가면, 언젠가 당신만의 무대에서 같은 질문을 받을 것이다. “왜 지금인가.” 그때 당신은 웃으며 대답하면 된다. “이제는 받아도 되는 돈이 있어서, 더 멀리 가보려 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다시 문을 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