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분식집 싱크대에 그릇을 포개던 박 사장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며칠 전부터 손님들 사이에서 “요즘 제일 핫하다”던 지투지바이오가 시세창 맨 위에 떠 있었다. 공모가 5만8000원이던 종목이 상장 보름도 안 돼 16만 원 언저리를 찍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8월 14일 코스닥 첫날부터 60% 넘게 뛰며 화끈하게 데뷔했고, ‘바이오 대장주 후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숫자만 보면 누구든 혹할 만한 장면이다. 그러나 박 사장이 멈칫한 건 달력의 빨간 동그라미였다. 9월 15일, 보호예수(락업) 해제일.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날, 물량 쏟아지면 어쩌지?” 상장 첫날 급등 보도와 더불어 락업 일정은 차갑게 현실을 상기시킨다. 실제로 지투지바이오의 락업 해제 예정 물량은 210만5770주, 전체 발행주의 39.2%에 달한다고 집계됐다. 유통 물량 비율 35.4%보다도 큰 수치였다. 가게로 치면, 창고가 갑자기 두 배로 열리는 셈이다. 재고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온다면 가격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헬로디디][1]) 락업과 오버행은 주식 시장에서 언제나 ‘심리’의 문제로 돌아온다. ‘잠재 매도 압력’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누르는 동안에도, 어떤 때는 실제 매도는 제한적이고 주가는 도리어 오른다. 지투지바이오의 9월 15일 이후 흐름이 그랬다.
일부 기관이 당장 이익 실현에 나서기보다는 회사가 그리는 더 큰 그림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시장은 “오버행 이슈가 일단락됐다”는 안도와 함께 테마의 열기를 이어갔다. ‘락업 끝 = 폭락’이라는 직선 공식이 언제나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교과서적 문장을, 이 종목의 첫 한 달은 생생하게 증명했다. ([더벨][2]) 그렇다면 왜 투자자들은 칼을 더 깊숙이 꽂지 않았을까. 키워드는 두 개다. 첫째는 기술, 둘째는 파트너다. 지투지바이오는 ‘이노램프(InnoLAMP)’라는 이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다. 생분해성 고분자에 약물을 싸서 10\~100μm 크기의 균일한 미립구를 만들고, 이 입자가 체내에서 천천히 녹으며 약을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방출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회사 설명의 백미는 ‘고함량’과 ‘방출 프로파일 제어’다.

같은 약효를 내기 위해 필요한 미립구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초반에 약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버스트’ 현상을 억제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논리다. 디테일은 다를지라도, 생분해성 고분자 기반 마이크로스피어로 약효를 늘리는 철학은 경쟁사 펩트론의 ‘스마트데포(SmartDepot)’가 지향하는 바와도 닮았다. 시장은 두 플랫폼을 같은 지도 위에 올려놓고 비교한다. 누구의 미립구가 더 균일한가, 누가 더 높은 약물 함량을 구현했는가, 누가 공정을 더 잘 표준화했는가. 기술이 비슷하면 숙제는 결국 실행력으로 번역된다. ([G2GBIO][3]) 이 플랫폼의 첫 주인공으로 지투지바이오가 내세우는 후보가 바로 월 1회 제형의 치매 치료 주사제, 도네페질 기반 ‘GB-5001/5001A’다. 회사는 캐나다 단회투여 1상에서 목표 혈중 농도와 안전성 신호를 확인했고, 국내에서도 1상 단계의 과제를 밟아가고 있다. 고령 환자에게 매일 알약을 삼키게 하는 대신 월 1회 근육주사로 복약 순응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은 노인성 질환의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실제로 공개된 약동학 논문과 임상 정보에는 월 단위 유지가 가능한 방출 패턴이 제시돼 있다. 계획대로면 회사는 다회투여 1상을 마친 뒤 피보탈 임상 또는 3상 길로 접어드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약이 매출로 바뀌기까지는 여전히 길지만, ‘가시적인 이정표’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에 강한 지지선을 만든다. ([Bioworld][4]) 여기에 더해 시장이 눈을 크게 뜬 대목은 파트너십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올해 1월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제형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제형 개발 범위를 넓히는 2차 협업으로 관계를 확대했다. 구체적인 타깃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GLP-1’—비만·당뇨 테마의 핵심 축—을 유력 후보로 본다. 빅파마와의 공동개발이 실제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으로 이어지는 순간 밸류에이션은 재평가의 트리거를 맞는다. 다만 공동개발이라는 단어는 ‘확정 매출’이 아니라 ‘옵션’에 더 가깝다.

평가 기간, 옵션 행사 조건, 마일스톤 구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배분이 어떠한지를 세밀히 읽어야 한다. 파트너십은 기대의 스토리를 만들어주지만, 현금흐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늘 묻는다. “언제, 무엇이, 얼마로 들어오는가.” ([KBR][5]) 달리 말하면, 지투지바이오의 진짜 승부처는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과 증빙’이다. 기술은 논문과 특허, 임상이 만든다. 타이밍은 락업과 일정, 시장 사이클이 만든다. 여기에선 다소 냉정한 뉴스도 놓칠 수 없다. 지투지바이오가 2021년 출원한 ‘GLP-1 유사체 서방형 미립구 조성물’ 관련 국내 특허(제2375262호)는 올해 1월 소멸 처리됐다.
회사는 상장 심사를 앞두고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진 취하였고, 핵심 상업화 제품과 직접적 연관이 크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투자자 관점에선 ‘경쟁사의 이의 제기에 따라 보호막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체크포인트다. 장기적으로 GLP-1 영역에서의 포지셔닝을 생각한다면, 국내외 특허 포트폴리오의 빈틈과 회피 전략(디자인 어라운드), 대체 제형 라인업을 함께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특허는 바이오의 ‘영업장 월세 계약서’와 같다. 권리가 튼튼해야 가게를 오래 편하게 연다. ([매일경제][6]) 다시 박 사장의 화면으로 돌아가 보자. 락업이 풀린 뒤에도 주가는 꾹꾹이 버텨냈고, 시장은 “오버행 이슈가 생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평을 곁들였다. 그럼 지금 이 종목, 따라 붙어도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각자의 사업 모델과 현금흐름에 달렸다.

하루하루 원가와 매출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상공인의 세계에서, 주식 투자는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 푼돈이라도 단기간에 꺼내 써야 할지 모르는 돈이라면, 락업 이후 변동성 큰 신규 바이오에 올인하는 건 금물이다. 반대로, 2\~3년의 시간을 두고 기술 증빙과 파트너십의 진도를 매달 추적할 여유가 있다면, 이 기업이 제공하는 ‘확률 게임’에 합리적으로 탑승할 수도 있다. 다만 그때도 체크리스트는 필요하다. 락업의 주체가 누구인지—기관, 임직원, 전략적 투자자—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도 시계가 다르다. 임상과 특허 일정표, 그리고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공동개발 계약에서 옵션 행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내러티브가 있는지. 생산능력(CAPA)과 원가 구조는 어느 정도로 설계돼 있는지. 이 질문들에 ‘숫자’와 ‘문서’로 대답할 수 있을 때만, 뜨거운 스토리는 현금으로 변한다.
([더벨][2]) 바이오는 결국 검증의 산업이다. 검증은 시간이 들고, 시간은 곧 비용이다. 시장은 그 비용을 주가의 롤러코스터로 환산한다. 그래서 박 사장은 욕심을 한 뼘 접고, 달력에 또 하나의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다. 다회투여 1상 종료일, 피보탈 임상 진입 발표 예상 시점, 베링거인겔하임 협업의 중간 평가 발표 가능 구간 같은 것들이다. 장사도 주식도 결국 일정표 위에서 움직인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김밥을 미리 말아두듯, 뉴스가 몰리는 시간엔 현금을 미리 말아두는 게 상책이다. 만약 이번 락업처럼 시장의 공포가 잔뜩 선반 위에 오르는 순간에도 주가가 버텨낸다면, 그건 스토리의 체력이 생각보다 튼튼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반대로 특허 분쟁이 재점화되고, 공동개발의 열기가 식고, 임상이 지연된다면, 뜨겁던 주방이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것도 순식간일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하다. 이야기의 불꽃에 홀려 냄비를 태우지 말 것.
재료의 출처를 확인할 것. 그리고 내 가게의 하루 장부를 먼저 지킬 것.

주식은 사업의 적이 아니라, 사업의 여유가 줄 수 있는 작은 특식이니까.
([바이오스펙테이터][7]) [1]: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895&utm_source=chatgpt.com "지투지바이오, 14일 코스닥 상장···첫날 60% 급등 마감" [2]: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509161531410360105310&utm_source=chatgpt.com "지투지바이오, 공모가의 3.4배 주가 락업해제에도 상승세" [3]: https://www.g2gbio.com/en/m21.php?utm_source=chatgpt.com "InnoLAMP Technology" [4]: https://www.bioworld.com/articles/723034-microsphere-injectables-biotech-g2gbio-debuts-with-38m?utm_source=chatgpt.com "Microsphere injectables biotech G2Gbio debuts with $38M" [5]: https://www.koreabiomed.com/news/articleView.html?idxno=28555&utm_source=chatgpt.com "G2G Bio draws strong investor interest ahead of IPO on GLP-1 ..." [6]: https://www.mk.co.kr/news/it/11219675?utm_source=chatgpt.com "[단독] '비만치료제' 지투지바이오 특허 소멸...특허청, 펩트론 ..." [7]: https://www.biospectator.com/news/view/25917?utm_source=chatgpt.com "지투지바이오, '1개월 GLP-1' \"내년 상반기 국내 1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