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원의 반등: 묶인 재고를 풀다
수도권 30평 학원, 겨울 특강용 교재·교구로 11월 말에만 480만 원을 썼습니다. 정작 인기 세트는 품절, 느린 품목은 쌓였죠. 원장은 ‘이번 겨울만 넘기자’가 아니라 구조를 고치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품절 0회 주간 유지, 현금 보유 15% 회복.

실패의 시작: 감으로 발주했다
초기엔 ‘작년만큼+조금’으로 주문했습니다. 한정판은 일찍 끊기고, 일반품은 박스 단위로 남았죠. 결과는 뻔합니다. 급한 건 택배비를 더 얹어 긴급 구매, 느린 건 봄까지 자리 차지. 감은 빠르지만 틀리면 크게 틀립니다. 먼저 ‘필수·선택·장식’으로 품목을 나눴습니다.


전환점: 여유재고 공식과 주간 리듬
필수 품목에만 여유재고 기준을 박았습니다. 지난 4주 중 가장 많이 팔린 주의 절반을 최소 수량으로 정하고(예: 최고 20권이면 10권), 매주 월요일 오전에만 보충. 화~일엔 발주 금지로 흔들림을 막았습니다. 변동이 큰 주에는 금요일에 1회 추가 점검만 허용.

세트화: ‘겨울 기본팩’으로 느린 품목 살리기
빠른 교재와 느린 교구를 묶어 ‘겨울 기본팩(교재+난이도 카드+손난로 점착형)’을 만들었습니다. 가격은 단품 합계보다 8% 낮추고, 체험 수업 첫날에만 판매. 느린 품목이 손님 선택의 이유가 되자 회전이 붙었습니다. 2주간 느린 품목 재고가 38% 줄었습니다.


A/B 선반: 빠른칸과 느린칸을 갈라라
진열장을 ‘빠른칸(A)’과 ‘느린칸(B)’으로 분리했습니다. A칸은 눈높이, 라벨에 주간 목표 수량을 적고 비면 즉시 보충. B칸은 허리 아래에 두고 ‘세트 전용’ 스티커를 붙여 단품 판매를 줄였습니다. 동선만 바꿨는데도 보충 속도가 일정해지고, 과잉이 덜 보였습니다.

납기 달력: 입고·이동일을 벽에 붙인다
공급사별 평균 도착일을 달력에 색깔로 표시했습니다. ‘D+2 일반, D+4 지방, 한정판 마감 D-7’ 같은 식이죠. 덕분에 급한 주문이 줄었습니다. 강사 일정과 맞춰 ‘다음 주 월·수 수업분’만 눈에 보이게 하니 불필요한 안전구매가 사라졌습니다.


폐기 제로: 리퍼·대여·기증 세 가지 출구
찢김·찍힘은 리퍼 라벨로 20% 낮춰 판매, 남는 교구는 체험 수업 대여 박스에 넣고, 학부모회와 연계해 새 학기 기증 주간을 만들었습니다. 창고에 눌러두는 대신 출구를 만든 셈입니다. 덕분에 파손·미세하자 재고의 절반이 현금 혹은 관계 자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숫자가 증명: 현금 흐름과 품절 건수의 변화
시행 4주 뒤, 품절 알림은 7건에서 2건으로 줄었고, 느린 품목 재고액은 310만→192만 원. 급한 택배비는 주당 4만→1.2만 원. 무엇보다 강사와 학부모 문의가 줄어 수업 시작 전 분주함이 사라졌습니다. 재고는 숫자가 아니라 수업의 평온을 만드는 장치였습니다.


💡 이 사례의 핵심 교훈
여유재고 기준을 하나 정하고, 주간 보충만 지키면 예측이 서툴러도 버틸 수 있습니다. 빠른 것과 느린 것을 묶고, 납기를 벽에 붙이세요. 재고는 감이 아니라 리듬입니다. 오늘 리듬을 만들면, 다음 겨울은 더 담담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