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숙소의 결심: 환영 인사를 상품으로
수원 행궁길 옆 12실 소규모 숙소 ‘담장너머’는 체크인 만족이 들쭉날쭉했습니다. 주인 장 대표는 인사말 대신 ‘손에 잡히는 환영’을 만들기로 했고, 근처 공방과 협업해 웰컴키트를 시작했습니다. 첫 달엔 50세트로 테스트, 현재는 월 180세트로 확대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도착 5분 내에 도시의 온기를 느끼게 할 것, 그리고 기억을 들고 떠나게 할 것.”

첫 실패: 예쁜데 남지 않는 구성
초기 키트는 잼·머그·엽서로 꾸몄지만 원가가 세트당 11,200원으로 높았습니다. 머그는 파손이 잦아 교체비가 늘었고, 잼 유통기한 관리도 번거로웠습니다. 손님 반응은 “예쁘다”였지만 리뷰·재구매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장 대표는 물건이 아닌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부피 작은 지역 특산 3종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전환의 순간: 지역 공방 3곳과 한 장 계약
수제 한과, 소창 수건, 향낭 공방 3곳과 ‘월 150세트 보장·분기 단가 재협상’ 조건으로 1쪽 계약을 맺었습니다. 단가는 한과 2,200원, 소창 1,800원, 향낭 900원, 포장재 600원. 총 원가 5,500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대신 공방 로고를 박스 옆면에 함께 넣어 서로의 체면을 세웠고, 명함을 꽂아 가게 방문을 유도했습니다.

차별 포인트: ‘도시의 순서’가 들어간 박스
키트 안에는 ‘도시를 여는 3단계’ 카드가 들어갑니다. ① 손 닦기: 소창 수건으로 여행먼지 털기 ② 달달 쉼: 한과 한입과 차 티백 ③ 향 기억: 향낭을 캐리어에. 구성은 같아도 ‘사용의 순서’를 제안하니 후기 사진이 늘었습니다. 고객은 물건보다 경험을 기억합니다. 순서가 이야기의 뼈대가 되면서 객실 리뷰에 ‘웰컴키트’ 언급률이 12%→31%로 뛰었습니다.


동선 표준화: 체크인 90초 패키징
프론트 뒤 선반에 10세트 단위로 미리 조립해 두고, 객실 번호 스티커만 마지막에 붙입니다. 직원 스크립트는 세 문장뿐입니다. “먼 길 오셨죠.” “이 수건으로 손부터 닦고 달달한 거 드세요.” “향낭은 캐리어에 넣어두시면 내일도 향이 남아요.” 준비–건넴–설명이 90초에 끝나면서 대기열이 줄었고, 불만 전화가 40% 감소했습니다.

숫자의 변화: 원가 5,500원, 부가매출 9,800원
키트는 기본 제공 1세트, 추가 구매 1세트 옵션으로 운영했습니다. 추가 세트 판매가는 15,300원, 월 평균 64세트가 판매되어 부가매출이 98만 원가량 발생했습니다. 객실당 리뷰 수는 1.4→2.1건, 별점 0.2 상승. 조식 이용 전환도 18%→26%로 동반 상승했습니다. 돈을 남기기 시작한 지점은 ‘추가 구매’입니다. 기본 제공이 체험을 열고, 판매는 감정이 뜨거울 때 붙입니다.


확장: 단체·기업 워크숍 맞춤 키트
기업 워크숍과 수학여행단에는 스티커만 바꾼 맞춤 키트를 제안했습니다. 로고 스티커 300장 인쇄비 28,000원으로 단체 만족도를 올렸고, 체크아웃 때 ‘추가 키트 10%’ 안내로 단체 부가판매를 열었습니다. 포인트는 새 제품이 아니라 ‘같은 틀’입니다. 포장 틀을 유지한 채 메시지와 스티커만 바꾸니 작업 혼선 없이 대량도 소화됐습니다.

따뜻한 마무리: 남는 건 관계, 기록은 습관
장 대표는 매주 일요일 20분, 발주 수량·추가 판매·후기 언급만 엑셀 한 장에 적습니다. 언급률이 떨어지면 구성 카드를 손보고, 특정 공방 품절이 잦으면 대체 품목을 미리 테스트합니다. 물건이 아니라 ‘동네와 연결된 마음’을 주면 손님은 다시 옵니다. 웰컴키트는 상자 한 개가 아니라 도시를 소개하는 첫 문장입니다. 그 문장이 정직할수록 장사도 길게 갑니다.


💡 이 사례의 핵심 교훈
첫 5분의 감동을 ‘손에 잡히는 경험’으로 만들고, 그 경험을 추가 구매로 연결하라—구성은 작게, 이야기와 순서는 또렷하게, 기록은 매주 한 장으로. 오늘 한 세트부터 시작하면 내일은 관계가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