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 Biz1hour

미·한 조선 협력으로 '블록·부품 중심' 분할 조달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상공인은 영문 스펙시트·시리얼 관리·바코드 재고·사이버 보안·주간 칸반 등 실무 준비로 미국 납품과 MRO 유지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서비스키트·데이터리포팅·상시 재고로 틈새를 공략하라.

·12분 읽기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 Biz1hour

워싱턴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간, 울산의 한 소형 밸브 업체 대표 휴대폰이 진동한다. “미국과 조선 협력, 규제 완화 논의.” 제목만 보면 먼 나라 얘기 같다. 그런데 기사를 끝까지 읽고 나면 마음이 슬쩍 달아오른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에서 배를 ‘전부’ 만들 수는 없어도, 블록을 한국에서 찍어 미국에서 조립하고, 핵심 전투체계는 현지에서 얹는 식의 ‘절충안’이 테이블에 올랐다는 것이다. 대형 조선소의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같은 소상공인의 뉴스일지 모른다. 기계 한 대, 부품 하나, 소프트웨어 한 줄이 국경을 건너가는 통로가 열릴 수 있으니까. 왜 지금일까. 세계 안보 환경이 거칠어지며 각국 해군의 발주가 늘었지만, 정작 전 세계 조선소의 도크와 인력은 빠르게 늘지 않는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navy MRO opportunity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navy MRO opportunity 관련 이미지

미국은 해군함 정비·신조 병목에 시달리고, 한국은 상선과 군수선 모두에서 ‘대량·정시·균질’의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문제는 법이다. 미국에는 오래된 해운·조선 보호 규정이 층층이 얽혀 있어 외국 조선소가 완성선을 미국 시장에 직접 꽂아 넣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논의되는 그림은 단순 수출이 아니라, 역할을 나눠 ‘속도를 올리자’는 것이다. 우리 바다에서 블록과 비전략 부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민감한 체계는 미국 땅에서 얹는다. 말하자면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공정의 분할 수출’이다. 여기서 소상공인의 차례가 온다. 블록을 만든다는 건, 그 블록 안에 들어가는 수천 개의 부품과 공정을 미리 표준화하고 추적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marine parts export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marine parts export 관련 이미지

밸브, 펌프, 씰, 케이블 하니스, 방수 커넥터, 소화·환기·도장, 방진 마운트, 레이더 마스트 부자재, 함내 소프트웨어 로깅 모듈까지, 작은 것들이 전체의 속도를 좌우한다. 미국이 민감 체계를 제외한 부분의 조달을 한국과 나누겠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미국 쪽 품질과 규격 언어로 번역된 우리의 부품’이다. 도면 번호가 한국식으로만 적힌 카탈로그, 전화로만 받는 견적서, 창고 구석 바코드 없는 재고—그 상태로는 국경을 못 넘는다. 현실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첫째, 문서와 데이터다. 영문 스펙시트, 공정 FMEA, 자재 추적 라벨링, 시험성적서 템플릿을 미리 만들어 두자. 두꺼운 품질 매뉴얼보다 중요한 건 ‘딱 한 장짜리’ 적합성 선언서와 부품별 고유 시리얼 체계다. 둘째, 보안과 컴플라이언스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english spec sheet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english spec sheet 관련 이미지

미국 방산 공급망은 사이버 요구 수준이 높다. 기밀 도면을 이메일로 주고받거나, 공용 클라우드에 ‘디자인최종\_진짜최종(2).pdf’를 올리는 순간 게임이 끝난다. 사내에 외부 반출 통제 폴더를 만들고, 고객별 접근권한과 로그를 남기는 최소한의 체계를 지금 갖춰라. 셋째, 납기 시뮬레이션이다. 블록 단위 조달은 ‘모듈 시간표’로 움직인다. 월말 몰아치기 대신 주차별 생산칸반을 만들고, 불량 발생 시 48시간 내 리워크 가능 여부를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대기업이 우리에게 묻는 첫 질문은 가격이 아니라 “이 스펙을 이 주에 맞출 수 있나?”다. 기회는 부품만이 아니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serial tracking 시스템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serial tracking 시스템 관련 이미지

유지·보수·정비(MRO)와 개량 시장이 커진다. 선박은 출고 이후가 진짜다. 미국 현지 조립·통합이 늘수록, 3\~5년 주기의 교체·점검 수요가 양쪽 바다에 동시에 생긴다. 부산·진해, 목포·거제의 항만 MRO 생태계는 이미 인력과 장비를 갖췄다. 만약 한국이 ‘동맹 함정 MRO 허브’를 표방한다면, 소상공인은 세 가지 세부 틈새를 노릴 수 있다. 첫째, 공급망 구멍 메우기: 해외 긴급 조달이 어려운 소모성 부품을 국내 상시 재고로 쌓아둔다. 둘째, 서비스 키트: 함종별 유지보수 키트를 표준화해 ‘박스째’로 납품한다. 셋째, 데이터 리포팅: 점검 결과를 미국식 템플릿으로 변환해 주는 보고 서비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barcode inventory 관리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barcode inventory 관리 관련 이미지

부품을 파는 업체가 데이터를 같이 팔기 시작하면, 우리는 단가 협상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갖는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하다. 정치가 바뀌면 톤이 달라진다. 인건비·환율은 우리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기술 이전과 절충교역을 둘러싼 논쟁이 커질수록, 소규모 공급사에 과도한 보안·인증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그래서 전략은 ‘얇고 길게’다. 한 번에 큰 판을 노리기보다, 한두 개 품목을 미국식 표준으로 완성해 꾸준히 반복 납품한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cyber보안 defense supply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cyber보안 defense supply 관련 이미지

한 조선소, 한 프로젝트에 올인하지 말고, 동맹국 해군 공통 규격을 가진 품목을 고르자. 예컨대 방수 커넥터, 진동 마운트, 난연 케이블, 방청 코팅제처럼 함종을 넘어 통용되는 부품이 안전한 출발점이다. 현장에서 들리는 질문 중 가장 날카로운 건 이거다. “우리가 이런 걸 한다고 대형 조선소가 우리를 진짜 파트너로 볼까?” 답은 간단하다. 본선 조립이 미국에서 이뤄지는 순간, 한국 본사 엔지니어의 원격 지원과 사소한 부품의 ‘하루 단위 대체’가 프로젝트의 지연을 구한다. 현장을 살려내는 건 결국 디테일이다. 도크 옆 컨테이너에 ‘스페어 키트 24H’라고 써 붙이고, QR 코드를 찍으면 영문 매뉴얼과 토크 값, 토크렌치 호환 리스트가 뜨는 시스템.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weekly kanban scheduling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weekly kanban scheduling 관련 이미지

이 정도의 상상력을 우리 손으로 구현하면, 우리는 이미 파트너다. 그렇다면 오늘 당장 무엇을 할까. 첫째, 포트폴리오를 재편하자.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 대신 “우리가 미국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앞세운다. 둘째, 품질과 보안에 돈을 쓴다. 작은 회사에겐 큰 비용이지만, 이 투자는 매출의 문을 여는 ‘입장권’이다. 셋째, 연결을 만든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유지관리 kit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유지관리 kit 관련 이미지

한화·현대중공업 같은 대형사의 글로벌 소싱 게이트웨이에 공급사 등록을 하고, 국내 방산 전시회에서 ‘영문 패키지’를 준비해 바이어 테이블로 간다. 넷째, 가격표를 새로 만든다. 납기 준수, 데이터 리포트, 애프터서비스를 항목화해 ‘가치’가 보이게 만들자. 실제 가격은 같아도, 서술 방식이 달라지면 우리 포지션이 달라진다. 미래는 확정이 아니다. 규제가 얼마나, 얼마나 빠르게 풀릴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그러나 공정 분할, 공동생산, MRO 허브라는 키워드는 이미 길을 가리킨다.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inspection 데이터 reporting 관련 이미지
조선공정 분할이 연 소상공인 기회 제조·공방 inspection 데이터 reporting 관련 이미지

대형 조선소가 길을 닦으면, 소상공인은 그 길의 표지판이 된다. 방향을 정하고, 간격을 맞추고, 밤길을 밝히는 소품이 전체 주행의 안전을 책임지듯, 우리 부품과 서비스가 함정 건조의 시간을 단축한다. 세계가 더 위험해질수록, 신뢰는 더 비싸진다. 그리고 신뢰는 작은 단위에서 시작된다. 시간 지키는 납품, 쉬운 문서, 튼튼한 포장, 전화 한 통에 답하는 기술자. 어쩌면 이번 워싱턴의 대화가 우리까지 도달하는 실제 통로는 아주 소박한 곳에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이미 매일 하고 있는 그 작은 일, 다만 세계의 언어로 바꾸는 일 말이다.

공유하기:

📚 이런 글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