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벨의 거대한 공사장이 하루아침에 멈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동네 공장 사장님 한 분을 떠올렸어요. “납품차가 안 들어오면 나도 멈춘다니까.” 그 말처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은 거대한 뉴스이면서도, 사실은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게 익숙한 ‘공정 중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9월 4일, 미 국토안보부가 공사 현장을 급습했고 약 475명이 체포됐습니다. 그중 300명 넘는 한국인이 포함돼 있었죠. 며칠 새 상당수가 귀국했고, 공정은 최소 두세 달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현장에선 전선이 덜 꿰어졌고, 컨베이어는 시험 가동 전에 다시 덮개를 씌웠을 겁니다. 거대한 투자도, 사람 한 명의 손기술이 없으면 선 하나를 못 잇는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난 순간이었어요. ([CBS 뉴스][1]) 그 사이 조지아 현지에선 “그분들을 다시 데려오는 방안”이 내부 논의에 올랐다고 합니다. 서배너 경제개발청의 트립 톨리슨 청장은 한국인 기술자들이 장비를 설치하고 직원에게 배터리 셀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어요.
그는 팻 윌슨 경제개발부 장관과 함께 디트로이트에서 현대차 경영진을 만나 복귀 방안을 논의했다고도 밝혔죠. 산업 현장에 필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사람의 순서’라는 걸,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당사자들이 누구보다 절실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avannahnow.com][2]) 정치권 메시지도 분주합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현장의 비자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연방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했죠.
리비안 전기차 공장 착공식에서 나온 이 발언은 “현대만의 일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규모 제조 프로젝트에는 해외 협력사의 단기 기술 인력이 반드시 끼어 있고, 이들의 입출국·체류 요건이 흔들리면 공정 전체가 흔들린다는 뜻이니까요. 투자 유치의 경쟁력은 세금 혜택만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현장에 들어와야 하는 사람을 ‘법과 일정 안’으로 통과시키는 능력, 그게 새로운 인프라가 되었어요.
([Georgia Public Broadcasting][3]) 이 사건을 ‘대기업 이슈’로만 보면 금방 잊힙니다. 하지만 공급망 끝단에서 매일 납기를 맞추는 우리에겐 몇 가지 선명한 교훈을 남겨요. 첫째, 인력은 재고가 안 됩니다. 특정 설비를 아는 소수의 손기술에 의존한다면, 그 손이 출입국 한 줄로 묶일 때 사업 전체가 멈춥니다.
둘째, 비자·노무·안전 규정은 “법무팀의 일”이 아니라 “생산계획의 일부”여야 합니다. 신규 설비나 해외 협력 공정이 들어올 땐, 부품 리드타임처럼 인력 리드타임도 계산하세요. 입국 가능 비자의 종류, 처리 소요, 체류 기간, 교대 인력 풀과 온라인·원격 지원 시나리오까지 미리 적어두면, 돌발 상황에서 ‘대체공정’이 살아납니다. 셋째, 현지 파트너와의 ‘긴급 연락 체계’를 만들어 두세요.
지자체·상공회의소·산업단지 관리기관의 비상 창구, 현장 점검 때 확인한 담당 공무원 연락처가 위기의 시간을 단축합니다. 넷째, 기술의 분산이 곧 리스크의 분산입니다. 핵심 공정은 최소 2개국·2개 팀이 동시 학습하도록 하고, 교육용 매뉴얼과 디지털 트윈 테스트를 상시 업데이트하세요. 만약 이번처럼 핵심 강사가 빠져도, “문서와 모의라인”이 현장을 붙잡아줄 수 있거든요.
이민 단속의 정당성과 집행 방식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논쟁될 겁니다. 다만 분명한 건, 정책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사실이에요. 현장은 여전히 사람으로 움직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대한 담론의 승부가 아니라, 내 공장의 오늘을 지키는 체크리스트입니다.
출입국 서류 한 장, 교육 동영상 하나, 비상 연락망 한 줄이 내일의 멈춤을 막습니다. 조지아의 멈춘 컨베이어를 보며, 우리는 각자의 라인을 다시 점검해봅니다.
위기는 늘 남의 공장에서 시작해, 금세 내 작업대 위로 올라오니까요.
([AP News][4]) [1]: https://www.cbsnews.com/news/hyundai-georigia-ice-raid-450-detained-electric-vehicles-batteries/?utm_source=chatgpt.com "475 people detained in Georgia Hyundai raid by ICE, other ..." [2]: https://www.savannahnow.com/story/news/2025/09/17/trip-tollison-shares-thoughts-on-hyundai-raid/86171344007/?utm_source=chatgpt.com "Trip Tollison shares thoughts on Hyundai raid" [3]: https://www.gpb.org/news/2025/09/16/georgia-today-new-rivian-electric-vehicle-plant-kemp-responds-hyundai-raid-vaccine?utm_source=chatgpt.com "Georgia Today: New Rivian electric vehicle plant; Kemp ..." [4]: https://apnews.com/article/191904f42f540898035feb2a6623d98e?utm_source=chatgpt.com "US immigration officers raid Georgia site where Hyundai makes electric veh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