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성수동 골목, 공장과 카페 사이로 노을이 길게 늘어지던 날이었다. 1인 화장품 공방을 하던 지연은 ‘공간 와디즈’ 1층 테이블에 앉아 샘플을 꺼냈다. “재고를 안 쌓고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진짜로 가능한지 의심이 더 컸다. 그때 펀딩에서 완판을 찍고 홈쇼핑까지 진출했다는 또래 대표가 지나가며 말했다. “여기선 시장이 먼저 답을 해줘요. 돈은 그 다음에 따라오고요.” 그 한마디가 그녀의 메모장에 굵은 글씨로 남았다. 크라우드펀딩이 한국에서 ‘재고 없는 창업’의 상징이 된 지 10년 남짓. 그 중심에 서 있던 와디즈는 플랫폼의 진화를 통해 하나의 산업을 만들어냈다. 2023년, 이 회사는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넘겼다.

1천억까지 67개월이 걸렸지만 9천억에서 1조까지는 5개월, 눈덩이가 굴러가듯 가속도가 붙은 성장 곡선이었다. 시장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제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의 첫 매출 창구이자, 소비자 검증·유통 확장·투자 연계가 한 번에 일어나는 ‘런칭 OS’로 기능하고 있다. ([와디즈 블로그][1]) 요즘 정부가 밀고 있는 단어 하나가 있다. 라이프와 로컬, 유니콘을 엮은 ‘라이콘(LICORN)’. 의식주와 생활문화에서 제조 기반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뜻한다.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는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에서 라이콘으로 성장할 60개사를 뽑았고, 유형도 라이프스타일·로컬브랜드·장수 소상공인·글로벌·온라인셀러로 세분화했다. 더 중요한 건 자금 흐름의 구조다. 민간투자 연계형 매칭융자(LIPS)라는 트랙이 열리면서 ‘민간이 먼저 투자 → 정부가 정책자금으로 매칭’하는 복합 금융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펀딩에서 신호를 잡은 소상공인이 민간투자를 얻고, 거기에 다시 정부가 자금을 보태는 구조. 말 그대로 성장 사다리를 촘촘히 놓겠다는 설계다. ([중소벤처기업부][2]) 와디즈의 최근 행보는 이 사다리의 빈칸을 메우는 방식이다. 단순 중개를 넘어 ‘펀딩 → 판매 → 유통 → 투자’가 끊기지 않도록 파이프를 잇는다. 자회사 와디즈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와디즈 넥스트브랜드’는 펀딩 경험이 있는 메이커와 스타트업을 다시 불러모아 인큐베이팅하고, 브랜드당 최대 1억원을 직접 투자한다. 그리고 LIPS 추천까지 붙여 최대 5억원 규모의 저리 자금 접근성을 열어준다. 1차 구매자들의 피드백으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그 데이터를 들고 금융과 유통의 문을 두드리는 길. 숫자만 보면 드라이하지만 현장에선 “처음으로 내 제품이 고객의 돈과 시간을 동시에 얻었다”는 감각이 생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서 파워플레이어, 루카랩컴퍼니 같은 브랜드들이 정책자금 매칭까지 이어졌다.

([와디즈 블로그][3]) 유통 쪽도 바빠졌다. 와디즈는 백화점 팝업,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라이브커머스는 물론 TV홈쇼핑까지 판로를 연결한다. 2023년 롯데홈쇼핑과는 ‘스몰 브랜드 공동 육성’ 업무협약을 맺고, 모바일TV 채널에 와디즈 펀딩 상품 전용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스타트업 브랜드가 오프라인 팝업에서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고, 그 결과를 라이브커머스와 홈쇼핑으로 확장하는 경로는 이제 흔한 성공 시나리오가 되었다. 핵심은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데이터가 무엇을 증명하느냐’다. ([서울경제][4]) 사례는 구체적일수록 힘이 있다. ‘녹탄팩’은 와디즈에서 높은 평점으로 품질을 입증한 뒤 현대홈쇼핑 방송에 진출해 동시간대 평균 매출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동시에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며 해외 소비자에게도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국내에서 팬을 만들고 해외에서 확장하는 이 루트는, 제조 기반 스몰 브랜드에게 더 이상 꿈이 아니라 매뉴얼이다.

([아시아경제][5]) 여기까지가 와디즈를 중심으로 국내 크라우드펀딩이 그려온 ‘선순환’의 현재형이다. 그럼 창업자는 이 파이프라인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펀딩은 제품 판매가 아니라 ‘스토리의 테스트’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상(reward)은 상품이지만, 후원자는 이야기와 설득의 완성도에 지갑을 연다. 문제의식—솔루션—차별점—신뢰 근거(샘플링 데이터·제조 파트너·원가 구조)—배송 계획, 이 다섯 박자가 단단할수록 목표 달성률 그래프는 초반 48시간 안에 방향을 정한다. 둘째, 초도 생산과 물류를 과도하게 낙관하지 말 것. 펀딩은 ‘돈을 받았다’가 아니라 ‘약속을 했다’는 뜻이다. MOQ 협상, 서플라이어 백업, 원자재 리드타임, 품질 편차를 줄이는 SOP(표준작업절차), CS 자동응답과 교환·환불 룰을 미리 적어두는 게 생존의 기술이다. 셋째, 단가와 마진은 감정이 아니라 엑셀로 정한다.

펀딩 수수료, PG 수수료, 물류·패키징·리워드 구성품, A/S 비용, VAT, 마케팅 샘플링을 포함해 보는 순간 ‘최저가’의 유혹은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펀딩 이후의 경로를 설계한다. 라이브커머스는 즉각성, 홈쇼핑은 신뢰의 상승효과, 오프라인 팝업은 체험과 리뷰의 밀도를 준다. 어디로 갈지, 어떤 수치(구매전환·반품률·평균 객단가)를 들고 입점 협상을 할지, 캠페인 시작 전에 정해두는 게 좋다. 물론 장밋빛만은 아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성장통’을 크게 겪는다. 지나친 조기 홍보로 기대를 과대하게 키우면 배송 지연과 반품 폭탄을 맞고, 팬덤을 서둘러 키우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흔들리기도 한다. 플랫폼 의존이 심해지면 알고리즘 변화에 매출이 휘청인다. 그래서 요즘 잘하는 팀은 커뮤니티를 플랫폼 바깥에도 지어둔다.

뉴스레터, 자체몰, 소규모 오프라인 클래스, 리워드 사용법을 보여주는 숏폼 콘텐츠가 ‘반환점 이후’를 책임지는 축이다. 재구매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리는 팀의 공통점은, 제품을 늘리기 전에 ‘이유’를 늘린다는 데 있다. 왜 이 재료를 쓰는지, 왜 이 공정을 택했는지, 왜 이 가격인지. 펀딩의 본질이 ‘이유의 설득’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정책과 민간의 맞물림은 앞으로 더 정교해질 가능성이 높다. LIPS의 구조는 이미 한 차례 고도화되어, 민간이 선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5배 한도 내에서 정책자금을 매칭하는 모델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소상공인 투자연계지원사업, 라이콘 펀드 같은 장치들이 추가되며, 제조 기반 스몰 브랜드의 금융 사다리를 넓히려는 시도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흐름의 장점은 ‘판로—자금—브랜드’의 선순환이 한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창업자는 퍼즐의 빈칸만 정확히 찾아 맞추면 된다.

([중소벤처기업부][6]) 플랫폼의 미래도 흥미롭다. 해외에선 킥스타터·인디고고가 주로 리워드형 중개에 머무는 반면, 한국의 크라우드펀딩은 점점 유통·투자·글로벌로 판을 넓힌다. 유튜브·숏폼과 결합한 ‘콘텐츠형 펀딩’, 제조 파트너와 패키지로 묶는 ‘공장 동반기획’, 방송 전(前) 검증 데이터를 홈쇼핑에서 요구하는 ‘프리테스트’가 일상화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라이브커머스의 속도와 펀딩의 서사가 만나는 지점—‘스토리텔링이 곧 판매력’이 되는 접점—이 한국 스몰 브랜드의 가장 큰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싱가포르의 큐텐 같은 플랫폼이 K브랜드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라이브커머스의 규칙은 국경을 잘 모른다. 좋은 화면, 명확한 약속, 정확한 물류가 언어를 대신한다. ([아시아경제][5]) 다시 성수동으로 돌아와 보자. 지연은 그날 밤 펀딩 스토리의 첫 문장을 바꿨다.

“이 제품은 저를 위해 만든 게 아닙니다. 제 시간표와 당신의 현실을 맞추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은 3천 명이 ‘알림 신청’을 눌렀고, 1천 명이 첫날 후원 버튼을 눌렀다. 배송은 약속보다 닷새 빨랐고, 반품률은 1%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곧 ‘넥스트브랜드’ 쇼케이스에 섰다. 10분의 발표가 끝나자, 금융과 유통의 사람들이 명함을 건넸다. 이건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많은 스몰 브랜드의 요즘이기도 하다. 크라우드펀딩은 결국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것”과 “세상이 지금 원하는 것”의 딱 맞는 교차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와디즈가 지난 10여 년 동안 만든 것은 버튼 몇 개가 아니라, 그 교차점을 빠르게 찾는 방법론이었다.
라이콘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관객이 객석을 채우고, LIPS라는 무대장치가 완성되며, 백스테이지에는 유통과 투자의 스태프들이 대기한다. 무대 위의 조명은 창업자에게만 맞춰져 있지 않다. 제품, 이야기, 약속, 실행. 네 개의 스폿이 동시에 켜질 때, 관객은 박수를 친다.
그리고 한국의 스몰 브랜드는 그 박수를 발판으로 다음 무대로 올라선다. 이것이 지금, 한국형 크라우드펀딩이 만들어낸 가장 현실적인 성장의 시나리오다.
[1]: https://blog.wadiz.kr/%EC%99%80%EB%94%94%EC%A6%88-%EB%88%84%EC%A0%81-%EA%B1%B0%EB%9E%98%EC%95%A1-1%EC%A1%B0-%EC%9B%90-%EB%8F%8C%ED%8C%8C/?utm_source=chatgpt.com "와디즈, 누적 거래액 1조 원 돌파" [2]: https://mss.go.kr/site/smba/ex/bbs/View.do?bcIdx=1061656&cbIdx=86&utm_source=chatgpt.com "내일의 라이콘 기업, 2025년 강한 소상공인 최종 선발.
..." [3]: https://blog.wadiz.kr/%EC%99%80%EB%94%94%EC%A6%88-%EB%9D%BC%EC%9D%B4%EC%BD%98-%EC%9C%A1%EC%84%B1%EC%9D%84-%EC%9C%84%ED%95%9C-%EC%99%80%EB%94%94%EC%A6%88-%EB%84%A5%EC%8A%A4%ED%8A%B8%EB%B8%8C%EB%9E%9C%EB%93%9C/?utm_source=chatgpt.com "와디즈, 라이콘 육성을 위한 '와디즈 넥스트브랜드' 쇼케이스 개최" [4]: https://www.sedaily.com/NewsView/29VXIGOX76?utm_source=chatgpt.com "롯데홈쇼핑,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업무협약…스몰 ..." [5]: https://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23101914574981421&utm_source=chatgpt.com "와디즈, 중소브랜드 후속 유통 원스톱 지원 성과" [6]: https://www.mss.go.kr/site/smba/ex/bbs/View.do?bcIdx=1057286&cbIdx=86&parentSeq=1057286&utm_source=chatgpt.com "투자 받은 소상공인에게 최대 2억원의 사업화 보조금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