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의 질문: 싸게 팔 것인가, 질서를 만들 것인가
겨울 평일이 오면 우리는 ‘얼마를 깎을까’부터 찾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값이 아니라 이유를 봅니다. 왜 지금 예약해야 하는지, 왜 이곳이어야 하는지. 저는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할인은 값이 아니라 질서입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줄지 정해야 신뢰가 생깁니다. 드러커는 “정리된 목표가 없으면 바람도 역풍”이라 했죠. 목적은 단순합니다. 객실을 채우되, 브랜드의 체면을 잃지 않는 것. 오늘 글은 그 질서를 만드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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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① 시간으로 가격을 가른다
할인은 날짜와 시간에 묶어야 합니다. 월–목, 체크인 13–17시 도착 손님만 15%처럼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비는 시간에 수요를 모으기 위해서죠. 포터는 ‘선택하지 않으면 차별화도 없다’고 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깎아주면 싸구려가 됩니다. 반대로 시간대별로 고정해 두면 손님은 ‘지금 가면 이득’이라 판단합니다. 표기는 간단하게: 카운터 상단 A4 한 장, “주중 이른 체크인 15%” 한 줄. 설명은 10초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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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② 방은 오늘 밤이 지나면 사라진다
객실은 빵과 같습니다. 오늘 못 팔면 내일로 넘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월세·인건비가 이미 나가는 겨울에는 ‘빈 방 줄이기’가 목표가 됩니다. 할인은 손해가 아니라 빈 방을 현금으로 바꾸는 스위치입니다. 단, 기준을 세우세요. 목표 점유율을 정하고(예: 평일 70%), 오전 10시·오후 2시·오후 6시에 남은 객실을 보고 단계별로 할인 스위치를 켭니다. 숫자 셋이면 충분합니다: 남은 방 수, 적용 시간대, 할인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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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③ 가격은 메시지다: 서열·증거·안심
가격은 말보다 빠릅니다. 세 가지를 챙기세요. 첫째 서열: ‘기본/조식/이른체크인’처럼 계단을 만들면 손님은 스스로 고릅니다. 둘째 증거: 복도 입구에 ‘오늘 남은 객실 8’ 같은 수기 표지로 희소성을 보여주세요. 셋째 안심: “무료 취소 마감 전까지 변경 가능”을 작게라도 붙이면 망설임이 줄어듭니다. 짐 콜린스는 좋은 회사가 위대한 회사가 되는 길을 ‘집요한 일관성’이라 했습니다. 가격 메시지도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문구로 유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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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① 부산 해변 28실: 시간대 할인으로 전화가 먼저 울리다
주중 점유율 46%였던 28실 소형 숙소. ‘월–목 14–17시 도착 15%’ 한 줄을 카운터·문앞 입간판·주차장 입구에 붙였습니다. 직원 스크립트는 “지금 예약하시면 이른 체크인 적용됩니다” 1문장. 6주 뒤 숫자가 변했습니다. 주중 점유율 46%→68%, 현장 결제 비중 22%→41%. 포인트는 광고가 아니라 시간의 울타리였습니다. 손님은 이유를 들었고, 우리는 설명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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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② 강원 40실: ‘2시간 라운지권’이 객실을 구했다
눈 오는 날 취소가 쏟아지던 산자락 숙소는 방을 더 깎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중 이른 체크인 + 라운지 2시간’ 묶음으로 12%만 낮췄습니다. 따뜻한 음료 1회 포함, 난로 좌석 보장. 이동 없이 쉬는 경험을 판 것이죠. 결과: 주중 점유율 52%→71%, 불만 글 감소, 객단가는 –가 아니라 +로 전환(라운지 추가 주문 평균 6천원). 값이 아닌 느낌을 더하니 취소가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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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③ 도심 19실: 제휴 3곳이 만든 ‘현장 예약의 길’
직장인 손님 많은 도심 19실은 퇴근 시간대에 맞췄습니다. ‘월–목 18–21시 체크인 10% + 국수집 곱빼기 쿠폰’ 한 장. 국수집과는 한가한 시간대만 혜택을 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셔틀 없이 도보 7분, 대기 5분 이내. 4주 실험 결과: 해당 시간대 예약 2.3배, 제휴 가게 매출도 동시간대 28% 증가. 서로의 빈 시간을 이어 붙인 것이 승부를 갈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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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설계: 표지 한 장, 스크립트 한 줄, 기록 세 칸
준비물은 단순합니다. ①표지: 카운터·문앞·주차장에 같은 문구로 ‘주중 이른 체크인 15%’를 붙입니다. ②스크립트: “지금 예약하시면 이 혜택 적용됩니다. 도착 시간은요?” 한 줄을 전 직원이 외웁니다. ③기록: 노트에 세 칸만 씁니다. 날짜/적용 건수/남은 객실. 드러커가 말했듯, 적는 순간 개선이 시작됩니다. 한 주마다 할인폭·시간대를 미세 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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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확장: 캘린더·서열·안심장치로 체계 만들기
3개월 차에는 수요 캘린더를 만듭니다. 전년도·지난달 기록을 바탕으로 ‘붐비는 날/보통/한산’ 색깔을 나눠 놓고, 한산한 날만 할인 스위치를 켭니다. 서열은 ‘객실만/이른 체크인/라운지 포함’ 3단으로 고정. 안심장치는 ‘체크인 하루 전까지 무료 변경’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관성이 쌓이면 손님은 매년 겨울 같은 자리에서 같은 혜택을 기대하고, 우리는 설명 없이도 예약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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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운영의 함정: 과한 할인, 복잡한 묶음, 표지 난립
세 가지만 피하세요. 첫째 과한 할인: 30%를 넘기면 손님은 정가를 믿지 않습니다. 둘째 복잡한 묶음: 이동·설명이 늘면 불만이 따라옵니다. ‘이동 1회, 설명 30초’ 규칙을 지키세요. 셋째 표지 난립: 카운터 앞에 종이가 많아지면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한 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치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경영은 더하기보다 빼기의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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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 로드맵
1–2주차: ‘주중 이른 체크인 15%’ 표지 3장, 스크립트 1줄, 기록 노트 시작. 3–4주차: 남은 객실 기준으로 시간대 조정(오전10시·오후2시·오후6시 점검). 5–6주차: 라운지권·간단 제휴 1개 추가, 취소 규정에 안심 문구 삽입. 3개월차: 수요 캘린더 확정, 서열 3단 고정. 6개월차: 한산한 주만 할인 자동 적용. 마음가짐은 단순합니다. ‘할인은 값이 아니라 질서’—오늘 한 줄로 시작해 매달 한 칸씩 개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