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장사를 준비하다가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누군가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다가 너무 빠져들어 내릴 역을 지나쳐버리는 장면요. 극장 스크린이 아니어도 멈춤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게 요즘 영상의 본질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동시에 마음 한켠엔 두 감정이 같이 올라오죠. AI가 ‘영상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뒤흔드는 시대, 두려움과 흥분. 소상공인에게 이건 남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 가게의 홍보, 고객 응대, 제품 설명까지 전부 ‘작은 영상’으로 소비되기 때문이죠. 그럼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첫째, 영상의 목표를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옮겨보세요. 30초 안에 한 가지 약속만 분명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분식집이라면 “튀김이 바삭해지는 7초 순간”, 꽃집이라면 “장미 한 송이가 물을 먹고 되살아나는 10초”. 긴 설명 대신 ‘멈출 수 없는 찰나’를 앞에 걸어두면 끝까지 보게 됩니다.
그 다음에 가격·위치·혜택은 자막과 고정 댓글로 깔끔히 정리하세요. 둘째, AI는 대체재가 아니라 가속기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게 어색하다면 AI로 초안 스크립트를 뽑고, 말투는 우리 가게 톤으로 고치면 돼요. 긴 리뷰가 들어오면 중요 문장을 뽑아 10초 릴스로 재구성하고, 사진 노이즈 제거·밝기 보정 같은 기술은 품질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쓰세요. 중요한 건 ‘진짜 우리’가 보이도록 마지막 손길을 사람이 하는 것. 고객은 완벽함보다 진정성을 더 잘 기억합니다.
셋째, 멈춤 버튼을 누르지 않게 하려면 리듬이 필요합니다. 오프닝 3초에 ‘후킹 샷’, 중간 10초엔 과정의 디테일, 끝 5초엔 보상(쿠폰·비하인드·답장 약속). 이 리듬을 주 2~3편만 꾸준히 유지해도 알고리즘보다 ‘단골의 습관’을 먼저 만들 수 있어요. 실시간 댓글엔 1시간 내 반응을 목표로 하되, 모든 질문에 다 답하려 애쓰기보다 “질문 요약 → 30초 답변 영상”으로 묶어 올리면 업무 부담도 줄고 조회수도 오릅니다. 넷째, K-컬처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건 결국 ‘재능 × 시스템’의 합입니다. 우리도 작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요.
촬영 요일, 편집 템플릿, 썸네일 규칙, 자막 색상, 해시태그 10개 고정 리스트. 이렇게 룰을 정해두면 직원이 바뀌어도 품질이 흔들리지 않아요. 납품·예약 같은 B2B 비즈니스라면 사례 영상을 ‘전·중·후’ 3막으로 통일하세요. 문제를 보여주고, 과정에서의 손맛과 데이터를 보여주고, 결과를 숫자로 마무리하는 구조가 설득에 가장 강합니다. 다섯째, 윤리가 신뢰를 결정합니다. 손님 얼굴이 나오면 반드시 동의를 받고, 협찬·광고는 영상 앞 3초에 명확히 표시하세요.
AI로 만든 이미지·음성이라면 ‘AI 보정/생성’ 표기를 넣고, 사실과 연출의 경계를 흐리지 마세요. 투명함은 조회수보다 길게 갑니다. 한 번 신뢰를 얻으면, 고객은 다음 영상이 올라오기도 전에 가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매장에 바로 적용할 한 가지를 골라볼까요. 이번 주엔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10초’를 찾는 주간으로 정해보세요. 가장 맛있는 순간, 가장 예쁜 각도, 가장 마음이 움직이는 말 한마디.
그 10초를 찍고, 자막을 붙이고, 고정 댓글에 “더 궁금하면 DM 주세요”라고 쓰는 것. 다음 주엔 그 대화로 30초 Q&A를 만들고, 그 다음 주엔 비하인드를 올리면 됩니다. 거창한 장비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한 번 더 보고 싶은 ‘이야기의 힘’이 우리를 끌고 갈 거예요. 두려움과 흥분이 함께 오는 이 시기, 우리는 거대한 파도를 멈출 수 없지만 보드를 고를 수는 있습니다. AI는 우리의 속도를 올리고, 영상은 고객의 시간을 빌려줍니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웃고, 놀라고, 배부른 경험을 선물한다면—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지나칠 만큼, 우리 가게도 사랑받게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