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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 Biz1hour

구글 파운더스 아카데미 참가 한국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 배움 속도, 팀 리더십, 제품 고도화·투자 준비와 글로벌 전략을 실무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13분 읽기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 Biz1hour

8월의 공기가 아직 무겁던 어느 목요일, 화면 속 두 사람이 나란히 웃었다. 한 명은 라이브 채팅의 소음을 질서로 바꾸는 엔지니어, 다른 한 명은 호르몬의 파도를 데이터로 읽어내는 기획자.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파운더스 아카데미 킥오프를 앞두고 연결된 온라인 대기실에서, 소프트리에이아이의 문지형 공동창업자 겸 CTO와 디에이엘컴퍼니의 김한나 공동 대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배움의 속도”라는 말로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태지역에서 선발된 10개 팀 중 한국 스타트업이 둘. 12주 동안 1:1 멘토링과 그룹 워크숍을 오가며 리더십과 팀, 투자, 그리고 글로벌을 한 호흡으로 묶어볼 시간이다. 이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설적으로 ‘기술’이 아니다. 기술은 이미 두 팀의 일상이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창업 growth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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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그 기술을 사람과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는 힘, 즉 창업가의 리더십과 실행력이다. 그래서 파운더스 아카데미는 여성 창업가에게 특히 어려운 소프트 스킬—팀 관계, 의사결정, 피드백, 그리고 투자 스토리—을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논리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지점에 멘토와 동료가 들어와, 의심을 구조화하고 속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소프트리에이아이의 출발점은 오래전부터 한국 인터넷을 괴롭혀 온 댓글의 그늘이었다. “NLP를 연구하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싶었죠.” 문지형 CTO는 2020년 혐오·악성 발화를 다루는 연구를 발표했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과 창업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올해 1월 설립, 4월 시드 라운드를 마치고 라이브 스트리밍 커뮤니티에 최적화된 AI 봇 ‘스트림에이드’를 만들었다. 스트리머가 정한 커뮤니티 규칙을 위반하는 시청자를 자동 탐지하고, 방송 반응을 분석해 팬덤을 키우는 데 필요한 신호를 뽑아준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global expansion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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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제품 대비 3배 이상의 성능을 보이는 핵심 모듈을 자체 개발했고, 채팅 데이터 서빙 아키텍처도 손봤다. 9월 초 클로즈드 베타를 열고, 중기부 R\&D 과제 선정으로 모델 고도화 속도를 더했다. “리더십은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복잡한 문제를 뚫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역량”이라는 그의 정의는 지극히 실무적이다. 역할과 기대치를 선명히 하고, 피드백을 빠르게 순환시키는 문화 설계. 정답은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며, 그래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고 웃는다. 디에이엘컴퍼니의 이야기엔 일관된 문장이 있다. “여성이 더 건강한 몸으로 가슴 뛰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이화여대 창업 수업 팀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세 공동창업자는 교내 월경박람회를 직접 열어 데이터를 모았고, 10만 건 이상의 월경 데이터와 1만 명이 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쌓았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leadership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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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월경 타입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고, 몸 타입에 맞는 월경용품 추천 AI, 증상 기반 피임약 타입 추천 AI도 만들었다. 세 번째 제품 ‘달채비’는 월경을 루틴으로 바꾸는 앱이지만, 실은 호르몬 불균형이라는 오래된 난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사용자들에게 “이제야 나를 위한 앱이 나왔다”는 반응이 이어진 이유다. 팁스(TIPS) 선정, 이대목동병원과의 MOU는 기술과 의료 현장을 잇는 징검다리. 김한나 대표는 “3개월 동안 제품·팀·투자 목표를 동시다발적으로 세팅해 가설 검증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한다. 데모데이는 투자 논의의 시작점이자, 그간의 지표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두 팀이 공통으로 품은 방향은 ‘한국을 넘어’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product development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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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리에이아이는 영어권 커뮤니티가 가진 규모와 다양성, 그리고 유럽에서 활발해지는 플랫폼 자율규제를 주목한다. 언어를 다루는 AI 팀답게 다국어 확장을 전제로 설계를 해두었고, 초기에부터 글로벌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는 한국 시장의 크기도 냉정히 계산했다. 그래서 파운더스 아카데미에서는 기술만큼 사업의 언어를 배우려 한다. 고객 세그먼트, 규제 프레임, 가격 책정, 그리고 유통 채널. 문지형 CTO는 “기술 친화적인 팀이 사업적 확신을 더해가는 속도를, 이 프로그램이 끌어올려 줄 것 같아요”라고 기대한다. 디에이엘컴퍼니에게 여성 건강은 세계 공통의 과제다. 다만 모바일 헬스케어의 각국 규제, 현지 진입 전략, 피치덱의 문법까지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발목을 잡는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female founder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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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김한나 대표는 구글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플레이팀의 데이터 인사이트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한다. “가장 큰 장벽은 정보의 비대칭이니까요. 파운더스 아카데미를 통해 시장 이해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들의 리더십 고민도 솔직하다. 문지형 CTO는 기대 역량을 명확히 정의하고, 각자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일 설계에 공을 들인다. ‘좋은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좋은 시스템’의 설계자로서 리더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김한나 대표는 한국에서 실패가 갖는 과도한 상징을 지적한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investor demo day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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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창업가의 실패가 여성 전체의 실패로 호명되는 압박, 그래서 시도조차 위축되는 분위기. 그는 “잦은 도전과 잦은 실패의 회복 탄력성”을 팀 차원에서 설계하려 한다. 목표-실행-학습-폐기-재설정의 사이클을 일상화하는 것. 이 리듬이 쌓여 결국 제품-시장 적합도를 데리고 온다. 소프트리에이아이의 연말 로드맵에는 오픈 베타와 해외 테스트가, 디에이엘컴퍼니의 캘린더에는 커뮤니티 확장과 글로벌 페이퍼웍 체크리스트가 빼곡하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의외로 가볍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소상공인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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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 CTO는 창업 직전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아직도 품고 있다.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회사가 망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나는 언제 행복한가.” 답을 갖고 시작했기에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다. 김한나 대표는 “존재만으로 고마운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팀의 꿈을 이야기한다. 사용자가 앱을 열어보는 매 순간, 스스로의 몸을 더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되는 경험.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마케팅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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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달채비가 그리고 싶은 미래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올해도 여성 창업가의 성장을 돕는다는 약속을 반복한다. 하지만 결국 무대 위에 서는 건 창업가 자신이다. 라이브 채팅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나, 월경과 피임을 둘러싼 사회적 침묵을 데이터로 치환하는 일이나, 모두 시장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말을 거느냐의 승부다. 파운더스 아카데미는 그 말을 더 또렷하게 하는 법을 가르친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단순하다.

배움의 속도 — 스타트업 글로벌 도약 교육·학습 창업 mentorship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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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날카롭게 정의하고, 데이터를 손에 쥐고, 빠르게 검증하며, 실패를 가볍게 다루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는 생태계의 손을 잡는 것. 올해 8월 24일, 열 주가 넘는 학습의 여정이 시작됐다. 아태의 시간대를 건너뛰며 서로의 과제를 리뷰할 그 밤마다, 한국의 두 팀은 다시 오늘을 발명할 것이다. 커뮤니티를 안전하게 만들려는 엔지니어의 끈기와, 호르몬의 언어를 해독하려는 기획자의 집요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음 한국형 글로벌이 자란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장을 생중계처럼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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