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 Biz1hour

벤앤제리스 사례로 본 브랜드 목소리의 비용과 설계. 소상공인이 실천할 발주·운영·계약 체크리스트와 투자·프랜차이즈 협상 시 유의점 제시

·20분 읽기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 Biz1hour

문 닫는 시간, 매장 스피커에서 마지막 노래가 흐르고, 냉동고 문을 닫으려던 당신의 손이 멈춘다. 스마트폰에 뜬 알림 한 줄 때문이다. “벤앤제리스의 공동 창업자, 제리 그린필드 사임.” 아이스크림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착한 브랜드’의 얼굴이 떠난다니. 그런데 이유가 더 낯설다. “우리의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라니. 당신은 오늘 하루도 거래처와 가격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인건비를 계산하고, SNS에 글 하나 올릴까 말까 망설였다. 저 먼 버몬트에서 벌어진 일은 과연 당신 가게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벤앤제리스가 보여준 것은 ‘무슨 아이스크림을 파느냐’보다 ‘무슨 목소리를 내느냐’가 브랜드의 뼈대를 이룬 시대의 생존법이었다. 그리고 그 뼈대가 무뎌질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매출표가 아니라 팀의 신념과 고객의 신뢰라는 사실이다.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brand voices 관련 이미지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brand voices 관련 이미지

9월 17일(현지시간) 그린필드는 동료 벤 코언의 X 계정을 통해 “양심에 비춰 더는 머물 수 없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모회사 체제에서 벤앤제리스의 독립성과 사회적 발언이 위축됐다고 적었다. 소셜 피드의 박수와 분노가 뒤섞였고, “얼마나 변한 거냐”는 질문이 폭죽처럼 터졌다. 사건의 사실관계는 간단하다. 창업자의 퇴장, 그리고 ‘목소리’에 대한 각자 다른 계산법. 그러나 소상공인에게 중요한 건, 이 뉴스가 당신의 내일 아침 오프닝 체크리스트에 무엇을 더하느냐다. ([Reuters][1]) 벤앤제리스는 태생부터 목소리 큰 브랜드였다. 유기농, 공정무역, 기후위기, 인종정의. 아이스크림 통은 늘 주장으로 가득했다. 2000년 유니레버에 인수될 때도 이들은 ‘사회적 미션을 지키기 위한 독립 이사회’라는 독특한 장치를 계약으로 확보했다.

그게 제품 품질과 브랜드 무결성을 지키는 안전핀이라는 믿음이었다. 소유는 바뀌어도 가치의 방향키는 바꾸지 않겠다는 약속. 많은 창업자가 “엑시트 이후 내 브랜드는 괜찮을까?”를 묻는 그 순간, 벤앤제리스는 한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다만 25년이 흐르는 동안, 안전핀은 점점 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낡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창업자 한 명이 “핀은 있지만 더는 잠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떠났다. ([benjerry.com][2]) 갈등의 배경은 익숙한 단어에서 자라났다. 전쟁, 점령지, 보이콧, 그리고 분노한 소비자. 2021년 이후 벤앤제리스가 팔레스타인·가자지구 이슈에 입장을 내는 과정에서 모회사와의 충돌은 격화했고, 법적 공방이 뒤따랐다. “목소리의 비용”이 커질수록 본사 법무와 현장 마케터의 오차는 더 벌어진다. 어느 날은 한 문장 때문에 주가가 움직이고, 다른 날은 침묵 때문에 매장이 텅 빈다.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social value 관련 이미지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social value 관련 이미지

거대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행동주의 브랜드의 반사신경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결국 누가 브레이크를 쥐고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창업자가 그 브레이크를 더 이상 잡을 수 없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은 간판에서 서서히 지워진다. ([Reuters][3]) 흥미로운 건 타이밍이다. 유니레버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더 매그넘 아이스크림 컴퍼니’라는 새 이름으로 분리 상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투자자 앞에서 성장을 약속해야 하는 무대에서, 브랜드의 발언은 언제든 ‘프라이스 센서티브’한 노이즈가 된다. 스핀오프의 직전과 직후, 어떤 메시지는 금처럼 빛나고 어떤 메시지는 납처럼 무거워진다. 이 무거움의 온도를 측정하는 도구가 없다면, 결국 가장 급한 회의실의 목소리가 이긴다. 그린필드의 퇴장은 그래서 하나의 사건이면서도, 분리 상장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만들어낸 ‘메시지의 금융화’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당신이 만약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투자 유치, 혹은 지역 유통사와의 공동 브랜딩을 고민 중이라면 이 타이밍의 역학은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자금이 들어오는 문과 목소리가 나가는 문은 서로 다른 방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Unilever][4]) 이제 당신의 가게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흔히 ‘가치소비’를 이야기하며, 한 줄의 슬로건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벤앤제리스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슬로건보다 설계다. 첫째, 가치의 작동 방식을 제품과 운영의 루틴에까지 녹여라. 예를 들어 “지역 친환경”을 선언했다면 발주표에 ‘로컬·무항생제’ 칸을 만들고, 매주 수요일엔 납품업체와 생산현황을 10분 체크하는 규칙을 박아 넣는다. 소셜 포스트보다 엑셀의 칸 하나가 더 오래 목소리를 지킨다. 둘째, 파트너를 바꿀 때는 ‘메시지 거버넌스’를 계약서로 적어라. 공동 마케팅을 한다면 누가 어떤 상황에서 발언을 승인하는지, 어떤 이슈에는 침묵할 자유가 있는지, 반대편의 발언을 존중하는 안전장치는 무엇인지 명시하라. 이 조항은 ‘사고 나면 변호사가 아는’ 문장이 아니라 ‘내일 매니저가 쓰는’ 문장이어야 한다.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independent board 관련 이미지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independent board 관련 이미지

셋째, 당신의 브랜드에도 ‘목소리 예산’을 편성하라. 캠페인 비용만이 아니다. 논란 시 상담 인력, 공지 이미지 디자인, 매장 교육, 리뷰 모니터링, 탈퇴 고객 케어에 쓸 시간과 돈을 미리 계산해 둔다. 목소리는 공짜가 아니다. 넷째, 속도 차이를 관리하라. 현장은 5분 안에 답을 원하고, 파트너사는 하루를 달라고 한다. 그 간극을 메우는 ‘임시 메시지 원칙’을 준비해 둔다. 예컨대 “사실 확인 중이며, 피해자에 대한 연대는 분명하다. 금주 내 상세 입장을 발표하겠다.” 같은 문장.

이것만으로도 빈칸의 공포가 줄어든다. 다섯째, 퇴로를 설계하라. 파트너십을 맺을 때 ‘의견 불일치에 의한 조용한 종료’ 조항을 넣는다. 로고 제거, 재고 소진, FAQ 업데이트, 고객 알림 순서까지 매뉴얼화한다. 관계는 끝날 수 있고, 잘 끝나는 능력은 위기관리의 절반이다. 여섯째, 커뮤니티를 주주처럼 대하라. 우리 가게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팔로워 수가 아니라 댓글을 달아 주는 50명의 지역 손님이다. 그 50명에게 먼저 설명하고, 먼저 사과하고, 먼저 고개 숙여라. 일곱째, 내부 팀의 신념을 ‘속삭임’으로 듣지 말고 ‘수치’로 관리하라.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value-driven operation 관련 이미지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value-driven operation 관련 이미지

팀 미팅에서 “요즘 우리 메시지, 납득되나요?”를 물어 1부터 5까지 손가락으로 보여 달라. 평균이 3 아래로 떨어지면, 당신의 목소리는 이미 밖에서 흐릿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해 보자. 동네 비건 베이커리인 ‘수요일식빵’은 어느 날 대형 마트와 공동 프로모션 제안을 받았다. 노출은 확실하지만, 일회용 포장재가 늘어날 게 분명했다. 그들은 ‘가치의 비용표’를 열고 계산했다. 매출 +30%, 쓰레기 +40%. 결국 “포장을 바꾸면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마트는 웃지 않았지만, 고객은 박수쳤다.

그 박수는 광고비로는 살 수 없는 종류였다. 목소리가 진짜라는 증거는 언제나 당장의 손해에서 드러난다. 그 손해를 견디게 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준비된 설계다. 다시 벤앤제리스. 창업자의 퇴장은 하나의 시대를 정리한다. 동시에, ‘착한 기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쉽게 마케팅 언어로 포획되는지도 보여 준다. 중요한 건 홍보실의 영상이 아니라 점심시간 회의실의 문장들이다. 우리는 타인의 이상을 복제할 수 없다. 다만 우리의 동선을 바꿀 수는 있다.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franchise 전략 관련 이미지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franchise 전략 관련 이미지

당신의 매장은 내일도 문을 연다. 그래서 오늘 밤, 닫힌 셔터 앞에서 세 가지만 자문해 보자. 우리는 무엇을 위해 말하는가. 그 말을 누가, 언제, 어떻게 승인하는가.

그리고 그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가. 이 세 가지에 답한다면, 당신의 브랜드는 논란 앞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다.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crisis 관리 관련 이미지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crisis 관리 관련 이미지

창업자의 퇴장이 남긴 가장 현실적인 유산은 거대한 가치가 아니라 작고 단단한 습관들이다.

그리고 그 습관은 내일 아침, 당신이 올릴 첫 문장과 닿아 있다.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고객 trust 관련 이미지
목소리가 바꾸는 가게의 운명과 전략 일반·공통 고객 trust 관련 이미지

([Reuters][5]) * [Reuters](https://www.reuters.com/business/ben-jerrys-co-founder-greenfield-steps-down-2025-09-17/?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business/ben-jerrys-co-founder-greenfield-resigns-over-loss-independence-under-unilever-2025-09-17/?utm_source=chatgpt.com) * [AP News](https://apnews.com/article/9ed945056cd243ca459d130d9933ee62?utm_source=chatgpt.com) * [Reuters](https://www.reuters.com/business/ben-jerrys-co-founder-resigns-citing-loss-independence-under-unilever-2025-09-17/?utm_source=chatgpt.com) * [businessinsider.com](https://www.businessinsider.com/ben-and-jerrys-founder-jerry-greenfield-leaves-company-unilever-2025-9?utm_source=chatgpt.com) [1]: https://www.reuters.com/business/ben-jerrys-co-founder-greenfield-steps-down-2025-09-17/?utm_source=chatgpt.com "Ben & Jerry's co-founder Greenfield steps down" [2]: https://www.benjerry.com/about-us?utm_source=chatgpt.com "About Us" [3]: https://www.reuters.com/business/ben-jerrys-co-founder-exits-after-feud-with-unilever-over-gaza-2025-09-17/?utm_source=chatgpt.com "Ben & Jerry's co-founder exits after feud with Unilever over ..." [4]: https://www.unilever.com/investors/the-magnum-ice-cream-company-demerger/?utm_source=chatgpt.com "The Magnum Ice Cream Company demerger" [5]: https://www.reuters.com/business/ben-jerrys-co-founder-greenfield-resigns-over-loss-independence-under-unilever-2025-09-17/?utm_source=chatgpt.com "Ben & Jerry's co-founder Greenfield resigns over loss of independence under Unilever, FT says".

공유하기:

📚 이런 글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