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공방의 큰 결심, ‘보여주면 계약된다’
경기 남부 12평 목공·인테리어 공방, 월 상담 35건 중 계약은 7건(20%)이었습니다. “완성 그림이 안 그려져서”가 거절 이유의 절반. 사장은 결심했습니다. 도면 설명 대신 ‘보여주자’. 태블릿 한 대, 무료·저가 AR 앱 두 개로 시작해 현장 상담 때 즉석 시뮬을 시연하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고, 불확실성을 신뢰로 바꾸는 것.

첫 실패: 과한 3D, 느린 로딩이 만든 피로
처음엔 세밀한 3D 모델을 고집했습니다. 결과는 로딩 40초, 현장 와이파이 불안정, 고객 피로. 멋지지만 느린 시뮬은 계약을 돕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사장은 기준을 바꿉니다. ‘정확도 100보다 결정 속도’. 텍스처를 단순화하고, 가구·몰딩·조명 20종 ‘즐겨찾기 키트’를 만들어 10초 내 배치 가능한 조합만 남겼습니다.


전환점: 15분 ‘미니 설계식’ 데모
둘째 달, 그는 상담을 15분식으로 쪼갰습니다. ① 바닥·벽·수납 3요소만 결정 ② AR로 색·높이·폭을 바꿔 3안 제시 ③ 즉석 전후 사진 저장. 고객은 ‘지금 우리 집’ 위에 결과를 본 순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선택지는 3안으로 제한해 피로를 줄였고, 옵션은 ‘좋아요’로 체크만 받았습니다. 견적은 그 자리에서 범위형으로 제시했습니다.

숫자가 말한다: 리드당 매출과 재견적 감소
AR 도입 8주차, 리드 대비 계약 전환은 20%→38%, 평균 견적 540만→620만 원(+15%), 재견적 요청은 상담당 1.8회→0.7회로 줄었습니다. 핵심은 ‘결정 지연 비용’을 줄인 것. 고객이 같은 날 색상과 배치를 확정하니 불필요한 왕복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졌고, 현장 변경 건수도 30% 감소했습니다.


신뢰장치: 변경 이력과 A/B 전후 사진 보관
우리는 상담 끝에 AR 캡처 6장을 ‘A안/ B안/ 최종’으로 저장해 고객과 공유했습니다. 변경 이력표에는 날짜·항목·증가/감소 금액을 명확히 표기. 분쟁이 줄었습니다. “처음 그 높이였다”는 기억 싸움 대신, 캡처가 말했기 때문입니다. 인본주의 경영은 기록의 정직에서 시작됩니다. 서로의 기억을 돕는 장치가 관계를 지켜줍니다.

공정의 인간화: 고객의 ‘왜’를 먼저 듣다
사업의 본질은 쓰는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입니다. 우리는 AR 시연 전, 5분 인터뷰를 고정했습니다. “아침 동선은?”, “아이 손 닿는 높이는?” 이 짧은 경청이 도면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처럼 ‘사람이 먼저’였고, 드러커가 말한 ‘고객의 일(Job)’을 정확히 정의했지요. 그래서 AR은 과시가 아니라 공감 도구가 되었습니다.


확장: 협력업체와 ‘AR 사전합의서’로 손실 방지
도장·전기·타일 협력사와 ‘AR 사전합의서’를 만들었습니다. AR 최종 캡처와 치수표가 내려오면 추가현장조정비를 최소화하고, 변경 발생 시 단가표에 따른 자동 정산. 분쟁은 1/3로 줄고, 공기는 평균 1.2일 단축. 파트너도 예측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신뢰의 표준화가 모두의 이익을 키웁니다.

💡 이 사례의 핵심 교훈
보여주면 믿고, 기록하면 지켜집니다. 작은 AR 시연부터 시작하세요. 오늘 20종 즐겨찾기 키트를 만들고 ‘15분 미니 설계식’을 돌리면, 내일 전환율의 곡선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