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장사를 마치고 불 꺼진 카운터 뒤에 앉아 있는데, 알바생 지우가 휴대폰을 내민다. “사장님, 현대차가 내년에 1만 명 뽑을 수도 있대요. 친구들 톡방이 난리예요.” 화면에는 대기업 채용 기사 링크와 눈이 반짝이는 이모티콘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공기의 방향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동네의 이력서가 얇아졌고, 면접 약속 잡아도 오지 않는 지원자가 늘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조용했다. “경기가 어렵다면서요?” 하고 묻던 손님도, 직원 구하는 게 더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 대기업들이 대문을 활짝 연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사다리지만,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게는 바람의 세기를 가늠해야 하는 기압계다. 지난 며칠, 뉴스는 같은 내용으로 진동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청년 7,200명을 뽑고, 내년엔 1만 명까지 확대를 검토한다는 말. 청년 채용의 무게추가 전동화와 SDV, 그러니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같은 미래 사업 쪽으로 쏠려 있다는 설명.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 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했고, AI와 반도체, 바이오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SK는 올해 8천여 명, 포스코그룹은 5년간 1만5천 명, 한화는 하반기에만 3,500명, HD현대는 2029년까지 1만 명 수준의 신규 채용, 신세계도 공채 재개를 알렸다. 숫자들이 탄환처럼 튀었다. 화면을 덮고 나면, 남는 질문은 단 하나였다. 이 거대한 문이 열리면, 우리 가게에는 무엇이 달라질까. 먼저 인력이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스무 살, 스물셋, 스물일곱의 어깨가 동시에 기울어진다. “저 지원해도 될까요?” 하고 묻지 않아도, 그들의 눈동자는 이미 먼 곳을 보고 있다. 대기업이 공채를 키울 때, 가장 먼저 비는 건 동네의 카운터와 공장의 현장, 배달 오토바이의 뒷자석이다.
우리는 그 자리를 채우려고 시급을 올리고, 근무표를 구겨서 다시 편다. 그러나 이 바람은 단순한 인력 유출 이상의 형태를 띤다. 전동화, 배터리, 바이오, AI라는 키워드는 낮은 벽을 타고 골목까지 흘러든다. “사장님, 저도 데이터 공부해보고 싶어서요. 주 3일로 줄일 수 있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들리는 말. 오래전엔 야간 대학을 다니겠다던 직원이 많았지만, 이제는 온라인 부트캠프, 국비 교육, 자격 과정의 링크가 대화방을 점령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잡아야 할까, 보내야 할까. 그렇다고 두 손을 들 일은 아니다. 바람의 방향이 분명할수록, 돛의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1만 명의 신입사원이 어느 날 갑자기 모니터 앞에 앉는 게 아니다. 그들의 출근은 교육, 주거, 이동, 식사, 장비, 문화생활, 복지 서비스라는 긴 행렬을 만든다. 그리고 그 행렬의 가장 앞에서 뛰는 건 대기업이지만, 빈틈을 메우는 건 결국 지역의 상인과 제작자, 소규모 서비스다. 우리는 늘 그랬다. 출근길 커피를 책임지는 매장, 신입들의 맞춤 단체복을 찍는 공방, 기숙사와 오피스텔을 오가는 셔틀 대행, 저녁 7시 몰려드는 회식 예약의 택시 전표, 주말에 몰아잡는 자격증 스터디룸, 신입 사원 키보드에 얹을 각인 서비스, 대량 납품 도시락, 새로 입사한 아이들의 소형 가전 렌털까지. 대기업 채용은 늘 생활경제부터 달궜다. 다만 이번엔 그 업의 결이 다르다. SDV와 AI가 핵심이라면, 신입사원의 하루는 코드를 읽고 쓰는 시간으로 쌓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할 것은 콘센트의 수보다 와이파이의 안정성일지 모른다. 점심 손님이 쏟아지는 12시 40분에, 조용한 화상회의실을 찾는 예약이 늘어날 가능성. 오후 3시, 팀 과제를 같이 푸는 젊은 손님들을 위해 모니터를 한 대 더 달아야 할지도.
“조용한 시간대 할인가” 같은 간단한 제도도, 그들의 생활패턴에 맞추면 작은 마찰을 줄인다. 인력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대기업이 사람들을 다 데려가면, 우린 누굴 쓰란 말이냐.” 그러나 다른 쪽에서 보면, 이건 우리에게도 ‘스카우트’의 기회다. 대기업이 찾는 역량의 언어가 골목으로 번역될 때, 우리 채용 문구도 바뀔 수 있다. 단순히 “성실한 분” 대신 “노코드 도구로 재고표 자동화 경험 우대”, “포스기 API 연동 경험자 환영” 같은 말이 붙는다. 실제로 이런 문구는 허세가 아니다. 무료나 소액으로 쓸 수 있는 도구들, 예컨대 자동화 서비스나 스프레드시트 기반 재고 관리, 간단한 챗봇 응대는 이미 소상공인의 손에 들어와 있다. SDV나 AI가 대기업의 기술이라면, 우리에게는 “조립 가능한 기술”이 있다. 원하는 기능을 블록처럼 끼워 맞춰, 업무를 줄이고 실수를 줄이는 것.

이 언어를 쓰는 구인 공고는, 자신의 이력서를 대기업만을 위해 준비하던 청년들의 눈길을 끈다. “여기서도 내 기술을 쓸 수 있겠다.” 그렇게 한 명이 들어오면, 그 한 명이 다음 사람의 일터를 바꾼다. 현실적으로, 가게 운영자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 새벽 배송 확인, 점심 피크, 납품, 정산, 폐기, 발주. 하루가 늘 모자란다. 그럼에도 이번 채용의 파도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작은 실험의 반복이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건 ‘설명서’ 만들기다. 우리 일터의 업무를 30분짜리 영상 두 개로 나눈다. 첫 번째는 가게의 기본 동선, 두 번째는 주의할 포인트와 문제 해결 순서. 그리고 그 아래에 자동 신청 링크와 질의 채널을 붙인다. 면접이 늘어도 동일한 설명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 하나만 있어도, 인력난은 절반이 완화된다.
대기업이 채용 연계형 인턴을 늘린다지만, 우리도 ‘체험 근무 데이’를 만들 수 있다. 토요일 오전 두 시간, 유니폼을 입고 실제로 일해보게 하고, 끝나면 따뜻한 음료 한 잔과 함께 서로의 판단을 확인한다. 이때 중요한 건 ‘경험의 이력서화’다. 한 장짜리 템플릿을 만들어, 체험자가 자신의 배운 점을 기록해 가게와 본인 양쪽에 남기게 한다. 이 문서는 그가 대기업에 지원할 때도 쓸 수 있다. “소상공인 현장에서 고객 응대 프로토콜을 체험했고, 결제 장애 대응 플로우를 작성했다.” 우리는 그가 떠날 가능성을 이미 알고 초대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렇게 해서 남은 인연이 더 단단하다. 떠나는 걸 막으려 하지 않고, 가치를 주고 받는 사이일수록 그 시간은 오래 남는다. 물론 숫자만으로 낙관할 수는 없다. 경기의 한기가 길게 깔린 채로, 채용 소식만 둥둥 떠다니는 해도 있었다.

다만 이번엔 결이 달라 보인다. 정부와 기업이 같은 단어를 말한다. 청년, 신성장, 미래 인재. 이 단어들의 교차점은 교육과 실습, 인증과 현장성이다. 우리는 대기업의 교육생이 점심에 쏟아지는 지역의 식당, 프로젝트 발표가 열리는 코워킹 스페이스, 야근 후 한숨 돌리는 24시 세탁소, 주말에 팀끼리 도전하는 해커톤의 동네 후원자, 이런 모습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지역 상권의 작은 연합이 중요해진다. 이번 달에만 내 주변 사장님 셋과 짧게 다짐했다. 하나, 젊은 손님들이 공부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각자 한 가지씩 개선하자. 둘, 각 가게의 ‘조용한 시간’과 ‘붐비는 시간’을 공유해 서로 손님을 분산하자. 셋, 신입사원 우대, 교육생 우대 같은 이름의 지역 쿠폰을 만들고, 사용 데이터를 공유하자. 쿠폰의 할인액보다 중요한 건 흐름이다.
어디가 언제 붐비고, 누가 무엇을 찾는지 서로 알면, 허탕 치는 날이 줄어든다. 그 줄어든 허탕이 바로 새로운 투자금이 된다. 제품과 서비스의 각도도 조정할 때다. AI와 SDV가 사람들의 말을 바꿔놓고 있다. “배터리 셀”이나 “파운드리” 같은 단어가 택시의 뒷좌석에서 들린다. 대기업의 신입사원들은 궁금한 게 많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질문이 우리 상품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안내문이다. 커피 메뉴에 카페인의 함량과 추출법, 추천 업무 타입에 맞춘 제안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오후 회의 전 집중용”이라는 문구가 판매를 변화시킨다. 도시락 스티커에 탄수화물, 단백질 비율과 “3시 졸림 방지형” 같은 별명을 붙여도 좋다. 그들은 숫자로 반응한다. 작은 숫자의 친절은 쉽게 공유되고, 공유는 곧 데이터다. 데이터를 모으면 반복의 품질이 오르고, 반복의 품질은 우리 같은 소상공인의 가장 튼튼한 장벽이 된다. 인력 경쟁을 기회로 바꾸는 방법 중 하나는, 채용의 문을 우리 방식으로 다시 발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면접 대신 과제를 낸다. 매장이라면 “피크 타임에 결제 줄을 20% 줄이는 방법을 써서 제출” 같은 간단한 미션. 제조라면 “이 공정의 손실률을 낮출 수 있는 가정 세 가지와 실험 계획”. 배달대행이라면 “동선 최적화를 위해 필요한 정보 목록과 우선순위”. 제출물은 꼭 정답일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지원자가 문제를 보는 눈이다. 이런 방식은 스펙에 자신 없던 지원자도 도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진짜 궁금해하던 걸 확인하게 해준다.

과제가 괜찮았다면, 당일 체험 근무를 붙이고, 현장에서 바로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속도는 공평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오래 기다리게 하면,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간다. 우리는 그들의 마음과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채용을 설계해야 한다. 돈도 문제다. 시급은 오르고 원가는 버거운데, 어디서 여지를 만들 것인가. 여기서 기술이 다시 걸어 들어온다. 오늘의 기술은 전공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영수증 OCR로 자동 장부를 만드는 것, 발주 수량을 지난 12주 평균에 맞춰 추천해주는 간단한 스크립트, 고객 문의의 60%를 미리 답해주는 챗봇,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알람을 주는 스프레드시트 함수. 이런 도구 하나가 사람 한 명의 시간을 하루 한 시간씩 아껴준다. 인건비를 깎지 않고도 숨을 고를 틈이 생긴다. 그리고 그 틈에 우리는 교육을 넣는다. “우리 가게 자동화 101” 같은 2시간짜리 내부 워크숍. 누구나 한 번은 앞에 나와서 본인이 만든 파일이나 폼을 설명하게 한다. 발표는 능력을 정리한다. 정리된 능력은 떠나도 남는다. 떠난 사람이 우리를 떠올리는 기억은 이렇게 생긴다. “거기서 처음으로 내가 만든 걸 사람들 앞에서 설명했지.” 이번 대기업 채용의 중심이 미래 기술이라는 사실은, 지역의 작은 사장에게도 하나의 자세를 주문한다. 기술을 동경하지 말고, 기술을 흡수하라는 주문.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내 일의 단위를 줄이고, 각 단위에 이름을 붙이고, 그 단위들 사이를 자동으로 잇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픈 전 준비”라는 추상적인 말을 “브루잉 준비 12분, 발주 확인 8분, 좌석 점검 5분”처럼 단위로 쪼갠다. 그리고 각 단위를 체크리스트로 만든다. 여기까지가 이름 붙이기. 그다음은 잇기다. 체크리스트가 완료되면 발주 앱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링크를 걸고, 발주가 끝나면 당일 납품 일정이 공유 캘린더에 들어가도록 한다. 이 세 단계만 해도, 신입이 들어오는 날의 혼란이 줄어든다. 우리는 시간을 묶는 사람이 아니라, 흐르게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의 대학과 직업학교, 청년 커뮤니티와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그들이 준비하는 자격증 시험과 프로젝트 주제를 미리 공유받아, 우리 가게가 테스트베드가 되도록 한다.

“결제 오류 대응 시나리오”를 학생들이 설계해 보고, 실제 매장에서 하루 적용해보는 식이다. 안전과 개인정보를 지키는 선에서, 현실의 데이터를 제공하면 학생들은 더욱 열심히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은 가게의 운영 매뉴얼에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대학은 “현장 친화적 프로젝트”를 늘리고 싶어 하고, 학생은 “이력서에 쓸 줄거리”를 원한다. 우리는 “일 잘 되는 방법”을 바란다. 세 개의 동그라미가 겹칠 때, 골목은 덜 흔들린다. 기사 속 숫자들은 어떤 이에게는 너무 크고, 어떤 이에게는 너무 멀다. 그러나 그 숫자가 진짜로 닿는 곳은 점심시간의 테이블, 퇴근길의 불빛, 신입의 어깨에 걸린 가방 무게다. 우리가 그 무게를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비즈니스다. 신입들의 이사를 돕는 지역 업체와 제휴해 “첫 주 이사 지원 바우처”를 묶어 팔고, 야근이 잦은 팀을 위해 “심야 픽업 간식 박스”를 구성하며, 주말 스터디 팀을 위한 “4인 패키지 룸+음료”를 기획한다.
작고 속도 빠른 상품이 그들의 타임라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온라인에서만 파는 게 아니다. 출근길 버스정류장 뒤편, 사무동 로비 근처, 기숙사 1층 게시판에 붙는 종이 전단이 다시 힘을 갖는다. 단, 전단의 언어도 달라져야 한다. “신입 온보딩 2주 생존 키트”, “코딩하는 점심, 카페인 맵”, “첫 월급날 저녁, 팀장님도 웃는 세트”.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건 늘 재치다. 대기업의 공채가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의외로 오래된 것이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인력난과 경쟁, 제품 개선과 자동화, 파트너십과 쿠폰. 모든 건 수단일 뿐이다. 손님 한 명이 들어와 자리를 고르는 그 순간, 그가 편안함을 느끼고, 기대보다 좋았다고 중얼대며 나가는 것. 그 일이 우리가 매일의 피드백을 발명하는 이유다. 거기에 조금의 기술이 얹히고, 약간의 데이터가 더해지고, 한 줌의 유머가 올라갈 뿐이다. 그러니 겁낼 필요 없다. 문이 크게 열리면, 바람도 세게 분다. 그러나 돛을 어떻게 펴느냐는 우리 몫이다. 지우가 다시 묻는다. “사장님, 저 진짜 지원해볼까요?” 나는 웃었다. “응. 해봐. 대신, 이번 주 토요일에 우리도 하나 해보자.” 지우가 고개를 갸웃한다.

“우리 가게 메뉴판에 집중용, 회의 전용, 발표 전용, 야근 생존 같은 태그를 붙여보려고. 너가 이름 잘 짓잖아. 각 메뉴에 태그랑 설명을 붙여서, 그걸 카드로 인쇄해 진열해보자. 그리고 조용한 좌석 예약도 테스트해보고. 너 면접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도록, 이번 실험의 목표와 결과를 간단히 정리해서 서로 싸인하자.” 지우가 환하게 웃는다. “와, 그거 좋다. 제 포트폴리오에 넣을래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골목에서 매일 해온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변화가 올 때, 그 변화를 빨리 읽고 우리의 말로 번역하는 일. 대기업의 채용 소식은 내일의 언어를 보여주는 대형 전광판과 같다. 그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림자는 모양을 알려준다. 어디를 칠해야 하는지, 어디를 비워둬야 하는지. 우리가 해야 할 건 단 하나다. 연필을 쥐고, 우리 방식의 선을 긋는 것. 이번 주에 할 일을 그려보자. 가게의 조용한 시간대와 붐비는 시간대를 30분 단위로 나눠 실제로 겪는 문제를 적는다. 그 옆에 젊은 손님들이 겪는 문제를 추측해 적는다. 노트북 전원 부족, 팀 통화 공간 부족, 회의 직전 단것 땡김, 야근 후 속 쓰림, 데이터 핫스팟 불안. 그런 다음, 각 문제 옆에 우리가 내일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조치를 쓰자. 멀티탭 2개 추가, 칸막이 좌석 1개 도입, 저당 분식 두 가지, 속 편한 야식 박스, 공유 와이파이 증설.
이 다섯 줄의 표가, 바람이 불 때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첫 돛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주 뒤에 숫자를 적는다. 팔린 수량, 재방문, 리뷰의 단어. 숫자는 무심하고, 그래서 고맙다. 대기업의 숫자만큼 크지 않아도, 우리의 숫자는 우리가 움직인 증거다. 지우는 결국 원서를 넣을 것이다. 합격할 수도,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다음 주를 맞는다. 문이 열렸고, 바람이 분다. 돛을 올리는 일은 늘 우리의 일이다. 우리는 작지만 가벼워서, 더 빨리 방향을 틀 수 있다. 그게 우리가 가진 이점이다. 젊은 손님들의 새 언어, 대기업의 새 전략, 정부의 새 메시지가 서로 얽히는 이 시기에, 우리도 새 문장을 찾는다. “여기서는 그게 가능합니다.” 손님의 마음과 직원의 성장, 그리고 우리의 지속 가능성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 문장. 그 문장을 향해, 오늘의 영업일지를 덮는다. 그리고 내일 아침, 문을 열고 첫 손님을 맞는다. 바람을 읽고, 돛을 조정하면서. 그러다 보면, 우리 골목의 풍경도 서서히 바뀔 것이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우리가 매일 하던 그 방식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