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앱에서 웹툰까지”라는 문구가 눈에 꽂혔어요. 구글 포 코리아 2023. 온라인으로만 보던 자리가 3회차에 처음 오프라인으로 열리니 공기가 다르더군요. 국회·정부 관계자부터 글로벌 임원, 개발사 대표, 크리에이터, 아티스트까지 한 공간에 모였고, 모두의 화두는 한 가지였어요.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간 지난 시간, 그리고 다음 도약을 위한 실전 파트너십. 무대에서는 성과가 숫자로 살아났습니다.
한국의 앱·게임이 구글플레이를 통해 190여 개국, 25억 명의 이용자와 만나는 통로가 어떻게 열렸는지, 2022년에만 약 100만 개의 국내 기업이 전 세계 3,600만 명 이상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더 인상적이었던 건 국내 개발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난다는 대목이었어요. “국내에서 잘되면 해외도 자연히 따라온다”는 막연한 믿음을, 실제 데이터가 “해외를 처음부터 목표로 삼아도 된다”로 바꿔준 순간이었죠. 현장 사례도 촘촘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5년째 이어온 ‘창구 프로그램’이 400개가 넘는 한국 앱·개발사의 글로벌 투자와 사업 성장에 어떤 디딤돌이 되었는지, 선정 기업들의 피봇과 현지화, 결제·운영 고도화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말이죠.
저에겐 특히 ‘여성 파운더스 펀드’ 수상 장면이 오래 남았어요. AI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여성 창업가에게 10만 달러의 직접 지원과 단계별 멘토링, 클라우드 크레딧을 묶어 쥐여주는 방식. 한국에서는 ‘무니스’ ‘제너레잇’ ‘카이헬스’가 이름을 올렸고, “기술의 깊이와 사업의 확장성”이라는 심사 기준이 명료하게 전달됐습니다. 자금만 주는 게 아니라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패키지라는 점이 결정적이었죠. 유튜브의 한국어 페이지 15주년도 빼놓을 수 없죠.
싸이가 말하던 “무대의 경계가 사라진 경험”, 피식대학이 공유한 “커뮤니티와 알고리즘의 균형”은 K-팝과 K-뷰티, 먹방, 그리고 K-애니메이션이 왜 ‘고유명사’가 되었는지 설명해줍니다. 크리에이터에게 유튜브는 목소리를 세계와 연결하는 무대, 이용자에게는 배움과 소통의 커뮤니티. 2008년 이후 15년 동안, 한국의 문화가 유통되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어요. 이제 제작-배급-마케팅-커뮤니티가 한 화면에서 동시에 굴러가고, 데이터가 의사결정을 미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창작자는 무엇을 챙겨야 할까요.
첫째, 발견 가능성입니다. 스토어 소개 문구와 썸네일, 유튜브 제목·설명·태그는 해외 키워드로 한 번 더 점검하세요. 자동 번역의 벽을 넘으려면 3개 언어 자막만으로도 도달 범위가 확 달라집니다. 둘째, 첫 30초와 첫 3장의 힘. 영상은 앞 30초, 웹툰과 숏폼은 첫 세 컷에서 시선을 붙잡아야 알고리즘이 밀어줘요.
후반부에 반전이 있다면 전반부에 ‘떡밥’부터 심어두세요. 셋째, 수익 다변화. 광고·인앱결제에만 기대지 말고 멤버십, 한정 굿즈, 크로스보더 커머스를 얹으면 환율과 경기의 파고를 분산할 수 있습니다. 넷째, 데이터의 리듬. 구글플레이 콘솔과 유튜브 스튜디오의 유지율·이탈 구간·국가별 ARPU를 주간 리듬으로 보되, 개선은 월간 리듬으로 계획하세요.
오늘 숫자에 흔들리기보다 4주 이동평균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게 체력을 지켜줍니다. 다섯째, 파트너십을 생활화하세요. 창구·스타트업 캠퍼스·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은 ‘한 번 붙고 끝’이 아니라 단계별로 올라가는 계단이에요. 지금 내 수준과 다음 계단의 간극을 문서로 정리해두면, 지원 접수 때 설득력이 생깁니다. 저는 이날, “한국의 경쟁력은 콘텐츠 그 자체가 아니라 실행 속도”라는 말을 메모장에 적었습니다.
세계로 가는 문은 이미 열려 있고, 구글은 그 문에 손잡이와 경첩,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놓았어요. 우리의 할 일은 문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것, 그리고 한 번 통과한 길을 더 많은 동료와 다시 걷는 일입니다. 앱이든 웹툰이든, 다음 무대는 멀리 있지 않아요. 내일 업로드할 한 편의 영상, 이번 주 업데이트할 한 줄의 패치노트, 다음 달 열어볼 첫 해외 캠페인. 이 작은 반복이 쌓여, 내 브랜드가 구글 포 코리아의 다음 사례로 불릴 날이 온다는 걸, 저는 오늘 현장에서 분명히 느꼈습니다.
